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사 모두 전분기比 이익 개선···평가손 환입 반영전기차 성장률 반토막···포스코퓨처엠, 생산량 조절설비투자는 예정대로···에코프로도 헝가리에 집중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으로 양극재 업황이 불투명한 가운데 대부분의 기업이 생산계획을 속도조절 하기로 했다.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저조하면서 시장 수요에 맞게 대응하자는 취지다. 반면 엘앤에프는 유럽 중심의 수요가 강세를 보여 생산량을 오히려 확대하기로 했다.
전기차 캐즘에도···K양극재, 손익 개선
9일 엘앤에프는 올해 1분기 매출 6357억원, 영업손실 203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개 분기 연속 적자가 발생했으나 전 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손실 폭을 약 800억원 줄였다. 엘앤에프는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판매 손실 및 재고자산 평가손실 832억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역래깅(원재료 투입 시차에 따른 이익 감소) 탓에 손익이 악화됐다는 뜻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주요 4개사 가운데 실적을 가장 빨리 끌어올렸다. 1분기 영업이익은 379억원으로 1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번 실적은 전년보다 87% 증가했고 전 분기와 비교해 1100억원 이상을 끌어올린 수치다.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의 생산판매 호조와 N65(니켈 함량 65%), N85(니켈 함량 85%) 양극재의 평가손실 환입 효과가 컸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양극재 부문의 판가 하락에도 분기 최대 판매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와 비슷한 매출을 기록했다"며 "N86은 단결정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개선으로 소폭 마진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어 "N65의 경우 전분기 평가손실로 인식했던 재고 물량이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평가손 환입(약 467억원)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에코프로의 양극재 생산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도 4분기 1147억원 적자에서 1분기 6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됐다. 450억원 규모로 추정된 재고 평가손 환입 효과가 컸다. 다만 매출은 전기차 수요 둔화로 청주 생산공장의 양극재 수출 물량이 줄어들었고 ASP(평균판매가격) 약세에 1년 만에 40% 떨어졌다.
양극재 중심의 LG화학 첨단소재사업부는 1조5834억원의 매출과 14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4분기 대비 영업이익은 2배 이상 늘었으나 1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약 1조원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계절적 영향과 고객사의 재고조정 여파가 반영됐고 양극재 원재료를 탄력적으로 수급하지 못해 평가손 환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기차 부진 장기화···속도조절 시사
엘앤에프를 제외한 3개사는 일제히 생산량을 속도 조절하기로 했다. 재고 평가손 환입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졌으나 일회성 요인에 그치고 전기차 수요가 지속 둔화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16.6%를 기록해 작년 성장률(33.5%) 대비 16.9%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퓨처엠은 1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업황 조정기를 기회로 음극재에서도 풀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등 성장전략의 질적 내실화를 위해 생산능력 일부에 대한 투자 시점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5만톤의 양극재 증설 계획과 낮은 가동률을 보이고 있는 천연흑연의 증설계획을 2026년 이후로 순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전년보다 2배 늘어난 2조8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CAPEX)는 유상증자를 통해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25일 실적 발표 당시 "포스코퓨처엠의 유상증자 여부를 상반기에 결론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60%이지만 목표 부채비율이 200% 미만이라 외부 차입이 아닌 주주에 손을 벌리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에코프로도 1조5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그대로 집행하기로 했다. 사측은 "이중 상당 부분은 상반기 상업 생산 예정인 헝가리 공장에 들어갈 것"이라며 "현재 계획된 일정에 차질 없이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필요한 투자 자금은 수출입은행 등 국가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차입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양극재 투자 일정 변동 사항과 관련해 "중장기 캐파(CAPA : 생산능력) 계획 변경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증설 타이밍은 유연하게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올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양극재 물량을 9만톤까지, 2026년에는 이를 20만톤까지 늘리기로 했다. 미국 내 생산량은 2026년 1만톤에서 2028년에는 6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엘앤에프는 당초 올해 양극재 출하량을 최대 5% 하락으로 전망했으나 이를 3~5% 성장으로 수정했다. 원통형 배터리뿐만 아니라 유럽향 미드니켈(Mid-Ni)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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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jojolove7817@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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