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소뱅과 경영 통합부터 지분 매각 염두 분석3가지 협상 시나리오 '통매각·부분 매각·현상 유지'"섣불리 결정내리면 안 돼···충분한 시간 갖고 판단"
그동안 네이버는 라인야후 지분 일부를 내주더라도 동남아로 대표되는 핵심 사업권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방점을 찍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내부에서도 이런 목표를 최우선에 두고 소프트뱅크와 협상에 나서고 있었는데 이번 입장 전달로 라인야후 사태는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
라인 경영권, 사실상 통합 때 넘겼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11월 사이버 공격을 받은 네이버클라우드가 '라인야후' 고객 개인정보 51만여건을 유출한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총무성은 올해 3월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행정지도를 내렸다. 그러나 라인야후 개선책은 그에 미치지 못했고, 총무성은 지난달 "7월 1일까지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으라"며 데드라인까지 정해 강하게 압박했다.
일본 정부의 두 차례에 걸친 행정지도는 사실상 네이버로 하여금 소프트뱅크에 회사를 팔고 떠나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은 지난 10일 행정지도는 '경영권 관점'이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라인야후와 소프트뱅크를 동원해 네이버 압박을 지속하는 상태였다.
실제로 라인야후는 지난 8일 2023 회계연도 결산 설명회를 통해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해 기술적인 협력 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네이버 떼내기를 공식화했다. 그러면서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라인야후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사내 이사직에서 제외했다.
소프트뱅크 역시 다음날 진행된 결산 설명회에서 "라인야후의 지주사인 A홀딩스의 지분을 머저러티(과반수 이상)을 갖는 것을 논의 중"이라며, 네이버보다 더 많은 지분을 갖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네이버도 그 다음날 "회사에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며, 조심스레 지분매각 가능성을 인정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 전부터 라인야후의 지분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던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두 회사의 통합법인 설립이 있던 2020년 전후 상황에 따른 추정이다.
네이버 라인은 2018년 영업손실이 4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메신저 사업 자체가 무료 서비스라 시너지를 낼 무언가가 필요했다. 대표적인 게 결제서비스를 필두로 한 커머스 시장 장악이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카카오톡도 포털과 커머스를 중심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당시 일본에서는 최대 포털과 결제 시장 인프라를 갖춘 소프트뱅크(야후재팬)가 네이버에 눈에 띄었고, 라인의 지분을 주며 경영통합을 이뤘다는 얘기다. 이때 사실상 일본 내 라인사업의 경영권을 소프트뱅크 쪽에 넘겨줬는데, 네이버로서는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신저만 서비스하다 손실만 내고 철수할 것이냐,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왕좌에 올라 지분만큼의 수익을 창출할 것이냐, 당시 네이버는 이런 선택의 기로에 있었다"면서 "네이버는 그 당시부터 장기적으로 엑시트를 염두에 두고 경영통합을 이룬 게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지난 10일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도 "2019년에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 통합을 선언했고, 2021년 중간 지주사에 해당하는 A홀딩스가 출범했다"면서 "이 과정부터 네이버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었던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네이버-소뱅 지분 협상 시나리오 '세 가지'
그런데도 두 회사의 지분매각 협상 주도권은 네이버에 있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현상 유지로 기조를 잡아도 무관하다. 우리 정부도 네이버의 결정에 따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공고히 했다.
반면 소프트뱅크는 일본 총무성으로부터 물밑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구체적인 대응책 요구에 대한 행정지도 시한이 오는 7월 1일까지라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
네이버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말 그대로 현상 유지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대해 보안을 강화하고 구체적 대응책만 내놓는 방안이지만, 사실상 지분 매각을 압박 중인 일본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분을 통매각하고 라인 사업에서 손을 떼는 방법도 있다. 현재 라인야후의 시가 총액은 약 25조원에 이른다. 이 중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 지분가치는 약 8조원으로 추정되며, 통매각 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10조원에 달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전부 인수하기엔 재무적 부담이 큰 상황이라 이는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지막 유력 방안은 '부분 매각'이다. 네이버는 일본 사업은 넘기더라도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업은 챙기고 싶어 한다. 현재 이 사업은 라인야후가 100% 지분을 가진 중간 지주사 Z인터미디어트글로벌(전 라인코퍼레이션)의 완전 자회사 '라인플러스'가 맡고 있다. 이 회사는 한국에 본사를 둔 대표부터 직원까지 모두 한국인인 법인이다. 다만 계열구조상 다양한 회사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양 측의 조율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최선의 결과 내려면···"7월 1일, 데드라인 활용하라"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선 일본 총무성의 '데드라인'(7월 1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라인을 그대로 넘겨줄 경우 기술 유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건 단순한 기업 문제를 넘어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당장은 (정부의 이해관계가 얽혀) 네이버가 어떤 것을 원한다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소프트뱅크의 의도대로 빠르게 합의하지 말고, 일단 시간을 둔 채 상황을 지켜보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위정현 IT 공정과 정의를 위한 시민연대 준비위원장(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장)도 "현재 네이버는 어떠한 결정을 내려도 불리한 부분이 많다"며 신 교수의 의견에 힘을 더했다.
그는 "통매각을 하게 되면 부정적 꼬리표가 붙게 될 수 있으며, 지분을 그대로 갖고 가도 (일본 정부에) 괘씸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압력 하에 매각하지 않는 무효화가 제일일 듯 하다.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이를 위해) 일본 정부가 제시한 데드라인을 없애거나, 연장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김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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