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백악관서 트럼프와 화기애애한 만남'31조원' 사상 최대 규모 투자···트럼프 리스크 돌파구글로벌 대관의 성과···"위대한 회사" 환대 받은 현대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이크 존슨(R-LA) 미 하원의장,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에게 210억 달러(약 31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닥치는 대로 관세를 부과하는 트럼프발(發) 리스크에 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통 큰 한 방을 날린 결과물이다. 이번 투자액은 현대차가 미국에 투자한 사상 최대 규모다.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깜짝 등장한 정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줄곧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불과 몇 주 전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25% 상호관세를 언급하며 한국산 자동차를 정조준했을 때만 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이다.
그동안 현대차는 공공연하게 정의선 회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면담 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트럼프 취임식 행사에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100만달러(약 14억7000만원) 기부금을 내 눈도장을 찍었다. 현대차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금을 낸 것은 처음이다.
정 회장은 직접 미국 출장길에 올라 트럼프 2기 체제 핵심 인사로 떠오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밀월하며 접점을 늘려갔다.
24시간을 쉬지 않고 바쁘게 뛰던 정 회장과 그의 대관 '드림팀'은 머지않아 성과를 냈다. 정 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국내 경제인이자 최초로 백악관에서 대미 투자를 약속한 한국 기업인이 됐다.
정의선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전후해 미국 대관 역량을 강화했다. 일찌감치 회장 직속으로 GPO(Global Policy Office) 조직을 가동했다. 2023년 8월 신설돼 지난해 2월 독립 사업부로 격상시켰다. 수장은 외교부와 용산 대통령실 출신인 김일범 현대차 부사장이 맡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선 호세 무뇨스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하고 미 관료 출신 성 김 사장을 대외협력 총괄로 영입해 적극적인 인재술을 펼쳤다. 두 '미국통'은 미국 내 급변하는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트럼프 측 주요 인사들과 접점을 형성하고 돌파구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 해왔다.
특히 부시부터 오바마·트럼프·바이든 등 역대 미국 정부에서 두루 요직을 맡았던 성 김 사장은 이번 투자 발표에 핵심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서도 정 회장의 바로 옆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 회장은 오는 26일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준공식에 참석한다. 준공식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부회장, 호세 무뇨스 사장 등 현대차 임원 다수와 미 조지아 주지사 등 주정부, 연방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에 선물 보따리를 안긴 정의선 회장과 성 김 사장을 비롯한 대관팀은 트럼프 대통령을 행사장에 초청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준공식 일정에 맞춰 통 큰 투자 계획을 밝힌 이유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정 회장은 트럼프를 향해 "직접 우리의 최첨단 제조 시설을 방문해 미국과 미국 노동자에 대한 헌신을 확인해보시길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는 여기에 "오케이"라고 화답했다.
'백악관 빅딜'을 성사시킨 현대차가 다시 한 번 글로벌 대관조직의 힘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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