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보고서를 통해 CBAM 도입 이후 국내 철강 부문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2026년 851억원 수준에서 점차 증가해 2034년부터 5500억원을 상회할 것이란 진단을 내놨다.
이는 국내 핵심 기간산업인 철강 부문에서 글로벌 환경 규제로 인한 재무적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CBAM은 EU에 수출하는 기업에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만큼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탄소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수입품에 대해 인증서를 구매토록 함으로써 EU 생산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비용을 부과한다.
보고서는 CBAM 적용 대상 6개 품목 중 철강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대(對)EU 수출 규모(2023년 42억달러)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산업은 조강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6위, 수출규모 기준으로 세계 3위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타산업의 중간재로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전방연쇄효과가 큰 핵심 기간산업이다.
특히 보고서는 철강품목을 대상으로 CBAM 인증서 구매 비용을 추정했는데, 시행초기인 2026년에는 851억원 수준이나, 2030년 이후 빠르게 증가해 2034년부터 연간 55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점쳤다.
2030년 이후 비용 증가 폭이 큰 배경은 EU가 2030년부터 무상할당을 줄이고 2034년 유상할당 비중을 100%까지 높이기로 했다는 데 기인한다.
박경원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제시한 비용은 CBAM 도입으로 재무적 부담을 지닐 철강산업이 부담해야하는 인증서 가격만을 의미한다"면서 "철강 외에 알루미늄 등 다른 산업이 부담해야 하는 인증서 비용과 이들 생산품을 중간재로 활용하는 연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고려하면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보고서는 철강 등 주요 제품의 내재배출량 자체를 낮춰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특히 EU에 수출하는 주력 제조업의 저탄소 제품 라인업 구축과 저탄소 제품의 국내 시장 안착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EU 그린딜 산업계획,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 등과 같이 기업의 기술혁신을 견인하고 대대적 투자를 창출할 정책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보고서는 CBAM 인증서 구매부담을 낮추기 위해 우리나라의 무상할당비율을 낮추거나 탄소가격을 높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는 "CBAM 인증서 비용은 한국과 EU의 배출권 가격, 무상할당 수준의 차이에 비례한다"며 "다만 대응 목적으로 무상할당 비중을 조정한다면 EU에 수출하지 않는 기업이나 CBAM 대상이 아닌 제품에까지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EU가 무상할당을 축소할 수 있는 것은 탄소누출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CBAM을 도입하였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도 무상할당 비율 조정에 앞서 수입 철강재에 비해 국내 제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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