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이자 2금융권 추월···금감원 "당국이 바란 게 아냐"은행권 "금리인상은 당국의 의지···자율적 관리 현실성 없다"전문가 "차주 이자 부담만 가중···효과적인 공급 억제 필요"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원장은 전날 오전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최근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 금리 인상에 대해 "1금융권과 2금융권의 이자 역전 현상은 일종의 왜곡 상황이며, 은행과 문제점에 대해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최근의 은행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2일 금감원 임원회의 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다. 당시 이 원장은 "성급한 금리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확대는 안정화되던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지난 2개월 동안 시중은행들은 총 22차례나 주담대 금리를 인상했다.
은행 주담대 평균금리 3.6% 이상···보험사 최저금리 3% 초반대
당시 시중은행들이 이 원장의 발언을 '대출금리 인상' 주문으로 받아들이면서 1금융권의 주담대 금리는 2금융권보다 높게 형성된 상태다. 은행연합회에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분할상환 만기 10년 이상 기준 주담대 평균금리는 ▲국민은행 3.60% ▲신한은행 3.68% ▲하나은행 3.75% 우리은행 3.68% ▲농협은행 3.83% 등이다.
반면 보험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주담대 금리 하단은 각각 연 3.59%, 3.19%로 나타났다. 시장금리 하락에도 은행의 가산금리가 인상되면서 보험사의 주담대 금리가 은행권보다 낮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하지만 은행권의 금리인상 카드는 가계대출 억제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7월 말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59조7501억원으로, 전월 대비 7조5975억원이나 불어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주담대 잔액은 지난 4월부터 매월 폭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200억원 증가에 그쳤던 주담대는 4월 4조1000억원, 5월 6조원, 7월 5조4000억원씩 증가하며 부동산 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금융권은 이달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난달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권의 금리 인상이 가계대출 억제로 이어지지 못한 건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이자상환 부담보다 더 크게 작용해서다. 9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대출 막차 수요가 쏠린 것도 주담대 급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금감원이 은행권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은행들은 금감원의 감독방향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데, 정작 금감원은 은행의 '자율'만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관치금리'가 시장을 왜곡하며 혼선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권 "당국 더 빨리 움직였어야···금리인상 기조 계속될 것"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라이선스 권한을 갖고 있는 금융당국은 과거 은행의 금리인상을 취소시킬 만큼 강하게 그립을 쥐고 있다"며 "그간 은행들의 금리인상을 관망하고 있었다는 건 (금리인상에 대한)당국의 의지라고 해석할 수 있고, 금리인상이 부적절했다면 더 빨리 움직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금감원은 은행의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은행이 스스로 DSR 규제를 강하게 적용하거나 다주택자 대출을 막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금융당국의 권고나 강제가 없다면 고객들을 납득시킬 명분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금융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일단 국민은행은 금감원장의 발언 직후 내부 회의를 열고 다양한 방식으로 주담대 취급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최장 50년(만 34세이하)인 주담대 대출 기간을 수도권 소재 주택에 대해 30년으로 일괄 축소 ▲신규 주택 구입 대출시 1년 이내, 생활안정자금 대출시 3년 이내로 운영 중인 주담대 거치기간 종료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 같은 방안이 대출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경우 다른 시중은행들도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금리인상에 제동을 거는 금감원장의 발언이 있었지만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고려할 때 시중은행들의 금리인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오를수록 DSR 규제에 따라 대출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은행들의 금리인상을 용인했다고 본다"며 "당국이 DSR 비율을 40%에서 35%로 직접 하향 조정하는 건 나중에 정책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은행들이 금리인상 기조를 멈추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선 은행권의 금리인상을 바라보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시각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금리인상을 통한 수요 억제는 차주들의 이자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는 만큼 서둘러 대출공급을 조일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금감원이 은행권에 직접적으로 금리인상을 주문한 적은 없다"며 "대출 공급을 줄이면 은행의 수익이 쪼그라들기 때문에 금리인상으로 가계대출 관리에 나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1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2금융권보다 높아지면서 은행들은 우량고객 위주로만 고금리 대출을 실행하고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며 "금융업권간 차주의 위험도에 따른 구분이 어그러지면서 우량차주들도 높은 금리를 적용받게 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2단계 스트레스 DSR 등 수요 억제 정책과 더불어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경기대응완충자본 비율 상향 등 공급억제책도 뒤따라야 한다"며 "수요과 공급을 모두 억제하는 정책이 균형적으로 시장에 연착륙하면 시장의 금리 왜곡현상도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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