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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대차그룹 '글로벌 톱' 이끈 정의선의 '퍼스트 무버 전략'

산업 재계

현대차그룹 '글로벌 톱' 이끈 정의선의 '퍼스트 무버 전략'

등록 2024.10.13 09:00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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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회장 취임 4주년···글로벌 자동차 업계 톱2 눈앞주력 사업 분야서 펼친 '선제적 공세 전략' 곳곳서 적중성과로 증명된 정의선式 전략···영업이익률 10% 달성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미리미리 준비되어 있는 사람만이 빠르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결정을 적시에 내리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가 받는 피해는 매우 클 것입니다. 항상 부지런히 학습하고 연구하여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추고 적시에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시기 바랍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2024년 신년사 중에서)

오는 14일로 취임 4주년을 맞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경영 전략이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최상급 수준의 자동차 그룹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위상이 2020년대 들어서 눈부시게 달라진 비결로는 정의선 회장이 취임 이후부터 꾸준히 강조했던 '미리 준비하고 움직이는 문화', 즉 '퍼스트 무버 경영 전략' 덕분이라는 분석이 강하다.

남보다 먼저 움직인 '선제적 포트폴리오 수정'의 승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에서 현대차·기아 및 경쟁사 전기차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에서 현대차·기아 및 경쟁사 전기차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의선 회장은 초대 그룹 회장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지난 2020년 10월 14일 현대차그룹의 2대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지난 4년간 제품의 기술력과 상품성, 마케팅 전략을 꾸준히 가다듬으며 현대차그룹을 세계 자동차 톱2 기업으로 이끌었다.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상급 수준의 자동차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선제적 경영 행보, 판매량의 비약적 증가, 고수익 집중 경영 전략의 적중,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자 위치 선점을 향한 자신감과 뚝심 덕으로 꼽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2년 이후 판매량 기준으로 토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글로벌 3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폭스바겐의 판매량이 지속 감소 중이어서 조만간 글로벌 2위를 쟁취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판매량 기준 세계 1·2위를 유지 중인 토요타와 폭스바겐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은 '중국발 쇼크'에 흔들린 나머지 본거지인 독일 내 공장도 일부 폐쇄를 검토하는 등 벼랑에 몰리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선제적으로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여나갔다. 중국의 자동차 구매 수요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큰 시장인 인도와 아프리카의 잠재력을 주목하고 이 지역에 대한 공략에 속도를 냈다. 중국 판매량이 감소해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에서 토요타와 폭스바겐이 고전하는 틈을 타 판매량을 꾸준히 늘리면서 톱2 진입에 청신호를 켰고 장기적으로는 판매량 기준 세계 최대 수준의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까지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판매량을 꾸준히 늘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판매 지역에 따라 다각화된 맞춤형 포트폴리오 제시, 일시적 전기차 구매 수요 둔화를 상쇄할 만한 하이브리드 제품군의 강화,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상품 출시, 탄탄한 품질과 기술력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괄목할 만한 것은 미국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매우 커졌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에서 현대차그룹이 당당히 톱4 자리에 올랐는데 업계 안팎에서는 '포트폴리오의 승리'라고 승인(勝因)을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판매에 주력했다. 특히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상황에서도 전기차 미국 자동차 시장 내에서 친환경 자동차 구매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점을 공략하고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그 덕분에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만 6만1883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면서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 판매량 2위 브랜드 자리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될 북미권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전용 공장인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통해 세계 전기차 시장의 핵심인 미국에서 선제적 공세의 고삐를 더 당길 심산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회장직에 있을 당시부터 끊임없이 강조됐던 '품질 경영'은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에도 지속됐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가 지난 8월 발표한 '신차 첨단 기술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제네시스는 4년 연속 전체 브랜드 1위에 올랐고, 현대차와 기아는 일반 브랜드 순위에서 1위와 2위를 석권했다.

아울러 현대차·기아는 최근 10년간 북미와 유럽은 물론 세계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자동차 전문지 등이 선정한 '올해의 차' 상을 무려 66개나 휩쓸며 세계 각지에서 우수한 상품 경쟁력을 뽐냈다.

'단가 높은 차부터 많이 팔자' 고수익 집중 전략 통했다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된 중형 SUV 싼타페 하이브리드. 사진=현대자동차 제공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된 중형 SUV 싼타페 하이브리드.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회사는 물건을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기느냐도 중요하다. 아무리 물건을 많이 팔아도 이익을 시원찮게 남긴다면 경영자로서는 속이 탄다.

199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입사 이후 오랫동안 회사 안팎에서 이론과 실무를 경험하며 경영 수업을 받아왔던 정의선 회장은 이 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고수익 경영에 집중했다. 그 결과 글로벌 최상위 수준의 수익성을 나타내 보였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10.7%로 토요타, 폭스바겐, 제너럴 모터스(GM), 르노 등 글로벌 완성차 생산 업체 빅5 중 가장 높다. 특히 빅5 대열에 속하는 기업 중 10%의 영업이익을 넘긴 곳은 현대차그룹과 토요타뿐이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을 나눈 값으로 개별 기업이 특정 기간 중 진행한 영업 활동의 수익성을 따지는 지표다. 쉽게 말해 '장사를 얼마나 잘했느냐'는 잣대가 되는 셈이 되는데 통상적으로 영업이익률이 10%를 넘기면 장사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채로운 것은 판매량이 줄어들었음에도 경영 실적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는 점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9월 말 기준 연간 합산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539만5193대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5% 줄어들었다.

판매량이 줄어들면 매출과 영업이익도 줄어들기 마련이지만 현대차그룹은 기존의 상식을 깨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증권가에서 바라보는 올해 말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 합산 전망치는 최대 29조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우수한 수익성을 뽐낸 것은 '고수익 차종 집중'이라는 전략의 승리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스포츠 다목적 자동차(SUV)와 하이브리드차·전기차, 프리미엄 브랜드 완성차의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그 결과 상반기 전체 판매량의 60%는 SUV로 채워졌다.

SUV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는 차 1대당 판매 단가가 일반 세단보다 비싸다. 비싼 차가 잘 팔리면 대당 평균 판매 단가가 오르게 되고 이는 매출과 영업이익의 증가로 연결된다. 결국 세단 10대를 파는 것보다 SUV 4~5대를 파는 것에 대한 이익이 더 큰 셈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판매 비중도 꾸준히 늘어났는데 이 역시 정의선 회장의 공이 상당하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 직후 제네시스 품질 문제 해결을 위해 이 문제를 전담해서 다루는 부서를 별도로 구성했고 그 결과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래도 미래는 전기차 시대" 변치 않는 '전동화 뚝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월 3일 오전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 대강당에서 열린 '2023년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월 3일 오전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 대강당에서 열린 '2023년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현대차그룹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고자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격적인 전동화 전환 전략이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량 감소를 의식하고 전동화 전환에 제동을 거는 것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오히려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36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꿈을 내세우고 있다. 지금은 당장 전기차가 조금 덜 팔린다고 해도 결국은 자동차 시장의 핵심이 전기차로 향하게 된다고 보는 만큼 결코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이 전략에도 정의선 회장의 의중이 녹아들어 있다. 정 회장은 "현재의 전기차 캐즘은 일시적이고 이마저도 곧 극복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뚝심은 투자 규모의 증액에서도 엿볼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앞으로 전동화 전환 대응을 위해 126조원(현대차 88조원·기아 38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기차 생산 시설과 R&D 역량도 더 키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전기차가 안 팔린다고 해서 투자를 게을리하면 나중에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사려고 달려들 때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정의선 회장의 의중인 셈이다.

전기차 시장 선도를 향한 현대차그룹의 움직임은 이미 일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우수성은 대표적 사례다.

E-GMP는 정의선 회장이 적극 주도한 전기차 퍼스트 무버 전략의 출발점으로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최고의 우수성을 인정받으며 현대차그룹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게임 체인저로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수소·로봇·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변화 주도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 FCEV. 사진=현대자동차 제공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 FCEV.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그룹은 혁신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는 정의선 회장의 지론 아래 친환경 동력원 중 하나인 수소 관련 산업의 발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내연기관의 시대는 머지않은 미래에 끝날 가능성이 크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효율이 뛰어난 수소가 유망한 만큼 현대차그룹이 수소 관련 사업을 주도해 전기차와 함께 미래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수소의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HTWO Grid' 비전을 공개하는 등 그룹 계열사 역량을 결집해 수소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기술 발전 외에도 현대모비스의 수소지게차 개발, 현대로템의 수소전기트램 개발, 현대건설의 수전해 기반 수소 생산시설 건설, 현대제철의 그린철강 공급 등 각 계열사의 전공을 수소 산업과 결합해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현대차그룹이 신사업 추진 분야 중 가장 크게 공을 들이고 있는 로봇 분야와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실제 사용 범위를 꾸준히 늘려 가면서 성장하고 있다.

아울러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SDV)의 개발에도 총력을 다하는 등 미래 첨단 모빌리티 기술의 연구에 그룹의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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