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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HLB 허가 불발'에 바이오업계도 긴장···'책임의식' 한목소리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HLB 허가 불발'에 바이오업계도 긴장···'책임의식' 한목소리

등록 2024.05.21 08:58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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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곤 회장 '신약허가' 확신에 주가 요동 결국 美 FDA 문턱 못 넘어···신뢰 추락 우려 업계 "후폭풍 예상했을 것, 신중한 발언 필요"

진양곤 HLB 회장이 '리보세라닙'과 관련해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CRL(보완요구서한) 수령 사실을 밝히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진양곤 HLB 회장이 '리보세라닙'과 관련해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CRL(보완요구서한) 수령 사실을 밝히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HLB가 자신하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진출이 끝내 불발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HLB는 물론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국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통 임상3상을 끝내고 규제당국으로부터 최종 허가받는데 성공하는 비율은 60% 정도다. 특히 신약은 변수가 많아 허가 성공 가능성이 낮은데 이를 간과했던 것 같다"며 "게다가 확신에 찬 (진양곤 회장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전달되고 이게 주가에도 반영된 모양새였기에 더 신중했었어야 한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앞서 HLB는 간암 1차 치료제로 자사의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병용 요법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승인을 기다렸지만 지난 17일 결국 보완요구서한(CRL)을 수령하며 허가에 실패했다. CRL을 수령했다고 해서 임상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FDA가 지적한 사안을 수정·보완한 후 다시 신약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FDA는 수정·보완한 내용을 받고 최장 6개월 이내에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신약 허가 불발로 HLB를 포함, 그룹주는 무더기로 하한가를 맞았다. HLB는 FDA의 벽을 넘지 못한 여파가 지속되면서 지난 17일에 이어 20일에도 하한가가 이어져 전 거래일보다 2만100원(29.96%) 내린 4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불발 소식이 전해지기 전날인 16일 종가와 비교해서는 51% 하락했다.

이틀 사이 그룹주의 시가총액도 6조원 넘게 증발했다.

업계는 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 신약 승인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쳐왔기 때문에 기대가 높았을 거란 설명이다.

실제 진양곤 HLB그룹 회장은 지난 달 유안타증권 GWM반포센터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미국 FDA의 HLB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 허가를 확신한다"고 했으며, 회사 관계자도 "1%의 위험은 있지만 승인을 99% 확신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회사는 조속한 상용화를 위한 준비도 마쳤다. 회사는 론칭 시점을 8월 중순으로 앞당기기 위해 마케팅 인력을 대폭 확대했고 광고 시안은 물론 상표명 등록도 마쳤다. 처방의 대상 사전 영업도 진행했다.

회사가 미국 허가를 자신했던 이유는 임상3상 결과에 있다.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간암 1차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통해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글로벌 임상3상 결과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 투여군은 22.1개월에 이르는 역대 최장의 생존기간을 입증했다. 기존 승인된 간암 1차 치료제 중 가장 생존 기간이 긴 로슈의 표적항암제 '아바스틴'과 면역항암제 '티쎈트릭' 병용 요법(19.2개월)에 비해 생존기간을 크게 늘렸다.

특히 아바스틴 등 기존 항암제는 간암 1차 치료에서 환자의 간기능이나 위장관출혈 등의 문제로 치료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반면,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은 환자의 간기능 정도(ALBI 1,2등급)에 상관없이 환자의 전체생존기간(mOS)과 무진행생존기간(mPFS)에서 일관된 치료효과를 입증했고 위장관출혈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캄렐리주맙 CMC(제조공정) ▲BIMO(생체연구모니터링프로그램) 실사 등이 문제가 됐다. 진 회장은 CRL 수령 직후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리보세라닙은 문제가 없으나,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과 관련해 (항서제약 측) 답변이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FDA 심사과정에서 항서제약이 지적을 받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임상을 진행한 주요 사이트를 확인하는 절차인 BIMO 실사가 여행제한 문제로 마무리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업계에서는 HLB의 섣부른 의사소통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FDA 승인은 마지막까지 예측불허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선 제약업계 관계자는 "주주와 기업 입장에서 주가부양은 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오너의 발언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고, 산업계 전반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진 회장도) 허가 불발시 발생할 수 있는 후폭풍을 예상했을 텐데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은 건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도 "코로나19 판데믹 당시 주가부양을 위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던 일부 기업들로 인해 업계 전체에 대한 신뢰가 저하됐고, 투심도 크게 악화됐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까봐 우려스럽다"며 "시장 전체를 고려한다면 신약허가 과정을 보수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투자 컨퍼런스(바이오 USA)나 주요 학회(ASCO 등)을 앞두고 투심이 개선되는 상황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HLB가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제약바이오 섹터 전체에 대한 신뢰 회복하는데 다소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실적이 있고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이 있는 제약사와 일부 바이오텍가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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