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 내달 영업점 대거 폐쇄···"비용 절감" 비대면 금융거래 활성화로 영업점 역할 약화 실효성 떨어지는 영향평가···기능 재편도 시급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다음달 영업점 28곳의 문을 닫는다. 폐쇄되는 영업점은 서울 건대역, 까치산역, 경기 광명, 매탄동 등 수도권 23곳과 대전 둔산크로바점, 울산 삼산점, 부산 안락동·좌동점, 경북 포항해병대점 등 지방 5곳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금융거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시중은행의 영업점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대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국내 영업점은 2019년 말 4661곳에서 2023년 말 3927곳으로 쪼그라들었다. 통계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도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상당수의 영업점이 문을 닫았다.
은행 업무 80% 이상 비대면 가능···점심시간에만 고객 집중
은행별로 살펴보면 4대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1000곳을 넘겼던 국민은행 영업점은 5년 만에 795곳으로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877곳에서 722곳으로 줄었고, 하나은행도 725곳에서 598곳으로 감소했다. 우리은행(874곳→711곳)과 농협은행(1136곳→1101곳)도 영업점 감소세가 뚜렷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의 영업점이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영업점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어서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금융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은행 업무의 80% 이상은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일부 대출 업무를 제외하면 고객들이 영업점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은행 입장에선 역할이 줄어든 영업점을 유지하는 건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비대면 금융서비스 시장에 안착한 만큼 오프라인 영업점을 줄여 관리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게 은행권의 입장이다. 현재 은행 영업점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더라도 오전엔 한산하고 점심시간 등 특정 시간에만 고객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은행의 영업점 감소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층은 여전히 영업점 방문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역대급 호실적을 거두고도 비용 절감에만 치중해 금융 취약계층을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해 4월 "2020년 이후 600개에 가까운 은행 점포가 사라졌다"며 "어려운 시기에 노인 등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은 바 있다.
셀프 영향평가 뚜렷한 한계···선진국선 영업점 늘리고 차별화
금융위원회가 지난 2023년 내놓은 국내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모양새다. 가이드라인엔 고객 의견수렴을 반영한 영향평가 재실시, 이동점포 등 대체수단 및 소비자 보상방안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소멸과 빠른 고령화가 진행중인 지역일수록 은행의 수익성 추구 동기에 의한 점포 폐쇄 유인이 높다"며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은 지역 내 금융소비자에게 발생하는 불편을 은행들이 제대로 평가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 내 금융소비자들의 물리적 이동거리의 변화 등을 반영한 폐쇄 영항평가와 절차 등에 대한 정책적 보완이 추가로 필요해 보인다"며 "은행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은행 점포 분포에 대한 평가 기능을 균형있게 강화할 수 있는 수단 마련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일각에선 단순히 영업점을 줄일 게 아니라 기능과 역할을 재편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형·경량화, 고부가가치화, 고령친화 등 영업점 운영전략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과 달리 캐나다 TD뱅크는 고객이 차로 10분 안에 지점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접근성을 높였다. 영업점을 핵심예금 조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채널로 삼은 결과다. 또한 일본의 대형은행들은 소형 영업점 비중을 확대하고 점주권 환경에 따라 제공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등 지점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했다.
이수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코로나 이후 방문 빈도는 줄었지만 여전히 필요하다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확인되며 영업점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며 "손님 접점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성을 제고하고, 급격한 고령화와 자산관리 수요 확대 등 니즈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점의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해외에서도 지점 축소 트렌드는 지속되고 있지만 일부 글로벌 은행들은 지점 수를 유지하거나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다"며 "영업점별 입지, 방문고객, 지점간 연계성 등을 고려한 점포 유형 다변화, 특화점포 등을 모색하고 향후 규제 변화에 대응한 차별된 대면 영업전략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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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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