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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이재용 '사즉생' 주문에 180도 바뀐 삼성 CEO들

산업 전기·전자

이재용 '사즉생' 주문에 180도 바뀐 삼성 CEO들

등록 2025.03.19 16:30

수정 2025.03.19 17:04

전소연

,  

정단비

,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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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주주들과 소통전자, HBM 문제 해결·하반기 실적 개선 노력전기, 고성장·고수익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삼성 최고경영자(CEO)들이 고개 숙여 사과하며 주주들과의 소통에 나섰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실적에 대한 해명과 각사별 향후 경영 전략 등을 공유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그룹의 전례 없는 위기에 경영진을 비롯한 임직원들 향한 따끔한 일침을 가하자 분골쇄신에 나선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SDI 등 삼성그룹의 전자 계열사들은 19일 오전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한종희·전영현 "대응 실패 인정하지만···하반기 실적 개선 자신"


이날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쪽은 삼성전자였다. 그룹의 상징일 뿐 아니라 'AI(인공지능) 트렌드'와 저조한 실적,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주가에 이르기까지 얘깃거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주가가 '5만원대 박스권'에 묶인 탓에 주주의 원성도 상당했던 터였다.

이에 삼성전자 경영진은 성토의 장이 된 현장 분위기 속에 연신 고개를 숙였다. 또 주총의 정례 행사로 자리 잡은 '주주와의 대화'를 통해 비전을 공유하며 전방위적 혁신과 재도약을 약속했다.

한종희 부회장부터 총대를 멨다. 그는 "최근 주가가 주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에 사과드린다"며 "AI 반도체 시장 대응에 실패하고, 스마트폰·TV 등 주요 제품이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발(發) 관세 이슈 등 대내외 환경이 어렵지만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를 믿고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행사 중엔 반도체 사업을 둘러싼 허심탄회한 대화도 이어졌다. 근본적 원인 진단부터 HBM과 파운드리의 영업·생산 전략을 묻는 전문적인 질의가 쏟아져 나오면서다.

전영현 부회장은 "삼성전자 주가에 반도체 성과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잘 알고, HBM과 관련해서도 초기 대응이 늦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사과의 뜻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AI 투자 붐과 재고 소진 효과로 하반기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HBM3E 12단 제품으로 시장 흐름을 바꾸고, HBM4에 적극 대응하는 등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함으로써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사진=삼성전기 제공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사진=삼성전기 제공

사상 첫 매출 10조 찍은 삼성전기 "치열한 경쟁 속 독하지 않으면 죽는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도 이날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며 주주들에게 회사의 경영 상황과 중점 추진 방향 등을 상세히 설명,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삼성전기 주주총회에서는 보고 사항과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의 승인 등 부의 사항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특히 올해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재선임에 성공했던 장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건도 무난하게 통과됐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지정학적 불확실성, 경기 불안정 등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고부가 제품 중심 사업구조 개편을 꾀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을 돌파한바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도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이 예상되지만 운영 효율성을 강화하고 AI·서버·전장용 등 고성장·고수익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최고의 성장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다짐했다.

장 사장은 중점 추진 분야로 전장과 AI·서버를 꼽으며 "2025년은 ADAS가 전장용 시장의 성장 동력이며, AI는 CSP(Cloud Service Provider) 등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삼성전기의 MLCC, 패키지 기판, 실리콘 캐패시터 등 제품들은 AI용으로 공급을 확대하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이 회장이 '사즉생'을 주문한데 대해서도 "시의적절하게 말씀하신 것 같다"며 "경쟁은 엄청나게 치열해지고 있어 독하지 않으면 죽는 것이고 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죽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도 사장으로서 항상 누가 뒤에 칼을 꽂는 듯한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이에 (이 회장의) 독한 삼성인이 되자는 얘기는 신입사원부터 사장까지 다 새겨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사진=전소연 기자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사진=전소연 기자

대규모 유상증자에 뿔난 주주, 고객 숙인 삼성SDI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이날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 취임했다. 최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대규모 유상증자에 반발하고 나선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이날 주총에는 최주선 대표이사 선임의 건을 포함해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표 승인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등 총 4개의 안건들이 상정됐고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다만 삼성SDI가 최근 발표한 유상증자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으로 인해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삼성SDI는 지난 14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던바 있다. 신주는 총 1182만1000주이며 증자 비율은 16.8%다.

이에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은 "투자 집행을 위해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해왔으나,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유상증자를 통한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회복에 주력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유상증자) 준비 과정을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해 주주가치를 제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 역시 금융당국이 자사의 유상증자 결정을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해 들여다보는 것과 관련해 "저희가 잘 준비해서 유상증자 하는 취지에 대해 해당 당국에 잘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위기의 삼성에 이재용 회장 '사즉생' 일침


이날 삼성 CEO들이 주주 등 시장을 향해 소통에 나선 것은 이 회장의 '사즉생' 주문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최근 삼성을 두고 내외부에서는 '위기에 빠졌다'는 진단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위기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부터 감지됐다. 메모리, TV, 모바일 등 삼성전자가 그간 가장 잘하고 자신있던 사업들을 중심으로 경고음이 나왔다는 점에서다. 위기의 이유는 중국의 맹추격, 경쟁사 대비 뒤쳐졌던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등 이유는 다양했지만 이를 관통하는 것은 '삼성다움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이 최근 삼성 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세미나에서 '사즉생', '독한 삼성인'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중 갈등, 글로벌 관세 전쟁 등 글로벌 시장을 비롯해 탄핵 정국으로 인한 불안정한 국내 정세까지 복합 위기 속에서 삼성그룹이 안일한 태도로는 존폐의 기로에 놓일 수 있다는 진단에서다.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의 DNA를 재차 새길 필요가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삼성 CEO들도 저마다 시장과의 소통에 나서 우려를 불식하고 경영진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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