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옥죄는 은행권···마통 만기 연장은 '이상無'

주담대 누르니 신용대출↑···풍선효과 가시화

국민·신한은행 마통 5000만원만 내주기로

마통 만기연장은 한도 유지···DSR 영향 없어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신용대출 심사 강화에 나서면서 차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마이너스통장은 만기를 연장하더라도 기존 한도가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전날부터 신용대출을 최대 연소득까지만 내주기로 했다. 또 13일부터는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최대 5000만원으로 줄인다.

이에 앞서 KB국민은행도 신한은행과 동일하게 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낮췄다. 당초 1억~1억5000만원이었던 국민‧신한은행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는 이번 조치에 따라 약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게 됐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나란히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낮춘 이유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이에 주요 은행장들은 지난 1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의 간담회에서 투기성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은 물론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심사를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9조3000억원이나 폭증했다. 신용대출 등 주담대를 제외한 기타대출은 올 들어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했다.

은행의 기타대출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5조원이 줄었고, 6월과 7월에도 각각 3000억원, 1000억원씩 감소했다. 하지만 8월 기준으로는 전월 대비 1조1000억원이나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담대 규제 강화와 더불어 여름철 휴가 자금수요, 주가 하락에 따른 저가매수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신규 건이 아닌 기존 마이너스통장은 만기를 연장해도 한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신한은행에서 7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을 연장한다고 했을 때 한도를 초과하는 2000만원을 일시 상환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달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으로 신용대출도 DSR 산정에 포함되지만 기존 마이너스통장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주담대만으로 DSR 한도(40%)를 이미 꽉 채운 차주라도 기존 마이너스통장의 만기를 연장하는 건 문제가 없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최대 연장기간인 10년을 채웠을 경우 '신규'로 취급하기 때문에 은행과 소득, 기대출 규모에 따라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줄어들게 된다. 특히 신규 건은 마이너스통장 한도만큼 주담대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쪼그라든다.

현재는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신용대출을 관리하고 있지만 향후 금융당국이 행정지도를 내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DSR을 산정할 때 신용대출은 실제 만기기간과 상관없이 5년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이 같은 만기 기준을 짧게 하면 DSR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총 대출한도가 축소되는 효과가 있다.

일단 하나·우리은행 등 국민·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시중은행들은 향후 신용대출 증가 추이를 지켜보며 후속 조치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20년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전면 중단했던 사례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마이너스통장은 2단계 스트레스DSR, 대출 한도 축소 등 신규 규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다만 은행들이 스스로 가계대출을 관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증가세가 둔화되지 않는다면 마이너스통장 한도 축소가 은행권 전반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