국내 정유사, SAF 개발·투자 속도↑글로벌 SAF 수요, 4490억톤(t) 전망"정부 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미비"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는 SAF 생산을 위해 다각도로 개발·투자에 접근하고 있다. 글로벌 탄소 중립 기조에 발맞춰 저탄소 사업을 키우겠다는 포석이다.
에쓰오일은 국내 정유사 최초로 SAF 생산을 공식 인증하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취득했다. 이를 통해 에쓰오일은 공식적으로 SAF를 해외 항공사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친환경 제품 수요 성장에 대응해 SAF 등 자원순환형 제품을 생산하는 공동처리(코어 프로세싱) 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 중"이라면서 "현재 SAF 생산을 위한 전용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시장 발전 속도에 맞춰 SAF 사업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도 SAF 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외 바이오 에너지 업체 대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폐식용유 업체 '진샹' ▲폐자원 기반 원료 업체 '대경오앤티' ▲미국 에너지업체 '인피니움' 등에 투자하면서 바이오 항공유 원료 확보 기반을 마련했다. 올해 말에는 SAF 생산 테스트를 진행하고, 2027년까지 울산 CLX에 SAF 생산 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9월부터 대한항공과 SAF 실증 운항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함께 인도네시아에 2600억원을 투자해 바이오원료 정제시설을 착공하기로 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2026년을 목표로 충남 대산공장 내 일부 설비를 연 50만톤(t) 규모의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생산설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국내 정유업계가 SAF 생산에 집중하는 이유는 전 세계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함에 따라 항공업계 내 SAF 수요가 급증한 영향에서다. 특히 항공유는 국내 정유업계 주력 품목인 만큼, 친환경 항공유 수요가 높아지면 정유업계 사업에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내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된다. 기존 연료 시스템을 활용해 사용할 수 있어 별도 항공기 개조가 불필요하고, 폐식용유, 생활·농업 폐기물 등 다양한 원료를 사용해 생산할 수 있어 탄소 감축에 유용하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글로벌 SAF 수요에 대해 ▲2025년 80억톤(t) ▲2030년 230억t ▲2040년 2290억t ▲2050년 4490억t까지 늘 것으로 전망했다. 규모로 보면 2025년 13조원, 2027년에는 28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국내 SAF 상용화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SAF 사업에 과감한 지원을 추진하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달리, 국내는 아직 관련 제도적 기반이 뒤처져 있어서다. 이 때문에 국내 정유사들은 SAF 생산 기술과 구축 계획을 갖고도 생산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SAF 생산을 위한 기술력은 대부분 갖춘 상태다"라며 "SAF 공장을 건설해야 보유 기술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데, 공장 건설 비용이 많이 드는데도 정부의 세제혜택 등 관련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기업 입장에서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물론 정부가 마냥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지난 1월 '석유 및 석유 대체연료사업법(석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내 SAF 생산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다만 여전히 구체적인 시행령은 없는 상태라 정부 차원의 지원·제도가 더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는 게 업계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SAF 관련 인프라 부족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지금 당장은 무리고, 2026년~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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