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한화정밀기계에 특허침해 소송 제기'반도체 장비 시장' 입지 흔들리자 견제 나선 듯 "공개 안 된 모델인데, 정보는 어떻게?" 의구심도
한화정밀기계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특히 거론된 모델은 그간 단 한 번도 외부에 공개된 적 없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한미반도체가 이를 어떻게 소명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이달 4일 한화정밀기계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용 TC 본더 특허를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TC 본더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제조를 위한 필수 장비다. HBM의 핵심 공법은 수직으로 쌓은 D램을 접합하는 것이며, 이 때 TC 본더가 쓰인다.
한미반도체는 2017년 자신들이 개발한 2개 모듈, 4개 본딩 헤드 방식이 한화정밀기계 장비에 동일하게 적용됐고 구조와 외관 등 설계가 유사하다고 판단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정밀기계는 즉각 반박했다. 곧바로 입장 자료를 통해 "한화정밀기계는 30년 넘는 반도체 장비 관련 R&D 기술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제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다"면서 "개발과정에서 선행기술 조사과정을 거치고 있으므로, 특정사가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경쟁사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며 "한미반도체의 특허침해 소장 내용은 해당사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담고 있으며, 이에 대한 반박과 함께 강력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제품 공급을 둘러싼 업체 간 신경전이 표면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한화정밀기계와 싱가포르 ASMPT를 TC 본더 납품사로 추가하는 한편, 품질 테스트를 이어가는 중이어서다. 각 기업이 검증을 통과한다면 약 10년간 이어진 한미반도체의 독점 구도는 깨지게 된다. 이들의 TC 본더에서 SK하이닉스 HBM,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앞서 한미반도체는 자신들의 회사에서 한화정밀기계로 이직한 직원을 상대로 전직 금지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한화정밀기계는 최전선에서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현재 한화는 반도체 설비 제조 솔루션을 신사업으로 지목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10월엔 판교 R&D 캠퍼스를 찾은 김승연 회장이 한화정밀기계의 HBM용 TC 본더를 직접 점검하며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한화정밀기계 측은 지금까지 외부와 공유하지 않은 제품 정보가 넘어간 경위에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국내외 전시회에 출품하지 않았을뿐더러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도 아닌데, 한미반도체 측이 제품의 구조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서다.
한화정밀기계 관계자는 "특허 등 사전 검증은 제조업의 핵심 프로세스이며, 이 과정에서 문제가 포착되면 해당 기술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원칙을 지켜왔기 때문에 어떤 분쟁 국면에서도 승소를 자신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한미반도체 측은 뉴스웨이의 취재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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