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反전기차 정책 기조 강조에 위기 몰려'美 사업 총괄' 호세 무뇨스, CEO로 전면 나서'관료 출신' 성 김 사장, 美정부와 협상 나설 듯
북미 지역 자동차 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했던 호세 무뇨스 사장이 일선에서 글로벌 사업 전반을 살피고 배후에서는 미국 정부 고위 외교 관료 출신으로서 미국의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성 김(한국명 김성용) 사장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5일에 단행한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스페인 출신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하고 한국계 미국인인 성 김 고문을 글로벌 대외협력 업무와 싱크탱크 업무를 총괄하는 사장으로 임명했다.
사실 현대차의 최고위직 임원은 대부분 한국인 임원들 몫이었다. 사장을 맡았던 외국인 임원들도 있기는 했으나 중책을 맡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인사처럼 미국 업무 경력을 갖춘 외국 국적의 사장 2명이 경영 전면에 등장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현대차가 직면한 글로벌 사업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직후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정책의 폐지를 정식으로 천명한 것이 결정적 타격이 됐다.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 확대를 꿈꿨던 현대차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1967년 현대차 창사 이후 처음으로 탄생한 외국인 대표이사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에서는 피터 슈라이어 사장 등 외국 국적 임원이 사장 직위를 받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회사 경영 전반을 총괄 관리하는 대표직은 모두 한국인 임원이었다.
무뇨스 사장에게 경영 지휘봉을 맡긴 것은 두 가지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첫째는 국적을 불문하고 능력과 성과가 출중한 인사라면 적재적소에 기용하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 회장은 그동안 사업 실적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재라면 국적을 불문하고 영입해 왔다. 이번 무뇨스 사장의 CEO 선임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의미는 현재 미국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만큼 당면한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경영자를 믿고 맡기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무뇨스 사장은 미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 과거 닛산에서도 북미 법인장으로 일한 경력이 있고 2019년 현대차에 영입됐을 때부터 현재까지 북미 지역 사업을 손수 챙기고 있다.
특히 조지아주에 새로 조성한 친환경차 생산 전진기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본격적인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현재 진행하는 사업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고 위기 대응 능력도 갖추고 있는 무뇨스 사장의 역량을 신뢰하는 셈이다.
일선에서 사업을 실행하는 권한이 무뇨스 사장의 몫이라면 그의 뒤에서 현대차의 미국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협력·지원하는 역할은 성 김 사장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성 김 사장은 국내와 미국에서 갖춘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미국에서는 정통 외교 관료 출신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부터 버락 오바마 행정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조 바이든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20여년간 함께 일했던 이들이 미국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협상력이 중요한 북핵 6자회담에서 미국 측 수석대표로 일했고 2018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북미 정상회담 당시 실무에서 회담을 준비했던 경험이 있기에 누구보다 협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에 기용됐던 이들 중 일부가 2기 행정부에도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 그 때문에 현대차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던 김 사장의 협상 능력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의 연결고리도 주목되고 있다. 서울 성북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 사장의 오랜 친구로는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있다. 김 사장이 결혼했을 때는 정 실장이 함진아비 역할을 했고 2년 전 정 실장 차녀의 결혼식에서는 김 사장이 직접 축사했을 정도다.
김 사장이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고위층과의 인맥이 있는 만큼 대외 협력 업무, 그중에도 대관 업무에서 상당한 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지난 1월부터 현대차에서 글로벌 협력 업무에 대해 자문을 해온 바 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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