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하반기 공채 본격화···AI 인재 대폭 늘린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은행 공채 트렌드 변화

채용 규모 30% 줄었지만 ICT 인재확보 총력

전역장교 전형 신설···변호사 등 전문직도 채용

2024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가운데 면접자들이 KB금융그룹 부스에서 채용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e-mail]

은행권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하반기 신규 공개채용 일정을 본격 시작했다. 영업지점 통·폐합으로 전체 채용 규모는 감소했지만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 인재 확보를 위한 경쟁은 치열해진 모습이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중순부터 총 210명 규모의 신입행원 채용을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개인금융 뿐만 아니라 디지털·IT 부문 인재를 대거 채용할 계획이다. 디지털·IT 부문은 다른 직무와 달리 코딩테스트를 통해 선발하며, 약 1년간 영업점 근무를 거친 뒤 관련 본부부서에 배치된다.

신한은행도 지난 2일부터 130명 규모의 하반기 채용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일반직 필기시험(SLT)에서도 디지털 금융관련 논리적 사고력을 확인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평가를 도입했다. 단순히 암기된 지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벗어나 직무수행을 위한 문제 해결능력과 이해도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게 신한은행의 설명이다.

특히 신한은행은 디지털·ICT 부문 인재를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 뱅킹서비스 개발, 모바일·웹 프론트엔드 개발, UX·UI 디자인 등의 기존 전문분야에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 설계분야를 새롭게 추가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ICT 우수 인재들과 함께 생성형 AI 등 신기술 도입과 아키텍처 개선 등 기술중심의 테크 혁신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10일부터 하반기 공채를 시작한 KB국민은행도 UB, ICT 등 5개 부문과 전문경력직 부문에서 총 200여 명을 채용한다. ICT 부문은 IT(테크/데이터/AI), 플랫폼 개발 등 직무별 구분해 모집하며, 코딩테스트와 면접 등의 전형을 통해 실무능력을 검증할 방침이다.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기술직'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케이뱅크는 올해 하반기 공재에서 엔지니어, 프론트엔드 개발, 백엔드 개발, 데이터, 서비스기획 등 7개 직군 41개 직무에서 신입직원을 선발한다. 금융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갈 우수 개발자를 확보해 금융혁신과 기술 리더십을 제고하겠다는 복안이다.

은행권 하반기 공채의 또 다른 특징은 전역장교 우대 전형 확대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전역 장교들을 적극 채용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겠다 의미가 담겨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하반기 공채에서 전역(예정) 장교를 대상으로 하는 '우리 히어로' 부문을 신설했다. 뿐만 아니라 저소득 가정, 다문화가정 자녀와 국가보훈 대상자, 장애인을 대상으로 특별채용도 진행한다.

KB국민은행도 군생활에서 형성된 리더십과 책임감, 도전 정신 등 우수한 경험과 역량을 가진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전역 장교 특별채용 부문을 신설했다. 전역 장교 전형은 일반 영업점 직무와 ICT 직군 분야로 구분해 모집한다.

신한은행도 지난 2021년부터 '사회적 가치 특별채용'을 신설했다. 이 전형에는 장애인, 국가보훈 대상자, 다문화가정, 순직공무원 자녀 등이 지원할 수 있다.

학력, 연령, 전공, 성별 제한이 없는 블라인드 형식의 채용문화가 확산되는 가운데 전문직 채용도 눈길을 끈다. 부산은행은 이번 하반기 공채에서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전문자격증 보유자를 채용하는 전문직군을 신설했다. 전문직군의 특화 역량을 바탕으로 고도화된 금융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다.

한편 5대 시중은행의 올해 하반기 공채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뱅킹 등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은행 영업점이 통·폐합된 결과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은행 영업점 수는 전년 대비 13개 감소한 3905개로 집계됐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입출금 거래 기준 인터넷 뱅킹 비중은 역대 최고치인 83.2%다. 입출금 거래에서 인터넷 뱅킹이 차지하는 비중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첫 해(2005년 1분기) 16.5%에 그쳤지만 매년 급증세를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