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신용 절반이 '부동산'···메마른 혁신기업 자금줄금융시스템 리스크 확대 및 실물경기 위축 가속화부동산대출 취급유인 억제해야···자본규제 보완 시급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금융시장연구팀은 3일 '부동산 신용집중의 구조적 원인과 문제점'을 담은 연구자료를 발표하고 "부동산 부문에 대한 과도한 신용공급은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요인일 뿐만 아니라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오후 한은과 금융연구원은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부동산 신용집중 개선방안을 논하는 공동 정책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부동산에 자금공급이 집중돼 신성장 산업과 혁신기업의 돈맥이 막혔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자리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금융기관의 부동산 부문에 대한 신용공급은 연간 100조원 이상 늘었다. 2022년 이후 정책당국의 가계부채 증가세 관리가 강화됐지만 여전히 다른부문 보다 증가속도가 빠르다는 평가다.
부동산 신용 규모 2013년 대비 2.3배 증가···금융시스템 '경고등'
우리나라의 부동산 신용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932조5000억원으로, 전체 민간신용의 49.7%를 차지했다. 2013년 말과 비교하면 2.3배나 불어난 규모다. 특히 2015년부터 2016년,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고 2022년 이후에는 다소 둔화된 모습이다.
가계부문은 주택담보대출(정책모기지 포함)‧전세대출 등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기업부문도 부동산업 대출을 중심으로 빠르게 불어났다. 은행은 부동산 신용 증가세가 가계부문을 중심으로 지속되는 가운데 비은행도 2018년 이후 기업부문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한은은 부동산 부문에 신용공급이 집중될 경우 생산적 부문에 대한 신용공급이 제한돼 경제성장이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저하와 금융산업의 경쟁력 약화도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힌은이 우리나라 민간신용과 경제성장 간 관계를 실증분석한 결과 부동산 중심의 민간신용 확대가 지속될수록 민간신용의 성장기여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업은 여타 업종에 비해 자본생산성이 낮아 신용이 집중될수록 전체 자본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또한 대내외 충격 발생시 부동산가격 급락 및 이에 따른 급격한 디레버리징이 나타나면서 금융시스템 리스크와 실물경기의 위축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채권 회수율 하락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로 신용공급을 축소시키고 이에 따라 민간소비 및 투자가 제약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또한 금융기관들이 부동산 신용의 지속적인 확대에 안주해 영업 다변화 및 금융혁신 노력을 소홀히 할 경우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도 약화될 우려가 있다. 금융기관별로 전체 자산 중 대출채권 비중 및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의 편차가 크지 않아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기 어렵고, 신시장 개척보다는 기존 시장 점유율 제고를 위한 영업에 치중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용 공급의 부동산 부문으로의 집중 현상이 지속되는 원인으로는 ▲가계‧기업의 부동산 투자에 집중된 자금 수요 ▲금융기관의 이자수익 중심 영업구조 ▲부동산 대출에 대한 낮은 자본부담 등 규제측면의 유인체계 등이 꼽혔다.
주담대 집중된 은행 영업전략···낮은 연체율에 자본확충 부담도 적어
가계는 부동산 위주의 자산 선호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레버리지를 동반한 주택투자를 유발하고 있다. 가계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고, 여타 자산 대비 높은 장기수익률 때문에 레버리지 동반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특히 자금 공급처인 은행은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은 수익구조상 안정적 부동산담보 중심의 대출자산 확대를 주된 영업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담대는 기업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아 안정적 수익 확보가 가능해서다.
규제 측면에서도 BIS 자본규제 하에서 부동산담보대출의 자본확충 부담이 여타 대출 대비 낮은 편이다. 은행이 주담대 및 부동산업 대출을 우선시할 유인이 크다는 얘기다. 부동산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는 일반 기업대출의 위험가중치의 약 5분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저성장 늪 빠진 한국···"생산적 부문에 자금공급 유도해야"
은행들은 제한된 대출여력을 부동산담보대출에 우선 배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 중소기업 대출내 신용대출 비중은 2007년 말 47.8%에서 지난해 말 19.3%로 쪼그라들었다. 금융기관 신용의 부동산 부문에 대한 쏠림을 완화하고 생산적인 부문으로의 원활한 자금공급을 유도하지 않으면 구조적인 저성장 문제를 풀 수 없다는 뜻이다.
한은은 단기적으로 금융기관의 부동산 대출 취급유인이 억제될 수 있도록 자본규제를 보완하고 생산적 기업대출 취급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주택금융을 포괄해 신용공급 전반의 체계를 개편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은은 이번 발표는 원론적인 접근일 뿐 당장 시행해야 하는 정책적 제언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당장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부동산대출 확대에 따른 저성장 문제를 인식하기 위한 취지라는 설명이다.
한은 "단기적 대책 제언 아냐···문제의식 공유하자는 것"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윤옥자 금융시장국 금융시장연구팀장은 전날 백브리핑에서 "가계대출이 둔화되고 있지만 기업 쪽에서 부동산에 흘러 들어가는 자금들이 상당하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당국 간에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큰 틀에서 정책의 방향성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예금기관의 기업대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34.5%에서 지난해 24.6%로 줄었으나 건설·부동산업 대출 비중은 19.7%에서 29.4%로 늘었다"며 "지난 10년간 산업구조가 달라지면서 GDP에서 차지하는 산업의 비중도 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 대출 비중이 추세적으로 줄어들면서 부동산 신용대출을 점검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윤 팀장의 설명이다.
윤 팀장은 또 "가계부채 비율이 많이 안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5위 수준"이라며 "우리나라의 부동산 대출 비중은 직접적으로 다른나라와 비교하긴 어렵지만 상당히 높은 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금융의 자금공급 기능이 경제성장에 대한 마중물 역할을 하기 때문에 거시경제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라며 "생산적인 분야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자금 흐름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과도한 규제에 대한 불만이 나오지 않겠냐는 지적에는 "부동산대출을 급격하게 줄이자는 게 아니라 과도한 공급을 적정 수준 이내로 관리하자는 뜻"이라고 답했다.
부동산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 상향 조정안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부동산 신용이 지금과 같은 증가세를 이어간다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봤다"며 "다만 직접적인 위험가중치 조정보다는 전반적인 자본규제 개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사상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다. 경제수장들은 특별대담을 통해 부동산 신용집중에 대한 중장기적인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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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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