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만주 자사주 전량 소각···재무구조 '슬림화'뷰티·생활용품·음료 '3각 포트폴리오' 구축···위험 분산 전략'재무 구조는 줄이고, 제품은 늘리고'···양방향 체질 개선 가속
LG생활건강은 최근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보통주 95만8412주와 우선주 3438주 등 총 96만1850주의 자사주를 2027년까지 전량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약 보통주 1561만주, 우선주 210만주)의 약 5.4%에 해당하는 규모다.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가치 제고 정책으로,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EPS)를 끌어올리고, 기업의 자본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LG생활건강이 그간 자사주를 장기 보유하거나 임직원 보상 수단으로 활용했던 것과 달리, 전량 소각을 명시한 것은 이례적인 선택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장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이후 중국 시장의 회복 지연과 고가 브랜드 소비 위축 여파로 주가가 박스권에 머무르며, 주주 신뢰 회복 요구에 직면해 있었다.
재무적 슬림화 전략과 함께, LG생활건강은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회사는 주력 사업을 화장품(Beauty), 생활용품(HDB), 음료(Refreshment) 3대 부문으로 구성하고 있으며, 각각의 2024년 매출 비중은 화장품 42%, 생활용품 31%, 음료 27%다.
이 구조는 계절성과 수요 패턴이 상이한 제품군을 적절히 배치하면서 연간 실적의 변동성을 줄이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예컨대 음료 부문은 여름철, 뷰티 부문은 겨울철이 성수기이므로 사업 간 수요 보완 효과가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화장품 부문에서는 '더후', '숨37˚' 등 럭셔리 브랜드 중심의 글로벌 전략과 함께, '빌리프', '프레시안', 'hince' 등 MZ세대를 겨냥한 브랜드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생활용품 부문의 경우 '페리오', '엘라스틴', '닥터그루트' 등 국민 브랜드를 통해 국내 시장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음료 부문에서는 코카콜라, 미닛메이드, 몬스터에너지 등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유통을 통해 안정적 현금 흐름을 확보 중이다.
LG생활건강의 이번 전략은 재무 구조는 경량화하고, 제품 전략은 다각화하는 양방향 체질 개선으로 요약된다. 자사주 소각은 불필요한 자본 축적을 줄이고, ROE(자기자본이익률) 개선 여지를 확보하는 한편, 포트폴리오 확장은 소비층 다양화와 신시장 개척의 수단이 될 전망이다.
이는 2023년 선임된 이정애 대표 체제에서 나타난 가장 뚜렷한 변화 중 하나다. 이 대표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글로벌 확장과 ESG 경영 강화, 소비자 중심의 혁신"을 3대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미니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 바디케어 브랜드 비클리닉스, 립케어 신 카테고리 립세린 등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와 브랜드를 연달아 출시하며 뷰티 사업의 디지털화와 신소비 트렌드 대응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이며,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자사주 소각은 아직 계획 단계로, 실제 이행 여부나 시점은 회사의 재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자사주 소각은 법적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공시된 계획이 반드시 실행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사주 소각은 선언보다 실행이 중요하다"며 "계획이 실제로 이행되고, 제품 전략 역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주가 회복의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KCMI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기업이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만 하고 소각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치 제고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실제 소각 실행을 통해 주주 신뢰를 회복하고, 중장기적 성장 전략과 연계된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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