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클래식 센터·박물관·다임러 창업주 생가 등 운영소중히 다룬 과거 역사, 현재와 미래 향한 학습 도구로"최고의 미래 원동력은 벤츠의 기억 보존한 헤리티지"
이 말을 실천하고 있는 회사가 있다. 세계 최초로 내연기관 자동차를 발명한 메르세데스-벤츠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오늘날 세계를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로 성장한 것은 과거의 실패와 시행착오, 기술 습득의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회사의 핵심 근거지인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부르크주 슈투트가르트 일대에 벤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엿볼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바로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 센터와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창립자 중 1인인 고틀리프 다임러의 생가다.
기자는 지난 20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일대에 퍼져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역사적 유산 공간을 두루 둘러봤다. 가장 먼저 둘러봤던 곳은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 센터였다. 클래식 센터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오래 된 명차들을 보존·수리·복원하는 공간이다. 이 센터는 슈투트가르트 도심에서 북동쪽으로 약 10㎞ 떨어진 근교 지역 펠바흐에 위치해 있다.
지난 1992년 옛 공장 건물을 사들여 1993년에 문을 연 이 센터는 적게는 20여년, 많게는 130여년을 훌쩍 넘긴 올드 카들이 새 생명을 찾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단순한 부품 교체부터 더 이상 달리지 못할 것 같았던 차가 시동을 걸 수 있게끔 해주는 일까지 모두 가능하다.
벤츠의 올드 카를 보유한 고객이 이 센터에 찾아와 수리를 의뢰하기도 하고 벤츠가 스스로 보유한 수집용 올드 카를 직접 수리하기도 한다. 특히 역사적 유산 가치가 남다르다고 판단하는 차는 경매 시장에서 비싼 돈을 줘서라도 되사와서 고칠 정도로 소중히 생각한다.
이곳에서는 1886년에 만든 세계 최초의 3륜식 내연기관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 1904년 '메르세데스'라는 이름의 자동차 브랜드를 세상에 알린 심플렉스 등 100여년이 넘은 차들이 센터 한쪽 편 수리공장에서 정비되고 있었다.
센터를 찾은 날이 근로자들의 휴일인 일요일이라 근로자들이 직접 차를 수리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메르세데스-벤츠가 오늘의 역사를 있게 한 왕년의 명차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다루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헤리티지 관계자는 "이 센터에서 다시 채워지는 올드 카 부품은 전부 벤츠의 과거 양식대로 정확히 벤츠 근로자들의 손으로 복원돼 오래 전 출고 당시의 그 모습 그대로 복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같았다면 박물관 한편에서 숨결을 잃은 채 외롭게 서있었을 법한 올드 카가 다시 생명을 얻어 달리도록 하는 것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역사적 유산을 미래의 동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마르쿠스 브라이트슈베르트 메르세데스-벤츠 헤리티지 총괄 수석부사장은 "역사의 유산을 돌이켜봐야 미래를 여는 힘을 찾을 수 있다"면서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브랜드 정신은 이곳에서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벤츠가 세계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로 성장하고 슈투트가르트가 독일 자동차 산업의 뿌리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던 것은 미래를 위한 생존의 의지로 자동차를 만들었던 선조들의 정신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클래식 센터가 올드 카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준 곳이라면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은 과거를 빛낸 명차들을 통해 오늘과 미래를 실행하고 준비하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클래식 센터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운터튀르크하임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은 인류의 역사를 바꾼 자동차 산업의 역사와 현대사의 흐름을 함께 되돌아보고 그 속에서 자동차 시장의 성장을 이끈 벤츠의 옛 명차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 박물관의 바로 옆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오늘을 있게 한 옛 슈투트가르트 공장과 본사가 있다. 현재 이 곳에서 자동차가 생산되고 있지는 않지만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경영자(CEO)가 이 곳에서 집무하면서 중요한 경영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8층 규모로 지어진 이 박물관은 2006년에 문을 열어 지난해 누적 관람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내려오는 콘셉트로 관람이 진행됐다.
승강기에서 말발굽 소리를 들으며 8층 로비에 진입했을 때 가장 먼저 만난 것은 하얀색 말 한 마리였다. 물론 실제에 가깝게 복원된 모조 말이었다.
말은 인류의 자동차 발명 전까지 대표적으로 활용된 이동수단이다. 자동차가 최초로 세상에 등장했을 때까지만 해도 세상은 자동차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독일 제국의 마지막 군주 빌헬름 2세마저도 "나는 말의 힘을 믿는다"며 자동차의 등장을 과소평가했다.
그러나 1886년 칼 프리드리히 벤츠와 고틀립 다임러-빌헬름 마이바흐가 각각 발명한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는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빌헬름 2세의 코웃음이 무색하게 자동차는 인류의 가장 획기적이고 편리한 이동수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 박물관은 최초의 자동차를 등장시킨 8층부터 한 층씩 내려가면서 시대별 주요 명차들과 현대사 사건들을 다채롭게 전시했다. 특히 벤츠의 영광스러운 발전상은 물론 제2차 세계대전처럼 인류 역사에 크나큰 상처를 준 일들에 대해서도 숨기지 않고 이를 기억하고 있다.
층수가 지면과 가까워질수록 현재 도로 위에서 볼 수 있는 차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특히 1층에서 지하로 연결되는 공간에는 21세기 초반에 등장했던 벤츠의 차부터 미래의 콘셉트 카까지 다양한 차들이 전시돼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관계자는 "어제의 성공과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양분으로 삼아 오늘의 우리를 땅 위에서 가깝게 마주하며 내일을 준비하자는 철학이 이 건물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클래식 센터와 박물관 외에도 메르세데스-벤츠가 역사적 유산을 기억하는 곳은 슈투트가르트 인근에 또 있다. 박물관에서 동쪽으로 25㎞ 정도 떨어진 숀도르프의 고틀립 다임러 생가다. 고틀립 다임러는 메르세데스-벤츠를 있게 한 창업자 중 1명이다.
이 집은 1834년 3월 17일 다임러가 태어났던 집으로 메르세데스-벤츠가 독일 자동차 산업 발전의 역군으로 활약했던 창업자를 기리기 위해 1979년 이 집을 기념관 형태로 보수해 운영하고 있다. 다만 외부에 공개된 공간은 이 집의 1층 뿐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의 왕래가 잦은 마을 어귀 등에 메르세데스-벤츠의 올드 카를 전시하고 곳곳에 다임러 관련 유적을 관리하는 등 창업자에 대한 예우까지도 극진히 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본사 관계자는 "역사적 유산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미래에 대한 대응법이 달라진다"면서 "오늘의 벤츠가 있게 한 역사적 유산을 소중히 지키고 관리하며 전수하는 것이 최고의 자동차를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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