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 관세' 우려↑···고환율 악재 겹쳐현지 투자 늘리고 공장 건립 속도···현지 경쟁력 강화 대응
국내 최대 수출국 미국, 2023년부터 1위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산 식품 등(케이푸드 플러스, K-Food+) 수출액은 전년 대비 6.1% 증가한 130억2660만달러(한화 약 18조97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케이푸드 플러스는 농식품과 농기자재 등 전후방 산업 전반을 포함한 개념이다.
이중 미국 수출액은 15억9290만달러(한화 약 2조3200억)로, 수출 최대 국가로 떠올랐다. 당초 미국은 2023년 중국과 일본에 이어 수출액 3위였다가 작년 21.2% 성장해 1위를 차지했다.
품목별로 보면 수출 1위 라면이 12억4850만달러(1조8200억)로 31.1% 증가했고, 과자류 7억7040만달러(1조1200억), 음료 6억6270만달러(9600억), 쌀가공식품 2억9920만달러(4300억)로 뒤를 이었다. 신선식품 중에서는 김치가 1억6000만달러(2300억)로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라면과 과자, 김밥 등 쌀가공식품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노출되고 유행을 타면서 수출이 늘었다. 특히 미국 대형 유통매장의 신규 입점 등이 증가했다.
K-푸드의 미국 수출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업계에선 트럼프 2기 정부의 '보편 관세'를 대비하기 위해 현지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미국에 생산기지를 짓고 현지 생산에 나서거나 현지 영업 및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제품의 인지도를 올리는 식이다.
수출 대신 현지···미국 공장 짓는 식품기업
식품업계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현지 생산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작년 말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에 7000억원을 들여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축구장 80개 규모(57만5000㎡)로, 2027년 완공 시 북미 최대 규모 아시안 식품 제조시설이 된다. 향후 미국 중부 생산거점이 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이 공장을 통해 '비비고 만두'의 미국 시장 1위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박민석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는 신공장 착공식에서 "이번 투자는 미국에서 증가하는 K-푸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베이커리업계에선 북미 1000호점 달성을 목표로 경쟁하는 SPC그룹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 뚜레쥬르가 미국 시장에서 가맹점을 늘리면서 현지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SPC그룹은 미국 텍사스 주에 제빵 공장을 짓는다. 이 공장은 약 15만㎡ 크기의 부지로, 현재 지방 정부와 투자 계획을 조율 중이다. 파리바게뜨는 미국과 캐나다에 2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가맹사업 활성화로 매장 수와 제품 공급량 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북미 지역 사업 성장에 따라 원활한 제품 공급과 품질 향상을 위해 미국 공장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며 "그룹 차원의 협력을 통해 미국 현지 시설을 시장 대응 및 현지화 전략의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CJ푸드빌은 미국 조지아 주 9만㎡ 부지에 약 700억원을 투자해 빵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연간 1억개 이상의 베이커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올해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한다. 향후 북미 지역 뚜레쥬르 가맹점의 주요 생산 거점이 될 예정이다.
생산기지냐, 수출이냐···엇갈린 희비
미국에 생산 공장을 둔 식품기업으로는 CJ제일제당과 대상, 풀무원, 농심 등이 꼽힌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은 종합식품기업으로 간편식과 김치 등을 생산하고, 풀무원은 두부를 생산 중이다. 국내 수출 1위 품목인 라면은 미국 공장을 가진 기업으론 농심이 유일하다.
농심은 현재 미국 공장 2개로 일부 제품을 제외하곤 대부분을 현지 생산 중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제2공장 용기면 라인을 증설해 가동을 시작했고, 11월엔 '신라면 툼바' 생산하며 현지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으로 현재 해외 매출 중 미국 비중이 가장 높다.
반면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수출로 미국 시장에 대응한다. 오뚜기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부지를 매입하고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정부의 인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라면 3사 중 해외 입지가 가장 약한 만큼 미국 공장이 성장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삼양식품은 해외 공장 없이 전량 국내 생산, 수출로만 물량을 소화하다가 작년 말 중국 상하이 인근에 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금액은 1400억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삼양식품은 미국 생산기지 대신 판매법인을 통한 현지 영업에 공들이고 있다. 삼양식품 미국법인은 월마트 전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코스트코 입점률은 50% 수준에 달한다.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 광고와 현지 캠페인 등을 열며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과자업계에선 롯데웰푸드가 빼빼로를, 오리온이 꼬북칩을 통해 미국 공략에 나섰다. 롯데웰푸드는 작년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뉴욕 타임스퀘어 옥외광고를 띄우고 체험행사를 진행했다. 롯데가 빼빼로의 글로벌 매출 1조원을 목표한 만큼 미국 시장의 성과가 주요한 셈이다.
오리온 꼬북칩은 미국에서 젊은 수요층을 점령하고 있다. 코스트코 등 대형 할인매장에 이어 미국 저가형 할인점 파이브빌로우와 미니소에 입점해 인기를 얻었다. 오리온은 미국에서만 꼬북칩 단일 품목의 연 매출이 400억원을 넘길 경우 현지 공장 설립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을 새로운 수출 활로로 집중해 그 규모가 커졌는데, 관세와 같은 수출 규제 리스크가 생기면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현지 생산이 안 되면 현지 사업 역량을 키워 제품 인지도를 높이는 식으로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환율에 관세 리스크···K-푸드 '악몽' 우려
식품업계가 현지 경쟁력을 강화하고 트럼프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관세 폭탄 가능성은 여전히 부담이다. 현재 식품은 미국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수출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집권 이후 보편관세가 적용되면 식품 수출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한국산 제품에 1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에 따라 K-푸드의 가격 경쟁력이 악화되면 수출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정부가 자국 우선주의를 지향하는 만큼 높은 관세뿐 아니라 수입품에 대한 까다로운 검역 절차 등도 예상돼 전반적인 K-푸드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고환율·고물가 악재가 겹쳤다. 트럼프 당선 소식에 달러 가치가 오르던 중 국내 정국 불안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를 넘어선 상황이다.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 경우 환율 변동에 의한 비용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라면과 과자와 같이 밀과 유지류, 코코아 등이 원재료인 가공식품은 원재료 약 70%를 수입에 의존한다. 제조 원가 자체가 높아져 원가 인상 압박을 피하기 어려운 셈이다.
실제 CJ제일제당은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서 환율이 10% 인상될 경우 세후 이익이 약 141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상도 환율 5% 상승에 세전 이익 56억원 감소를 예상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관세 리스크에 환율 상승이 장기화하면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를 뿐만 아니라 불안정한 환율은 내수 위주 기업은 물론 수출 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라면·과자의 경우 밀가루·팜유 등 수입해서 만들기 때문에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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