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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강석훈, 1조5천억 혈세 투입했지만···산업은행 '밑빠진 독' KDB생명 결국 품었다

금융 금융일반

강석훈, 1조5천억 혈세 투입했지만···산업은행 '밑빠진 독' KDB생명 결국 품었다

등록 2025.01.20 15:55

수정 2025.01.20 16:24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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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대주주 변경 승인···6개월 내 자회사 편입 계획홍기택·이동걸·강석훈 체제 10년간 매각 노력 연달아 실패재무건전성 개선 시급···"자금 투입 보다 체질개선 더 해야"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한국산업은행이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한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한다. 이에 따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또한 역대 회장들과 마찬가지로 임기 내 주요 과제였던 KDB생명 매각을 매듭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정례회의에서 KDB생명의 대주주를 사모펀드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에서 산업은행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KDB생명 지분 98.26%를 보유 중인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KCV)'는 산업은행이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KDB생명의 전신인 금호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조성한 사모펀드다. 산업은행은 이 사모펀드를 통해 KDB생명 주식을 간접보유하는 방식을 택했다.

단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 최장 존속기간이 15년인 만큼 펀드는 지난해 말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청산을 확정했으며 이에 산업은행은 KDB생명을 직접 소유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의 승인이 난 만큼 펀드 만기를 고려해 6개월 이내에 자회사 편입을 완료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내부 체질 개선 등 기업가치 제고에 매진할 계획이며 재매각 시기는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강석훈 회장 체제에서도 산업은행은 사실상 KDB생명 매각에 실패하게 됐다. 강 회장은 오는 6월 임기가 만료된다. KDB생명은 강 회장뿐만 아니라 10년간 여섯 차례 매각에 실패하며 역대 회장들의 대표적인 구조조정 실패 사례로 꼽혀왔다.

산업은행은 2009년 금호생명 인수 후 2014년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시절 처음으로 매각 시도에 나섰다. 이후 이동걸 전 회장도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이동걸 전 회장의 경우 KDB생명에 대해 "산업은행은 생명보험과 전혀 관계없는 회사이기 때문에 잘 관리 할 수 없었다"면서 "산은에 떠넘기기로 들어왔는데 일방적으로 책임 전가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진=KDB생명 제공사진=KDB생명 제공

강석훈 회장은 취임 후 KDB생명 매각에 대해 "최대한 빨리하겠다"며 '신속 매각'을 강조하며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인수자 찾기에 나섰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인수 논의를 진행했던 하나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는 모두 인수 철회 의사를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강 회장은 지난해 6월 KDB생명 매각 상황과 관련한 질문에 "KDB생명은 저에게도 정말 많이 아픈 손가락이다. 매각을 위해 최선을 다해봤으나 원매자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KDB생명 매각 실패는 산업은행의 대규모 자금 투입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재무건전성이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말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경과 조치 전 기준 66.3%로 보험업법상 최소 기준치인 100%를 밑돌았다. 이는 모든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청구할 경우 66%만 지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경과조치 전 킥스 비율이 100%를 하회하는 곳은 생보사 22곳 중 푸본현대(17.3%)와 KDB생명 두 곳 뿐이다.

금융당국은 킥스비율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100% 미만일 경우 적기시정조치 대상으로 신규업무 및 신규출자가 제한된다. 단 KDB생명은 금융당국에 경과조치를 신청해 이를 통해 지표를 관리 중이며 이 경우 킥스 비율은 179.51%로 금융당국 권고기준을 가까스로 뛰어넘는다. 경과조치란 킥스 비율이 급격하게 줄어든 보험사의 감소한 자본을 유연하게 평가하는 제도다.

더불어 그동안 KDB생명에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한 산업은행의 책임론도 흘러나오고 있다. 보험사 매각에는 안정적인 재무구조가 중요함에도 산업은행이 성급하게 매각을 추진해 KDB생명에 '부실 매물'이라는 낙인이 찍혔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자회사 편입 후 건전성 개선 작업을 거친 뒤 재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단 문제는 앞으로도 약 1조원 수준의 공적자금 투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 노력을 진행하는 동안 보험업계 경영상황이 악화됐고 회계기준 변화와 인구고령화가 심화되며 인수자에게도 생명보험사의 이점이 많이 사라졌다"면서 "과거처럼 생보사를 인수해 몸집을 크게 불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공적자금이 대거 투입된 상황에서 헐값 매각을 할 순 없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자금 투입보다는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이는 등의 효율화 작업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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