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美 신공장, 지난 10월 초부터 가동 개시하이브리드 생산 비중 30%에서 50%까지 확대 검토"시장 여건·판매 흐름 따라 유기적으로 결정할 것"
당초 이 공장은 현대차와 기아가 북미 일대에서 판매할 전기차의 생산을 전담할 전진기지의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구매 수요 둔화(캐즘)를 이겨내기 위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함께 생산하는 혼류 생산 체제를 택했다.
그러나 미국산 전기차가 아니면 철퇴를 가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자칫 '객반위주(부차적인 것을 주된 것보다 더 중히 여김)'의 상황이 올 수 있게 됐다. 이 공장의 주력 생산 차종이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차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1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HMGMA의 본격적인 생산량 확대를 앞두고 하이브리드차 생산 비중 확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당초 이 공장은 100% 전기차 생산이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전기차 캐즘 현상이 HMGMA 공장의 사용 계획을 바꿨다. 지난 8월 현대차는 장재훈 부회장 주재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 행사에서 "HMGMA 생산 차종에 하이브리드차를 추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미 사업을 총괄해 온 호세 무뇨스 사장은 한술 더 떠서 "HMGMA의 연간 최대 생산량에서 약 3분의 1 정도는 하이브리드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HMGMA의 연간 최대 생산량이 30만대인 것을 고려하면 약 10만대는 하이브리드차로 생산되는 셈이다.
그러나 전기차에 대해 반감이 강한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선거 승리로 이 계획이 크게 틀어질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취임 이후 미국산 전기차에 대해 제공했던 세액공제의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 내 전기차 세액공제가 폐지되면 현대차와 기아는 이 시장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전기차를 많이 만들어도 쉽게 팔 수 없는 여건이 되기 때문이다.
HMGMA는 지난 10월 3일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점진적으로 가동률을 올려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생산량이 계획한 대로 최대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공장에서는 현대차 아이오닉 시리즈와 기아 EV 시리즈의 일부 차종이 생산된다. 여기에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생산 중인 하이브리드차(투싼·싼타페·쏘나타·쏘렌토·스포티지) 일부도 이 공장에서 생산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어떻게든 이 공장을 북미 사업 확장의 전진기지로 쓸 예정이다. 무뇨스 사장은 최근 본인의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HMGMA는 현대차와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HMGMA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초 현대차그룹이 생각했던 HMGMA의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생산 비중은 70:30 비중이다.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기 때문에 이 비중대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이 계획을 손질할 가능성이 생겼다.
현대차그룹은 HMGMA의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생산 믹스 계획을 60:40 또는 50:50 수준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현재의 계획보다 전기차의 생산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 내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차의 인기가 워낙 좋은 만큼 선제적으로 하이브리드차의 생산 비중을 늘릴 가능성은 크다.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하이브리드차 판매 흐름은 매우 좋다. 지난 10월에만 현대차와 기아의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91%와 49% 늘어날 정도로 잘 팔리고 있다.
물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식 출범 전까지는 기존 계획을 그대로 끌고 갈 방침이다. 아직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가 끝나지 않았고 전기차 보조금 규정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내년 1월 20일에 임기를 시작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HMGMA 생산 믹스 비중은 시장 흐름에 따라 유기적으로 결정된다"면서 "하이브리드차의 인기가 좋으면 하이브리드차 생산 비중이 전기차보다 클 수도 있겠지만 무조건 하이브리드차를 많이 만드는 계획을 사전에 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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