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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은행권 슈퍼앱 서비스 속도 내는데···IT부서의 깊어지는 고민

금융 금융일반

은행권 슈퍼앱 서비스 속도 내는데···IT부서의 깊어지는 고민

등록 2024.07.15 15:50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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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슈퍼앱···금융당국 규제완화 수년째 '공염불'금융권 "맞춤형 서비스 위해 고객정보 공유 필수적"전문가 "금융산업에도 긍정적···점진적 규제 풀어야"

은행권 슈퍼앱 서비스 속도 내는데···IT부서의 깊어지는 고민 기사의 사진

주요 시중은행들이 '슈퍼앱' 서비스 확장에서 속도를 내는 가운데 현업부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 규제를 풀어주겠다던 금융당국이 수년째 공염불만 외치고 있어서다.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 소비자 편익 제고와 금융 혁신을 위해 금융당국의 조속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계열사간 데이터 활용 및 공동영업 활성화'를 올해 업무 추진계획에 담았다. 이를 통해 금융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금융권 혁신을 지원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복안이다.

금융권은 시중은행 모바일뱅킹 앱을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한 '슈퍼앱' 고도화를 추진해왔다. 그간 금융소비자들은 은행, 보험, 증권, 카드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각각의 앱을 설치해야했다. 하지만 최근 금융지주들이 앞다퉈 출시한 '슈퍼앱'은 계열사의 흩어진 앱들이 하나로 통합돼 고객 편의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 KB스타뱅킹'을 앞세워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은 이달 'KB스타뱅킹 미니'를 없앴다. 앞서 KB스타알림, 리브, KB마이머니, KB스마트원통합인증 등 대부분의 앱을 정리한 KB국민은행은 이용자 수가 1420만명에 달하는 뉴 KB스타뱅킹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후발주자인 신한금융지주도 지난 12월 '슈퍼 쏠' 앱을 출시하고 뉴 KB스타뱅킹을 추격하고 있다. 현재 신한 쏠 뱅크(584만명), 신한 쏠 페이(553만명) 등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신한금융지주는 계열사의 서비스가 통합된 '슈퍼 쏠' 활성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 밖에 하나은행(하나원큐), 우리은행(우리 원 뱅킹), NH농협은행(NH올원뱅크) 등 금융지주 대부분이 슈퍼앱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하나의 앱에 계열사의 모든 서비스를 담으면 고객을 묶어두는 락인효과는 물론이고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낼 수 있어서다. 카카오뱅크, 토스,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공습이 확대되는 가운데 플랫폼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의미가 깊다.

늦어지는 규제완화에 금융지주 IT부서 혼란 가중


금융지주들의 이 같은 슈퍼앱 고도화 작업은 금융위가 지난 2022년 '금융규제혁신 추진방향'을 내놓은 이후 본격화됐다. 디지털 전환 등 금융산업의 변화에 맞춰 금융사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슈퍼 앱) 등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금융권은 슈퍼 앱을 통해 은행, 보험, 카드, 증권 등 다양한 상품을 고객들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2년째 관련 규제가 풀리지 않아 현재 슈퍼앱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계열사 간 고객정보가 공유되면 금융지주는 고객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병원‧약국에서 카드를 자주 쓴다면 실손보험을, 해외결제가 많다면 여행자보험을 안내하는 식이다. 은행 예금자산이 많은 고객이라면 주식‧ETF 등 금융투자상품을 추천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는 계열사간 고객정보를 공유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3자 정보제공 동의를 한꺼번에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맞춤형 서비스 제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금융사들의 고객정보는 영업과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며 "금융지주의 IT부서들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슈퍼앱 고도화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매년 언급하는 규제완화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각 시중은행마다 1000만명이 넘는 고객들에게 정보이용 동의를 받는 것도 어렵지만 이를 통지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고객정보 이용 관련 민원 발생도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는 금융규제를 완화할 때 금융감독원에 의견을 조회하는 과정이 있다"며 "하지만 금융위와 금감원이 고객정보 공유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규제완화가 수년째 '검토'에만 머물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 "당국 결단 필요하지만 속도조절 필요"


전문가들도 금융당국이 고객정보 활용 관련 규제를 중장기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부작용 등을 고려해 일부 상품부터 점진적으로 정보를 공유해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금융지주의 슈퍼앱은 소비자들의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며 "금융산업 측면에서도 은행의 이자수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다만 규모의 경제에 따라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고 자본력이 높은 주요 금융지주의 점유율만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자동차 보험, 여행자 보험 등 특정 상품에 대한 고객정보를 우선 열어준 뒤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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