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시공계약 협상 결렬···공사비·비용 부담 이견철도는 차량 공급 넘어 운영·정비까지···수출 모델 다변화수주 넘어 사업 완성도 중요···후속 경쟁력 확보 관건
'팀코리아'의 해외 인프라 수출 사업이 분야별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약 27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사업은 수주에 성공하고도 한수원과 대우건설 컨소시엄 간 시공계약 협상이 공사비와 계약조건을 둘러싼 이견으로 결렬되면서 사업 추진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반면 철도 분야는 코레일이 현대로템 등과 협력해 해외시장에서 차량 공급을 넘어 운영·정비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순항하는 모습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사업과 관련해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하던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했다. 공사비 산정 방식과 계약 구조,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물량 및 비용 부담 등을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데 따른 조치다.
체코 원전 사업은 두코바니 지역에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한수원은 2024년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2025년 6월 체코 발주사인 두코바니II 원자력발전사(EDU II)와 본계약을 체결했다. 사업 규모는 약 27조원으로 추산된다. 한국형 원전의 유럽 시장 진출이라는 상징성이 큰 사업으로, 한수원을 중심으로 설계·기자재·시공 분야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는 '팀코리아' 체제로 추진돼 왔다.
양측의 핵심 쟁점은 공사비 확정 방식이었다. 한수원은 기본설계 단계에서 산정한 기준 물량을 바탕으로 총액을 확정하는 방식을 추진했다. 반면 컨소시엄은 상세설계 과정에서 공사 물량이 늘거나 설계가 변경되면 추가 비용을 공사비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공사가 설계를 주도하지 않는 상황에서 변경에 따른 비용까지 부담하는 것은 위험 배분 측면에서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78차례 실무회의와 11차례 이견조정위원회, 최고경영자 면담 등을 진행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이 추가 업무와 물량 증가 가능성을 반영한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컨소시엄은 비용 부담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맞섰다.
한수원은 신규 시공사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컨소시엄도 자격 요건을 충족하면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 사업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다만 시공사 선정 절차를 다시 밟으면서 사업 일정과 비용 관리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우건설 측은 산업부의 중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한수원이 진행하는 재입찰과 별개로 산업부가 직접 재협상을 중재한다면 우리나라가 안을 수 있는 위험을 줄이고 체코 발주처를 안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철도 분야에서는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이 각자의 강점을 결합한 패키지 수출 모델을 확대해 성과를 내고 있다. 차량 제작은 현대로템이 맡고, 코레일은 국내 철도 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정비·운영 기술과 인력 양성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차량 납품 이후에도 유지보수와 기술 지원을 통해 후속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단순 차량 수출과 차이가 있다.
대표 사례는 우즈베키스탄 고속철 사업이다. 현대로템은 2024년 우즈베키스탄 철도공사와 약 2700억원 규모의 고속철 차량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시속 250㎞급 동력분산식 차량 6편성, 총 42량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코레일은 현대로템과 함께 '코리아 원팀'을 구성해 42개월간 유지보수와 기술 이전을 지원한다. 정비 전문인력을 현지에 파견하고 우즈베키스탄 철도공사 직원들에게 차량 유지보수 기술을 전수하는 등 국내 고속철도 운영 노하우를 수출 상품으로 확장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코레일이 철도 운영·유지보수 사업에 직접 참여했다. 코레일은 2025년 4월 마닐라 도시철도 MRT-7 사업자인 산미겔 MRT-7과 약 1200억원 규모의 운영·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10년으로, 운전·관제·역 운영과 차량·시설 유지보수 등을 맡는다.
모로코에서도 차량 공급 이후 유지보수와 기술 지원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대로템은 2025년 2월 모로코 철도청으로부터 약 2조2000억원 규모의 전동차 440량 공급사업을 수주했다. 이어 2026년 6월에는 공급 차량 전체를 대상으로 약 7482억원 규모의 20년 장기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했다. 코레일도 별도로 약 90억원 규모의 총괄관리(PMC) 및 유지보수 자문 계약을 맺어 사업에 참여한다.
원전과 철도 사업은 해외 인프라 수출에서 수주 이후의 사업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원전은 설계 변경과 공사 물량 증가, 공기 지연 등에 따른 위험을 발주사와 시공사가 어떻게 나누느냐가 수익성을 좌우한다. 반면 철도는 차량 공급 이후 유지보수와 운영, 기술 이전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 차량 제작 기술과 철도 운영 노하우를 결합해 후속 사업 기회를 확보하는 전략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앞으로도 글로벌 철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국내 기업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해외 철도 운영·유지보수 사업 참여를 확대해 공사의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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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jhchul37@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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