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4월 경영책임자 임기 만료 16개 사전문경영인 9개 사 10명···3개 사 실적 악화7개 사 경영책임자 창업주·오너 일가, 연임 유력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30개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들 중 내년 3~4월 CEO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16개사로 집계됐다. 이중 창업주나 오너 일가 경영인을 제외하면 총 9개사 10명으로 줄어든다.
업계에서는 다른 산업보다 보수적인 인사 문화를 가진 제약바이오 산업 특성상 큰 이변이 없는 한 대부분 유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올해 실적 부진을 겪으며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전문경영인에 대해서는 교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령 등 매출·영업익 모두 증가···연임 유력
유임이 확실시되는 인물로는 장두현 보령 대표, 최용주 삼진제약 대표, 원덕권 안국약품 대표, 이기수 영진약품 대표, 송준호 동국제약 대표 등이 꼽힌다.
보령, 삼진제약, 안국약품, 영진약품, 동국제약은 3분기 말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
장두현 보령 대표이사는 1976년생으로, 미국 미시건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지난 2014년 보령홀딩스 전략기획실장으로 합류한 뒤 2019년 보령제약 운영총괄 전무, 2021년 경영총괄 부사장을 거쳐 같은 해 8월 보령제약의 단독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는 보령 역사상 최연소 대표이사다.
장 대표는 오너 3세 김정균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우주 산업 등 신사업을 통한 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고 있고, 장 대표는 제약부문 대표로 내실경영을 통한 수익성 극대화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HK이노엔과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공동판매계약을 맺으며 외형성장에 성공했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76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보령의 올해 실적 추정치(컨센서스)는 연결기준 매출 1조374억원으로 '1조 클럽' 가입이 유력하다.
다만 누적 영업이익은 559억원으로 4.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매출 증가는 도입 상품인 케이캡이 주도했는데, 도입 상품은 수수료 부담이 있어 수익성이 좋지 않은 편이다. 또 공동판매 첫해인 만큼 초기 마케팅 비용이 대거 투입됐다. 3분기 말 기준 광고선전비와 지급수수료 합은 총 3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늘었다.
보령 측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도입 상품보다 자체 개발 제품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고 있다.
최용주 삼진제약 대표이사는 청주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1982년 삼진제약에 입사해 영업부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영업부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을 거치며 40년 넘게 삼진제약에서 근무한 '영업통'이다. 지난 2022년 공동대표였던 장홍순 전 대표가 임기만료로 물러나며 단독 대표를 맡게 됐다.
최 대표는 선임 이후 내실 경영 강화와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특히 오송공장 시설 증설과 마곡연구센터 투자 등 생산시설과 신약 연구개발 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올해 삼진제약의 누적 매출은 2239억원으로 4.2% 증가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225억원으로 71.8% 늘었다. 지난해 11월 오송공장이 증축을 마치고 본격 가동되면서 설비 투자비 등이 감소한 효과다. 오송공장 주사제동 생산시설은 올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GMP) 적합 인증을 받았다. 이를 통해 연간 740만 개의 액상 바이알 주사제, 400만 개의 분말 바이알 주사제, 2300만 개의 앰플 주사제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삼진제약은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연구개발에 354억원을 투입했으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율은 약 12.1%다. 정부보조금을 제외하면 약 11.8%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안국약품, 영진약품, 동국제약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안국약품은 아시아와 중남미 시장으로의 수출 확대와 디지털 마케팅, 병의원 중심의 영업 활동이 결합돼 전반적인 매출 성장이 이뤄졌다. 누적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20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27%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55억원으로 24.19% 신장했다. 특히 누적 당기순이익은 169억원으로, 전년 동기(40억원) 대비 322.44% 급증했다.
전문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전 사업부에서 고른 매출 증가가 나타났다. 레보텐션 등 순환기용제 매출액은 730억원으로 8.5% 늘었다고 시네츄라 등 호흡기용제 매출은 441억원으로 11.4% 증가했다.
안국약품은 최근 오너 2세 어진 부회장이 2년 만에 대표로 복귀했다. 어 대표는 직원에게 불법 임상시험을 실시한 혐의로 징역 8개월 형을 치르고 지난달 출소했다. 당분간 2인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기수 영진약품 대표이사는 일본 구마모토대학교 대학원에서 세포유전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한일약품과 CJ제일제당을 거쳐 2012년 영진약품에 국제사업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2017년 종근당으로 옮겨 글로벌사업본부장을 역임하다가 2022년 3월 영진약품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당시 실적 악화로 인해 100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던 회사를 2025년까지 흑자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취임 1년 만인 지난해 영업이익 31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3분기 누적 실적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크게 늘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1892억원으로 10.9% 증가했고, 누적 영업이익은 71억원으로 전년 동기(5억원) 대비 1298.5% 늘었다.
올해 수익성 개선은 항생제 제품인 크라모넥스, 세파클러, 세프타지딤 등의 매출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또 일본 주요 거래처에 대한 세파 항생제 수출 확대도 수익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3분기 말 기준 일본 항생제 수출은 64억원으로 40.8% 증가했다.
향후 남양공장 세파항생 주사제 생산라인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기존 800만 바이알에서 2000만 바이알로 확대해 수익성 증대를 도모하고 있다.
영진약품 관계자는 "파이브로 등 대형품목의 매출 확대를 통해 전년 동기대비 122억원, 7.9%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면서 "향후에도 만성질환 계열의 경구제 제품 매출에 영업역량을 집중해 수익성 중심의 사업구조를 내실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국제약은 3분기 누적 매출이 6012억원으로 11%, 영업이익은 각각 628억원으로 35% 증가했다.
앞서 송 대표 취임 첫해인 지난 2022년 매출은 전년대비 10.2%, 영업이익은 20.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세가 주춤했지만 올해 다시 성장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동국제약 측은 내년 '1조원' 클럽 가입이 유력시되고 있다.
사업 부문별로는 일반의약품(OTC) 사업부, 전문의약품(ETC) 사업부, 헬스케어사업부, 해외사업부, 동국생명과학(자회사) 등 전 사업부에서 균형 있는 성장세를 보였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실적 성장세는 매출 증가에 따른 판매비와 일반관리비의 효율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특히 헬스케어사업 부문에서 진행 중인 유통 채널 다각화가 수익성 개선에 일조하고 있다"고 했다.
휴온스·동화약품 영업익 감소, 차바이오텍 적자 전환
휴온스와 동화약품은 매출은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각각 34.8%, 47.8% 감소했다. 차바이오텍은 매출은 소폭 늘고 영업익은 적자 전환했다.
휴온스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영된 2공장 관련 비용과 상대적으로 원가율 높은 품목의 매출 비중 증가로 영업이익률이 둔화됐다"면서 "효율적 비용관리를 추진해 2분기부터 판매 관리 비율을 개선 중"이라고 설명했다.
휴온스는 현재 송수영·윤상배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매출에서는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돼 모두 연임이 유력한 분위기다.
특히 1963년생인 송수영 대표는 세계적 경영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컨설팅'의 한국과 일본 최고경영자 CEO를 역임한 전문경영인으로 올해 8월 일본 시장을 담당하는 휴온스재팬(Japan) 대표도 겸임하며 휴온스글로벌, 휴온스, 휴온스재팬 등 주력 회사 3개 사 대표 자리를 동시에 맡게 됐다. 당분간 그룹 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분석이다.
동화약품은 주력 일반의약품(OTC)과 전문의약품(ETC)의 판매호조 영향으로 매출이 확대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251억원을 기록한 잇치류 판매는 올해 12.1%(30억원) 늘어났고 같은 기간 판콜류 매출도 375억원에서 408억원으로 8.7% 성장했다.
다만 원가와 판관비, 연구개발비 등이 늘어나며 수익성은 둔화됐다. 특히 3분기 매출원가는 5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7%(173억원) 급증했으며 연구개발비는 48억원에서 60억원으로 25%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베트남 중선파마 점포를 200호까지 늘리는 등의 투자와 기타 비용이 늘며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며 "경기 불황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차바이오텍은 3분기 누적 매출 76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20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차바이오텍은 미국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신사업 투자, 호주 동부지역 내 신규 클리닉 오픈을 위한 투자 등이 영업 손실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마티카 바이오는 차바이오텍의 미국 자회사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다.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는 "연결 매출은 국내 사업 부분과 헬스케어 사업의 성장 등이 반영돼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글로벌 CDMO 사업 등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이외 동아에스티는 적자 전환했으나 박재홍 동아에스티 R&D 총괄 사장은 경영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박 사장은 최근 일동제약그룹 신약 개발 계열사 아이디언스(Idience) 이사회에 합류하는 등 연구개발 협력 파트너십을 위한 경영체제 구축에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창업주·오너가 경영인 연임 유력
셀트리온, 광동제약, 대원제약, 한독, 삼일제약, 에이비엘바이오 등은 회장과 대표 등 경영책임자가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으나 대부분 창업주나 오너 2·3세 경영 후계자로 연임 가능성이 크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겸 셀트리온제약 이사회 의장은 경영 복귀 당시 '한시적 경영 복귀'라고 못 박았으나, 업계에서는 내년도 유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아직 서 회장이 제시한 약속 중 실현되지 않은 것이 많아 2세 승계엔 시간이 걸릴 거란 분석이다. 실적 또한 서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며 연일 호조를 보이고 있다.
광동제약, 삼일제약 등은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30% 넘게 감소했지만, 경영책임자 모두 오너 2세로 유임이 유력하다. 광동제약은 실적 악화에 따라 내년 성과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단 삼일제약은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성장했다.
한독과 에이비엘바이오는 조사 대상 기업 중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하락한 둘 뿐인 기업이다.
한독은 대표품목인 관절염 치료제 '케토톱'의 실적 부진으로 외형과 수익 모두 악화됐다. 개별기준으로 누적 매출 3818억원, 영업이익 48억원, 당기순손실 52억원을 기록하며 당기순손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3분기 누적 410억원의 실적을 올린 케토톱군은 올해 324억원으로 21%(86억원) 뒷걸음질 쳤다. 같은 기간 기타 제품 및 상품의 실적도 각각 384억원에서 355억원, 804억원에서 736억원으로 줄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2018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이중항체 기술 기반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이다. 매출의 97% 이상이 신약 기술이전에서 발생하고 있다. 창업자인 이상훈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플랫폼 기술 및 시장의 높은 미충족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으며, 해당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을 통한 외형 확대와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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