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64㎞ 속도 충돌에도 배터리·내부 손상 無벤츠 "고전압 배터리 차단으로 화재 요인 없애"현장 기술자 "전기차 안전 믿어달라" 직접 호소
특히 교통사고 등 외부 충격에 의한 전기차 화재 사례가 가장 많은 원인으로 꼽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전기차는 충돌 사고가 나면 십중팔구 불이 나는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자동차 시장 안팎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자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전기차 고속 충돌 시험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진델핑겐 공장의 테크놀로지 센터 내 자동차 안전 기술 센터(실내 충돌 시험장)에서 고급 전기 세단 EQS 450의 충돌 시험을 진행했다.
이번에 방문한 자동차 안전 기술 센터는 지난 2017년에 문을 연 시설로 유럽에 있는 완성차 충돌 시험 시설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 센터를 짓는데 투자된 비용은 2억유로(한화 약 3000억원)다.
차에는 충돌 시험 관련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한 장치가 연결됐고 바닥에는 차를 견인하는 전동 케이블이 연결돼 있었다. 아울러 차가 충돌하는 지점 주변에는 수십개의 초고속 카메라가 설치돼 충돌 장면을 여러 각도로 촬영했다.
EQS 450은 약 70m의 거리를 달려서 하늘색 철판 벽과 그대로 부딪혔다. 이날 충돌 시험은 차 운전석 앞부분의 40%를 충돌시키는 국소 부위 충돌 형태로 진행됐다.
장애물과 차가 충돌한 시점의 주행 속도는 시속 64㎞(40마일)였다. 이는 미국의 충돌 시험 기준에 맞춘 것으로 출발 당시 시속 약 100㎞ 수준으로 달리던 차가 전방의 장애물을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아 속도를 줄이다가 부딪힌 당시의 주행 속도다.
벽과 충돌한 차는 앞쪽 범퍼가 형체도 없이 사라졌고 엔진룸 덮개인 보닛 역시 반으로 접힐 정도로 크게 파손됐다. 장애물과 충돌한 운전석 쪽 엔진룸 내부는 흉물스럽게 부서졌고 냉각수 등 오일이 바닥으로 새어 나오기도 했다.
이 차에는 키 175㎝ 몸무게 78㎏의 남성 운전자와 키 148㎝ 몸무게 49㎏의 여성 승객이 운전석 뒤에 탔다는 가정하에 해당 체격 조건에 맞춘 더미를 운전석과 뒷좌석에 태웠다. 충돌 순간 운전석과 차의 옆쪽 커튼형 에어백이 모두 터지면서 더미도 손상되지 않았다.
가장 관심을 끈 부분은 화재 여부였다. 차가 장애물에 매우 강하게 부딪혔음에도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다. 벤츠 측은 충돌 시험장 바닥에 설치된 투명 유리와 카메라를 통해 차체 하부 배터리의 손상 여부를 확인했고 그 결과 배터리가 손상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충돌 시험 직후 센터 내에 상주하는 소방 요원들이 화재 여부를 재차 감식하고 불이 날 우려가 없다는 신호를 중앙통제실로 보내자, 센터 직원은 물론 취재진까지 차로 불러서 반파된 차를 직접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강력한 차체 충돌에도 차에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충돌과 동시에 고전압 배터리의 전기 흐름이 즉시 차단됐기 때문이다.
율리아 힌너스 벤츠 자동차 안전 기술 센터 충돌 안전 엔지니어는 "여태껏 수많은 전기차에 대한 충돌 시험을 해봤지만 충돌 시험 과정에서 전기차에 불이 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차가 장애물과 충돌하면 모터가 손상되고 이 상황에서 전압이 잘못 전달되면 불이 날 수 있지만 벤츠 전기차는 모터 손상 전에 고전압 배터리 전기가 자동 차단되기 때문에 불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전기차 화재는 차체의 충돌 외에도 차체 하부가 과속방지턱과 부딪히거나 불규칙하게 도로가 파인 구간(포트홀)을 지날 때 일어나는 충돌 등을 통해 누적된 배터리의 충격 때문에 일어나는 만큼 평지에서 진행하는 충돌 시험은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에 대해 힌너스 엔지니어는 "충돌 시험은 실제 사고 연구 사례에 따라 시나리오대로 진행한다"며 "불규칙한 노면 주행 등의 상황은 임멘딩겐에 있는 테스트 테크놀로지 센터에서 까다로운 시험을 진행하면서 차의 손상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합적 시험을 거쳐 차체의 변형이 덜한 곳에 전기차를 위한 고전압 시스템이 탑재된다"며 "충돌 시험을 마친 차의 배터리는 배터리 포장의 변형 여부와 관계없이 철저한 검사를 위해 분해된다"고 덧붙였다.
충돌 결과 차의 앞부분은 크게 손상됐지만 차의 내장재는 일절 손상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 유지됐다. 앞쪽 유리와 내부 계기판은 물론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 디스플레이 부품 등은 하나도 부서지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e-콜'이라는 명칭의 긴급구조 요청 기능이 자동으로 작동되는 점이었다. 이 기능은 자동차가 충돌을 인지하면 사고 발생 지역의 벤츠 고객센터로 자동 연결돼 사고 사실을 알리고 이 정보를 소방당국에 전달해 빠른 긴급구조 출동이 가능하게 한다.
힌너스 엔니지어는 "벤츠는 자체 개발 초기부터 운전자와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각국의 신차 안전도 평가 프로그램에서 만점을 받는 것을 목표로 두고 안전 관련 기술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메르세데스-벤츠는 1개 차종당 150회의 안전성 시험을 진행하면서 차의 안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벤츠 전기차는 안전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 안전 기술 센터는 하루 평균 3~5대씩 연간 900대 정도의 차를 직접 부숴가면서 차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 벤츠는 이 센터가 문을 열기 훨씬 전인 1959년 9월부터 진델핑겐에서 줄곧 충돌 시험을 진행해 왔다.
1930년대부터 지난 80여년간 자동차 승객 안전에 관한 연구를 지속해 온 메르세데스-벤츠는 1969년부터 현재까지 총 5400건의 자동차 사고 사례 분석을 통해 안전 관련 기술 혁신을 위한 대안 제시에 힘써왔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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