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회장 승진한 '창업 2세' 경영인 'TC 본더' 개발 이끌며 글로벌 기업 육성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전날 곽동신 대표의 회장 선임을 포함한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곽동신 회장은 2007년 부회장에 오른 이래 실질적인 사령탑으로서 경영 전반을 책임져왔는데, 이번 변화를 기점으로 국내외에서 운신의 폭을 한층 넓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곽 회장은 한미반도체를 전세계 320여 기업과 거래하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강자로 키워낸 장본인이다. 창업주 고(故) 곽노권 회장의 장남인 그는 1998년 회사에 합류한 뒤 영업 등 일선 부서에서 경영수업을 받았고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에 필수적인 TC 본더 개발을 주도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TC 본더는 수직으로 쌓은 D램을 웨이퍼에 붙일 때 쓰는 장비다. 한미반도체의 제품은 본딩 모듈이 두 개인 구조를 띤다. 일본·유럽의 장비와 비교해 면적을 크게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높은 생산성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강점을 지닌다.
한미반도체와 SK하이닉스는 장기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기술적 난제를 풀어냈고 결과물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이를 통해 한미반도체는 자신들의 TC본더에서 SK하이닉스 HBM,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순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에 올라탔다.
이후 한미반도체는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2007년까지만 해도 연간 영업이익이 약 270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불과 9개월 만에 1800억원을 벌어들일 정도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2000억원 수준이던 시가총액 역시 8조원으로 40배나 뛰었다.
기업 가치가 커지자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던 곽 회장도 덩달아 유명세를 탔다. 주가 상승에 자산이 39억달러까지 불어나 포브스가 4월 발표한 대한민국 50대 부자 순위에선 8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가운데 무거운 직책을 부여받은 곽 회장은 회사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 신경을 쏟을 전망이다.
현재 한미반도체는 국내외에서 경쟁 기업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반도체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 기조 속 한화정밀기계, 싱가포르 ASMPTM 등 후발 주자가 기회를 모색하고 있어서다. 한화정밀기계의 경우 SK하이닉스로부터 장비에 대한 퀄테스트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한미반도체로서는 국내에 안주하지 말고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하듯 곽 회장은 승진과 동시에 신제품 'TC 본더 그리핀 슈퍼 본딩 헤드'를 직접 소개하면서 앞으로의 경쟁우위를 자신했다.
곽 회장은 "AI 시장의 급성장에 HBM 시장도 매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면서 "AI 반도체 리더 엔비디아의 차세대 제품 '블랙웰'도 한미반도체의 TC 본더로 생산하며, HBM TC 본더 세계 1위 한미반도체의 위상과 경쟁력은 계속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의 시선도 우호적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진입장벽이 높은 반도체 산업 특성을 고려했을 때 당분간 한미반도체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앞선 보고서에서 "잠재적 경쟁사와 한미반도체의 기술력 격차는 매우 크다"면서 "앞으로 한미반도체는 HBM4E, HBM4X에 적용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본더에 대한 독점적 공급을 지속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도 "4분기 현재 최대 고객사향 TC본더가 인공지능(AI) 가속기 최종 사용자의 공급 일정에 맞춰 원활하게 출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최대 고객사의 이원화 정책을 가정해도 다른 주문이 늘면서 한미반도체가 내년엔 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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