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발성폐섬유증' 글로벌 제약사 관심 늘어···시장 규모 10조원 넘을 듯 환자 모집 약 90% 진행, 인종도 다양···기술이전 '긍정' 시그널유효성 미입증 'BBT-401' 제형개발 나서···"바이오 투자 환경 아쉬워"
지난 4일(현시지간) 미국 샌디에이고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퍼런스'(이하 바이오USA) 현장에서 만난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이사는 이같이 말하며 'BBT-877'의 연내 기술이전 가능성에 기대감을 표했다.
숨은 환자 많고 좋은 약 없는 IPF···시장 잠재성 커 빅파마 관심
바이오USA는 미국 바이오협회가 주최해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산업 행사다. 매년 전 세계 2만명이 넘는 업계 관계자들이 모이는 만큼 기술이전, 신약 공동개발 관련 최적의 파트너링 행사로 꼽힌다.
이 대표도 기업 발표(Company Presentation) 및 사업개발 협의 진행을 위해 현장을 찾았다.
브릿지바이오는 3년 연속 발표 기업으로 선정됐다. 기업발표의 경우 회사의 파벨 프린세브(Pavel Printsev) 사업개발 디렉터가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IPF 및 폐암 영역의 주요 임상 과제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을 소개했으며, 향후 성장 비전 및 전략을 공유했다.
이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및 파트너링 논의에 집중했다.
이 대표는 "올해 50여건의 미팅이 잡혔다. 일본 회사를 포함해 빅파마가 15곳 정도 되고 매출 규모가 1~2조원 되는 빅바이오텍도 몇군데 있었다"며 "대부분 BBT-877로 만났다. 그동안 빅파마들과 직접 미팅을 진행한 적은 별로 없었는데 지난 1월 JP모건 행사 이후 미팅이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빅파마들의 관심사가 간, 폐, 신장 쪽 질환으로 넓어지고 있는데 특히 IPF에 대한 관심히 확 늘었다. 아직 좋은 치료제가 없고 생각보다 환자 수가 많다고 생각해서 인 것 같다"며 "IPF는 10만명당 평균 1~2명 발병하는 희귀질환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건강검진이 활성화돼있어 10만명당 5명 이상 발병한다. 업계에선 진단이 이뤄지지 않아서 환자 수가 적은 것이지 생각보다 환자가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 나온 약물들은 독해서 질환 초기 환자들에게 못 쓰게 한다. 현재 약물 시장이 5조원 정도인데, 좋은 약이 나오면 향후 15~20조원까지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150조원에 달하는 항암제 시장에 비하면 턱없이 작지만, 항암제는 제품이 100개 이상 된다. 하지만 IPF는 한 제품이 5조원을 하는 거다. 전체 약물이 2~3개 정도밖에 없어서 희귀질환 시장에선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며 "작년까지 관심 없어하던 빅파마들도 문의를 넣고 있어 기분이 좋다. 빅파마 입장에선 제대로 임상하는 곳을 찾고 있는데 우리는 (BBT-877 임상에) 풀(full) 베팅하고 있다"며 "임상 환자 수도 120명(약물군 60명, 위약군 60명)으로 많다. 대부분은 약물군 20명, 위약군 20명으로 간보기 임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IPF는 폐실질의 섬유화가 점점 진행되는 간질성 폐렴(ILD)의 일종이다. 폐섬유증은 서서히 진행되다가 급격히 악화하는 특징이 있어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약 40%에 불과하다. 희귀질환이지만 미국에서는 한 해 약 5만명이 이 병으로 사망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시장은 매년 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2030년 75억 달러(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BBT-877 환자 모집 88% 이뤄져···의료진 반응 긍정적
브릿지바이오가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구 레고켐바이오)로부터 도입해 자체 개발 중인 'BBT-877'은 경구용 오토택신 저해제다. IPF 등 다양한 섬유화 질환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규 표적 단백질 '오토택신'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신약 후보물질이다. 지난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50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하는 성과를 냈지만 임상 1상 단계에 있던 잠재적 독성 우려로 1년 만에 기술반환됐다.
그럼에도 회사는 연구개발에 매진, 지난 2022년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환자 대상 임상 착수를 위한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통지 받고 작년 4월 환자 투약을 개시하는 등 글로벌 임상2상을 순항하고 있다.
전체 목표 인원은 120명이다. 인터뷰 당일 기준 105명 등록이 완료되며 약 88% 목표 달성이 이뤄진 상태다.
이 대표는 "환자 모집도 경쟁이다. 빅파마가 진행하는 다른 큰 임상이 있으면 그쪽으로 환자가 쏠리기 쉽다. 또 우리는 한국 바이오텍이라 삐딱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럼에도 환자 모집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희망적이라고 본다"며 "이는 의사들이 약물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간접 증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국가 임상이라는 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에서 의사 파업 이슈가 있어도 미국, 호주, 이스라엘, 폴란드 등 5개국 50여개 임상시험기관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니 전체적으로 큰 영향은 없는 상황"이라며 "또 미국은 인종 다양성을 매우 중시한다. 아시아지역에서말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라면 (다양한 인종 대상 임상은) 의무에 가깝다"고 했다.
현재 'BBT-877' 임상2상은 이중맹검(Double-Blind) 조건으로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접근 가능한 데이터를 내부적으로 분석한 결과, 해당 질환의 대표적인 생체 지표(바이오마커)로 꼽히는 노력형 폐활량(FVC)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수준의 효능 및 안전성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12주 측정 기준에서의 BBT-877 임상시험 환자들의 전체 FVC 변화 평균은 경쟁과제 대비 우수한 약효를 가능해볼 수 있을 정도로 판단된다"며 "이를 토대로 향후 임상 진행 속도를 최대한 높여 데이터 도출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고, 이를 기반으로 기술이전 협상에 탄력을 얻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을 통해 약물 안전성은 꾸준히 확인되고 있으므로 빅파마 등 잠재 파트너사들과 논의를 이어가고자 한다. 계약 규모를 상회하는 수준의 조 단위 기술이전을 연내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기전 IPF 치료제 개발 지속···바이오 투자 인식 변화 필요
이밖에도 회사는 IPF 치료 후보물질 'BBT-301'과 'BBT-209', 비소세소폐암 표적치료제 'BBT-207', 궤양성 대장염(UC) 치료제 'BBT-401' 등도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회사는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병하는 IPF 질환 특성을 고려해 서로 다른 기전의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각 물질의 단독요법을 비롯한 병용 개발 전략도 고려중이다.
임상시험계획(IND) 제출 준비 단계인 'BBT-301'은 cAMP 증가제로, 항섬유증 효과가 있는 cAMP의 세포내 농도를 증가시켜주는 기전이다.
작용기전 측면에서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임상 3상 단계 과제인 'BI1015550'과 유사하다. 하지만 'BBT-301'은 1990년대에 신경계 질환 약물로 허가받아 오랫동안 처방된 약물 재창출 신약인 만큼 안전성이 확인됐다는 특징이 있다.
이 대표는 "작년 12월 FDA와의 Pre-IND 미팅을 통해 추가적인 동물 독성시험들과 임상1상을 면제받고 바로 환자를 대상으로 효력 확인을 위한 임상을 개시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됐다"며 "이를 기반으로 IND를 준비하고자 한다. 우선 자체적으로 약효가 있는지 본 이후 병용임상도 고민할 것"고 했다.
'BBT-209'는 GPCR19라는 새로운 표적단백질에 작용함으로써 세포 내의 염증복합체의 활성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약물로, 안전성이 매우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 대표는 "회사가 BBT-877을 개발하며 IPF에 대한 전문 역량과 더불어 전세계 주요 연구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탄탄히 쌓아가고 있는 만큼, 해당 질환 영역에서의 다양한 기전을 바탕으로 한 약물 개발을 통해 과제 가속화 및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BBT-401의 경우 지난해 임상 2a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기대치가 대폭 낮아진 바 있다. 다만 이 대표의 솔직한 발표가 나오면서 회사에 대한 신뢰가 재확인되기도 했다.
관련해 이 대표는 "좋은 바이오 투자 시장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선 사실 그대로를 밝혀야한다는 입장이다. (파이프라인을) 완전 죽인 건 아니다. 파트너사인 대웅제약과의 공조를 토대로 제형개선 방향 등을 수립하고 있다"며 "공개 가능한 업데이트가 발생하는 시기에 파트너사의 협력에 기반해 함께 발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달 예정인 주주배정 유무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토대로 사업개발 성과를 조속히 실현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겠단 계획도 밝혔다.
이 대표는 "자금 조달을 통해 임상 개발 단계의 핵심 과제들에 충분한 동력을 확보하고 잠재적인 재무 리스크 및 불확실성(관리종목 지정 가능 요인)을 해소할 예정"이라며 "이와 동시에 비용 집행의 효율화, 주요 임상 기능의 내재화 등을 실현해 나가고 있어 이에 따른 개발 비용 절감 효과 및 경영 효율화를 더욱 가속화해 선보이고 사업개발에 따른 성과를 도출해 현금흐름을 창출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지 못하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바이오산업은 회사 자체의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생태계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며 "회사가 임상 단계에 들어서면 R&D에 2~3배 이상 써야하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상장 후 3년이 지나면 돈을 안 쓴다. 회사라면 수익을 내야 한다는 관념과 그에 맞는 상장 유지 조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거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할 때 우리는 (자금 부족으로) 임상 속도를 느리게 가거나 아예 중단한다. 결과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남아있음에도 경쟁력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기술이 좋은데 한국 기업이라 기회를 얻지 못하는 케이스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 조달 방법으로) 바이오 기업간 M&A를 하는 것도 옵션 중 하나이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주변에서는 기술력 있는 기업과 M&A를 하라고들 하나, 적자 폭이 커지다보니 관리종목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며 "오리온-리가켐 인수 때를 보면 바이오텍을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인식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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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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