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새 은행 지점 수 890개 증발···사상 최대 실적에도 셔터 내려디지털 전환이 부른 인력·점포 '슬림화'···브레이크 건 금융당국수익성과 공공성 사이 '딜레마'···금융 취약층 품을 대안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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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 슬림화 바람
AI·디지털 전환 가속화
오프라인 점포 대거 축소
우리은행, 37개 지점·출장소 통폐합 결정
5년간 17개 은행 점포 890곳 감소
2023년 5대 은행 점포 92곳 줄어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점포 이용 감소
AI·디지털 중심 구조로 체질 개선
임대료·인건비 부담 완화 목적
금융당국, 과도한 점포 폐쇄에 제동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 접근성 우려
점포 폐쇄 시 영향평가 등 절차 강화
이동점포·특화점포로 금융 공백 보완 시도
은행대리업 등 대체 서비스 제도 개선 필요
취약계층 보호 위한 유연한 규제체계 요구
이는 지난해 연간 폐쇄 규모인 28곳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지난 2024년 11월 21곳을 통폐합한 이후 가장 큰 폭의 조직 정비다. 통폐합이 마무리되면 우리은행 영업점 수는 656곳에서 619곳으로 줄어들게 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점포 조정은 단순한 축소라기보다는 이용 수요 변화와 금융환경 변화를 반영한 영업망의 합리적 재배치 차원"이라며 "최근 비대면 채널 이용 확대 등으로 점포 이용 패턴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저이용 점포를 중심으로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몸집 줄이기' 박차···5년새 890곳 감소
영업점 '군살빼기'는 비단 우리은행만의 일이 아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7개 은행의 지점(출장소 포함)은 총 5514곳으로 집계됐다. 2020년 말 6404곳과 비교하면 5년 사이 890곳 감소했다. 매년 평균적으로 180곳에 달하는 점포가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경신에도 불구하고 점포 축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지점·출장소 현황을 분석한 결과, 1년 새 점포는 92곳이 줄어들었다.
이 기간 신한은행이 693곳에서 650곳으로 43곳 줄어들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어 우리은행이 684곳에서 656곳으로, KB국민은행이 800곳에서 773곳으로 각각 28곳, 27곳 줄어들었다.
반면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지점·출장소 수는 608개로, 1년 동안 5곳 늘어났다. 지점은 1곳 폐쇄됐지만, 출장소를 6곳 늘려 전체적으로는 영업점이 증가하는 효과를 냈다. 같은 기간 NH농협은행도 지점 폐쇄 없이 출장소만 1곳 늘렸다.
이는 경쟁사 대비 영업점 수가 적은 하나은행이 점포 축소가 일반화된 흐름 속에서 고객 접점을 유지하면서도 운영 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는 '출장소' 형태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단순한 오프라인 채널 확대라기보다는 고객 수요와 영업 전략 변화에 따른 재배치"라며 "최근 중소기업 및 기업금융 중심의 거래 기반이 확대되면서 산업단지나 기업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 거점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어 일부 출장소 및 특화 점포를 신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체질개선이냐, 공공성이냐···"금융 접근성 보완·강화"
은행권에 부는 슬림화 바람 속에는 '체질 개선'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미 모바일·인터넷 뱅킹이 일상화되면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점포 폐쇄→직원 감축'이라는 수순 안에서 단순히 비용 절감을 넘어, 노동 집약적인 기존 구조를 AI와 디지털 중심의 기술 집약적 구조로 완전히 탈바꿈하려는 체질 개선의 과정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과도한 점포 폐쇄가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부터 점포폐쇄 절차 적용 예외에 해당했던 1km 내 점포 간 통·폐합도 영향평가 등 사전 절차를 준수해 결정되도록 개선하고, 광역시 외 지역에서 점포폐쇄를 하는 경우 지역재투자평가에서 감점을 확대했다.
점포 운영과 관련해 생산성·효율성을 포기할 수 없고, 사회적으로는 공공성을 요구받는 딜레마에 빠진 시중은행들은 이동점포·특화점포로 금융 공백을 메운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점포 통폐합을 예고하면서 "점포 재배치와는 별도로 디지털 채널 고도화, 특화점포 운영, 금융교육 확대 등을 통해 금융 접근성은 지속적으로 보완·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점포 수 자체보다는 고객 중심의 효율적인 영업망 구조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두고, 효율성과 포용성을 균형 있게 고려한 운영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동·특화 점포 확대나 대체 서비스가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편의성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는 은행대리업에 대해서도 제도적 여건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동점포 활용은 해외에서도 비용 대비 효율성이나 이용률 측면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한 바 있다"며 "현재 은행업 위탁 범위와 관련된 은행법이 개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시범운영을 통한 은행대리업 활성화는 큰 한계가 있어 법·제도 여건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도 "은행대리업은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가속화되는 점포 소멸 환경 속에서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방어하는 최후의 안전망으로 기능해야 한다"며 "진정한 연착륙을 위해서는 상생의 비용 분담 모델과 유연·정교한 규제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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