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렉라자 힘입어 연매출 2조원 돌파종근당, 역성장 탓에 녹십자와 순위 바뀌어보령, 매출 1조원 돌파로 새로운 강자 부상
6일 국내 매출 1조원 이상 제약사 6곳(유한양행·GC녹십자·종근당·한미약품·대웅제약·보령)의 작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종근당을 제외한 모든 기업의 매출은 증가했다. 연구개발(R&D) 비용 증가와 기저 효과 등으로 인해 대부분 수익성은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유한양행, 전통제약사 최초 매출 2조 돌파
지난해 전통제약사 중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돌파한 유한양행은 연결 기준 매출 2조678억원, 영업이익 54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479억6200만원으로 64.3% 감소했다.
유한양행의 '2조 클럽' 가입을 이끈 것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수익이다. 지난해 유한양행은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가 미국과 유럽에서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으로 품목허가를 받으며 라이선스 수익을 수령했다. 렉라자 라이선스 수익은 2023년 112억원에서 지난해 1053억원으로 839.3% 증가했다.
지난해 렉라자가 국내에서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유비스트 기준 국내 원외처방액도 478억원으로 전년(250억원) 대비 91.5% 늘었다. 경쟁제품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지난해 1368억원으로 전년(895억원) 대비 52.9% 확대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훨씬 가파르다.
회사 측은 이외에도 지배회사와 종속회사 매출 증가로 전체 매출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영업이익 주요 감소 요인은 연구개발비 증가"라면서 "지난해 연결기준 연구개발비가 2699억원으로 전년대비 1044억원 증가했다. 또 종속회사 영업이익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올해도 '제2의 렉라자' 발굴을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마일스톤 수령액 대부분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유한양행은 최근 5년간 R&D에 1조원 넘게 투자했는데, 올해 초부터 임상결과를 발표하는 등 주요 파이프라인이 순항하고 있다.
회사는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레시게르셉트'(코드명 YH35324)의 임상 1b상 파트1 결과를 지난 2일 '미국 알레르기천식 면역학회(AAAAI) 2025년 연례회의'에서 포스터로 발표했다.
레시게르셉트는 항면역글로불린 E(anti-IgE) 계열 Fc 융합단백질 신약 후보물질이다. 혈중 유리 IgE의 수준을 낮춰 알레르기 증상을 개선하는 기전이다. 임상시험 결과 레시게르셉트는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환자에서 오말리주맙 대비 더 강력하면서 지속적인 혈중 유리 IgE 억제 활성과 안전성을 나타냈다.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R&D) 총괄 사장은 "이번 시험 결과에서 레시게르셉트는 주요 개발 목표 적응증인 H1 항히스타민제 불응성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환자에서 실제로 임상 증상 개선을 보여줬다"면서 "반복투여 시의 안전성, 약동학, 약력학적 특성을 평가하는 임상 1b상 최종 결과를 분석 중이다. 다음 개발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최적의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녹십자·한미, 사상 최대 매출 경신···독감 유행 지연 4분기 발목
GC녹십자와 한미약품도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하며 각각 매출 2위와 4위를 기록했다. GC녹십자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6799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늘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8% 감소한 321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종근당에 추월당해 3위로 주저앉았으나 1년 만에 2위로 돌아왔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4955억원, 영업이익 2162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0.3% 증가, 2% 감소했다.
녹십자의 매출 성장을 이끈 것은 '알리글로' 미국 출시와 '헌터라제' 수출 정상화다. 녹십자는 지난해 8월 혈액제제 알리글로를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미국에서 4분기 매출 480억원을 기록하며 '소프트랜딩'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수출액은 2021년 322억원, 2022년 500억원으로 급증했다가 2023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집트 외환위기 탓에 288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2분기부터 수출이 정상화돼 3분기까지 회복세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3분기 헌터라제 수출액은 1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8.2% 증가했다.
다만 자회사 부진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줄었다. 지난해 자회사 지씨셀은 연결기준 영업손실 200억원을 기록했다. 의정갈등 장기화에 따른 검체검사 서비스 부문 매출 감소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독감 유행이 늦어지며 지난해 4분기 독감 백신·치료제 매출 발생이 지연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독감 관련 매출은 올해 1분기 반영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영업이익 축소는 자회사 실적 부진에 따른 변동"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이상지질혈증 복합신약 '로수젯'이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전년 동기 대비 17.6% 성장한 210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고혈압 치료 복합제인 '아모잘탄' 패밀리도 지난해 146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주요 품목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유비스트 기준 국내 원외처방 시장에서 7년 연속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한미약품 측은 의정갈등 장기화, 기술료 부재로 인한 기저효과, 독감 유행 지연 등으로 인해 수익성에 영향이 미쳤다고 설명했다. 특히 독감 유행이 지연되며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 3516억원, 영업이익 3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7%, 56.6% 감소하며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하회했다.
올해는 경영권 분쟁이 종식된 만큼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지속적인 R&D 투자로 자체 개발 혁신 제품 및 신약의 글로벌 도약을 추구할 것"이라며 "높은 R&D 역량을 바탕으로 한 자체 개발 제품 중심의 매출 구조로 한국 제약 주권을 선도하겠다"고 했다.
종근당·대웅제약, 실적 희비 극과극···보령 1조 클럽 합류
종근당은 지난해 역성장으로 인해 GC녹십자와 순위가 바뀌며 매출 3위로 하락했다. 종근당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5864억원, 영업이익 99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 59.7% 줄었다. 6대 제약사 중 매출은 유일하게 역성장했고, 영업이익 감소율도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직전사업연도 기술수출 계약금의 회계인식에 따른 역기저효과로 지난해 매출과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종근당은 지난 2023년 11월 노바티스에 신약 후보물질 'CKD-510'의 연구, 임상 개발·상업화 권리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며 계약금 1061억원을 받았다. 지난해는 기술수출 실적이 없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역기저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대웅제약은 주요 제약사 중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하며 호실적을 보였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4227억원, 영업이익 148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3.4%, 20.7% 증가했다. 실적 성장을 이끈 것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 등 주력 품목이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큰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나보타의 지속적인 성장이 2년 연속 트리플 크라운을 이끌었다"며 "국산 신약 펙수클루 및 '엔블로'와 간장약 '우루사'도 뚜렷한 성장세로 실적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웅제약의 전문의약품 부문은 860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약 펙수클루와 엔블로를 중심으로 '크레젯', '다이아벡스', '릭시아나', '세비카' 등 코프로모션 품목까지 고른 성장을 보였다. 특히 펙수클루는 지난해 국내외에서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고, 우루사는 96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엔블로는 지난해 처음 연매출 100억원을 넘었다.
나보타는 지난해 연간 매출 186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7% 성장했다. 나보타 매출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4%에 달하는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미용 톡신 시장 점유율 13%로 2위에 올라섰다.
보령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입성했다. 지난해 매출 1조171억원, 영업이익 70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8.2%, 3.2%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81% 증가한 727억원을 기록했다.
보령은 지난 2019년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한 이후 5년 만에 매출 규모를 2배 가까이 늘리며 새롭게 대형제약사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HK이노엔과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에 대한 코프로모션을 펼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패밀리'가 지난해 3분기 누적 113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 대비 약 15%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밖에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인 '젬자', '알림타', '온베브지' 등을 도입해 판매하는 레거시 브랜드 인수(LBA) 전략이 먹혀들어 항암제 부문도 성장세를 유지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항암제 부문 매출은 18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3% 늘었다.
보령은 올해 오너 3세 김정균 단독대표 체제로 변경되며 본격적인 오너 경영 체제에 돌입한다. 앞서 김정균 대표와 각자대표를 맡고 있던 장두현 대표가 개인 사유로 자진 사임하면서 단독 대표 체제로 변경된 것이다.
보령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보령의 성장전략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책임경영이 필요한 시기임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인류 건강에 꼭 필요한 회사가 되기 위해 전략적 필수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익 창출 역량과 글로벌 신성장 동력을 가속화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2024년 국내 제약업계는)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 FDA 신약 승인, 미국 시장의 진출 가시화 등 긍정적인 기술적 성과에 따라 투자 관심도가 집중되며 상승 반전을 이끌었다"면서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탄탄한 과학적 기반을 중심으로 한 기술적 차별화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 마일스톤을 성실히 이행한 기업들 중심으로 옥석 가르기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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