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셀트리온·SK바이오팜 통해 韓 기업 인지도 ↑미중갈등 상황서 중견 CDMO 수혜 기대감, '바이오 안보' 화두
세계 최대 바이오산업 전시회인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이하 바이오USA)이 지난 6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가운데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10일 이같이 말하며 행사에 대한 개인 소회를 밝혔다.
이번 바이오USA는 미중갈등 속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방문한 한국 기업들로 붐볐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약 70개국에서 온 1만9000여명 중 한국인 참가자수는 악 1300명으로 주최국인 미국 다음으로 많았다.
바이오협회와 코트라가 지원하는 한국관 내 부스 참가 국내 기업 및 기관은 총 41곳으로 전년보다 20곳 이상 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개별 기업 부스까지 더하면 50곳이 넘었다.
국내 기업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도도 높아졌다. 한국관에서는 총 400여 건의 상담이 이루어졌으며 기업 부스와 공동상담장 외에도 비즈니즈 포럼 미팅 장소에서까지 꾸준히 상담이 이루어졌다. 황주리 바이오협회 교류협력본부장은 "개막 전 글로벌 빅파마들과 사전 미팅을 가졌는데, 이들이 약속을 잡은 기업 90%가 한국 회사였다. 한국기업들의 열의만 높은게 아니라 우리를 파트너로 원하는 빅파마 니즈도 강한 상태"라고 했다.
이는 많은 제약사들이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여파로 중국 기업들을 대체할 수 있는 새 파트너사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이 구축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위상과 기술력을 보고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생물보안법은 중국 바이오기업들의 미국 내 거래 제한을 주요 골자로 한다. 글로벌 CDMO 기업인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도 미국 시장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올해 행사에도 불참하는 등 생물보안법 여파가 가시화되고 있다.
가장 주목 받은 수혜기업은 글로벌 수준의 CDMO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다. 회사가 꾸린 단독 부스에는 하루 평균 1000명 이상, 총 4000명 이상이 찾았으며 미팅도 총 90여건 진행됐다.
존림 사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생물보안법의 영향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전시회·학회, 웨비나 참석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최근 고객사들로부터 수주 관련 문의가 2배 이상 늘었다"며 "미중갈등은 앞으로도 지속될 거다. 우리에겐 좋다. 계속 대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상에 힘입어 국내 중견 CDMO 기업들에게도 수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차바이오텍의 미국 CDMO 자회사인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 폴 킴 대표는 4일 간담회 자리에서 "삼성이 항체의약품을 중심으로 CDMO 시장에 진입해 빠른 성공을 거뒀고, 그런 점에서 우리도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미국에서 우시바이오로직스에게 수주를 맡긴 기업 절반 이상은 지금 (거래처를) 변경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우리 측에서 확인했다. 그런 측면에서 마티카 바이오와 같은 신생 CDMO 기업에겐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며 "특히 CGT 분야에서는 30년 이상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끝까지 이 분야에서의 리더십 포지션을 갖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2년 6월 출범 후 3년 연속 바이오USA에 참가하는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단기적으로는 미중갈등의 직접적 수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기대해볼 수 있겠다"며 "실제 우리가 타깃하는 잠재 고객사가 우시바이오로부터 거래처를 옮기려 하고 있고 다수 업체가 컨택해오고 있어 꾸준히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만난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생물보안법은 한국 기업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받을 수 있는 수주계약이 다 찾을 땐 에스티팜이나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등 중견 기업들이 수혜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일본 후지필름 등 일본기업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일본은 이례적으로 정부가 지원에 나서며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우리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약개발 기업들에 대해서도 역대급 관심이 모아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과 같은 대형 규모(43평·139㎡)로 부스를 꾸린 셀트리온은 올해 바이오USA 전체 기간 동안 1600명 이상이 부스를 방문해 전년 대비 2배 이상 많은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기업들과의 미팅은 목표로 했던 150건을 초과 달성해 글로벌 시장에서 높아진 셀트리온의 위상과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올 초 신약 '짐펜트라'가 출시되고 바이오시밀러 사업도 잘 되고 있어 미국 내 셀트리온의 밸류가 올라간 것 같다. 바이오텍들은 이제 임상에 성공해 세일즈를 해나가야 하는 단계이지만 우리는 제품화와 세일즈에 성공해 직접적인 매출을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행사에서는 제품은 물론 유통 세일즈, 바이오 클러스터, 오픈이노베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미팅을 가지면서 합병 이후 바이오 산업의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한 셀트리온 사업 영역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잠재적 파트너십 마련을 도모했다"고 말해다.
SK바이오팜·SK바이오사이언스 등 SK 바이오 계열사들도 올해 처음으로 홍보관을 운영했는데, SK그룹 및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소코프리)의 인지도 영향으로 하루 평균 400명 이상이 부스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상무) 또한 직접 사업개발(BD) 팀을 이끌며 미팅을 진행했다. 회사가 진행한 미팅 건수는 총 200건에 달했다.
이번 행사에는 왕윤종 국가안보실 제3차장과 최선 과학기술수석실 첨단바이오비서관, 김현욱 경제안보비서관 등 대통령실과 외교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국장급 정부 인사들이 참석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론자 등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부스를 차례로 방문하기도 했다.
국제 바이오 행사에 정부 고위급 인사 여럿이 참관한 건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현 정부가 바이오 의약품 공급망 이슈에 주목하고 이를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방안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왕 차장은 "지금까지는 바이오를 안보 개념으로는 안 봤다. 이제부터는 보건안보 측면으로 볼 필요 있다고 느껴 정책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도 '바이오 안보'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기회를 찾아야한다고 강조한다.
이동훈 사장은 "이번 바이오USA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중국 기업의 위축이다. 우시가 불참하면서 이른바 노른자위 땅, '명동' 자리에 SK팜테코가 들어가는 행운을 얻었다"며 "우시뿐만 아니라 제약바이오의 가치사슬에 종사하는 중국 제조공장지원(CMC), CMO(위탁생산), CRO(임상시험수탁) 기업들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며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인 스피드, 저렴한 가격, 품질 등은 인도나 유럽에서 대체하기 어렵다. 이 시점에 한국 업체가 치고 들어갈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기회는 존재하기에 앞으로 산업 가치사슬이 어떻게 재편되는가를 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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