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매출 77억5000만달러, 전년比 93% ↑AI 고점 우려에도 "2024~2025년 HBM 매진"전방산업 수요 둔화에 삼성·SK 눈높이 낮아져
26일 마이크론은 2024회계연도 4분기(2024년 6~8월) 매출이 77억5000만달러(약 10조360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 분기 대비 13.8%, 전년 동기 대비 93.2% 증가한 것으로 시장 예상치(76억6000만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주당순이익(EPS)은 1.18달러를 기록해 역시 월가 예상치(1.11달러)를 뛰어넘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강력한 AI(인공지능) 수요가 데이터 센터 D램과 HBM(고대역폭 메모리) 판매를 주도했다"며 "데이터 센터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판매로 낸드 매출은 분기 기준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돌파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분기에도 기록적인 매출을 예상한다"며 "2025년에는 수익성이 크게 개선돼 상당한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마이크론은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2024년, 2025년 생산되는 HBM이 매진됐다고 전했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 2월 엔비디아 GPU(그래픽저장장치)인 H200에 쓰이는 5세대 HBM HBM3E 8단을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전 제품보다 D램 용량을 50% 끌어올리고 경쟁사의 8단 HBM3E 대비 낮은 전력 소모를 제공한다고 소개한 12단 HBM3E도 조만간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AI 고점론과 메모리 가격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부정적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나 마이크론 실적을 보면 기우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도 마이크론처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겨울이 다가온다(Winter Looms)'는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업황이 꺾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에는 올해 HBM 공급은 2500억GB(기가바이트)로 예상 수요(1500억GB)를 크게 상회하고 10대 주요 기술 기업의 AI 투자 성장률은 52%에서 내년에는 8%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IT 제품 수요가 약하다는 이유로 D램 사이클은 4분기에 정점을 찍고 2026년까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격탄을 맞았다. 모건스탠리의 보고서 발표 후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6만2200원에 그쳐 52주 신저가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15만2800원까지 떨어져 고점 대비 36.6%나 하락했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내렸고 SK하이닉스는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무려 54%나 하향 조정했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을 기존 추정치 보다 낮춰 잡은 상태다. 김록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성과급 및 노조 관련 일회성 비용을 반영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4% 줄어든 10조원을 예상했다. 그는 "스마트폰과 PC의 수요가 분기 초 예상했던 것보다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는 고객사들의 재고가 단기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SK하이닉스와 관련해선 매출액은 18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6조7000억원으로 전망하며 기존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환율 가정 변경과 레거시 수요 부진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는 레거시(Legacy)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모멘텀이 둔화될 수 있다"며 "PC, 모바일 제품 중심의 IT 수요가 예상 대비 부진하다"고 전했다. 이어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과 중국 CXMT의 시장 진입이 일부 이루어지며 LPDDR4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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