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0.8%로 대폭 하향···건설투자 구조적 한계 노출금리인하·추경에도 소비 제약···통상위험에 정책효과 반감美 상호관세 무효 시 연간 성장률 최대 0.2%p 상향 기대
29일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을 0.8%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 내수회복이 지연된데다 미국 관세 영향으로 수출 둔화 폭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금리 인하와 추경, 정치 불확실성 해소 등 정책 요인이 반영되며 하반기부터 점진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장 흐름을 보면 지난 1분기 내수 부진이 심화되면서 역성장(-0.2%)했다. 이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경제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건설현장 사고, 기상악화, 대형산불 등 일시적 요인까지 겹친 결과다. 2분기에는 정치 불확실성 완화 등으로 반등하겠지만 건설경기 부진과 더딘 소비 회복으로 당초 예상(0.8%)에 못 미치는 0.5%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하반기 이후에는 금리인하 및 추경 효과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심리도 회복되면서 내수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은 상호관세 유예, 미·중 관세협상 등으로 최근 무역긴장이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관세율과 협상 과정의 불확실성으로 당초 전망경로를 하회하며 둔화 흐름을 나타낼 전망이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1.6%)도 기존 전망치보다 낮춰잡았다.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개선되겠지만 통상환경 악화의 영향이 이어지면서 당초 예상(1.8%)을 밑돌 것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가공식품 및 일부 서비스(외식, 대학등록금 등) 가격 인상의 상방요인과 낮은 수요압력, 국제유가 하락 등의 하방요인이 상쇄되며 1.9%로 전망됐다. 근원물가는 1.9%로 2월 전망치보다 0.1%p 상향됐다. 이에 대해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중 2% 근방에서 움직이다가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이 커지면서 하반기 이후 1%대 후반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역협상 결과 주목···물가는 유가와 환율 움직임 변수
한은은 무역협상 전개 양상에 따른 대안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모든 국가와 무역협상이 원만히 진행돼 관세율이 상당폭 인하될 경우 국내 성장률은 기본전망 대비 올해 +0.1%p, 내년 +0.2%p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중 갈등이 재점화되고 여타국과의 협상도 결렬되면서 상호관세가 상당부분 환원될 경우 국내 성장률이 기본전망 대비 올해 -0.1%p, 내년 -0.4%p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는 최근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유가와 환율의 움직임에 크게 영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의 가격인상 움직임과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은 상방 리스크, 수요측 물가압력 약화,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 등은 하방 리스크로 꼽혔다.
한은은 향후 성장 전망경로에 대해 "미국 관세협상 결과에 따라 상방과 하방, 양방향으로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향후 국내 경기부양책 여부 및 강도에도 상당 폭 영향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투자 쇼크 충격···"아파트보다 AI 발전소 지어야"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오후 열린 설명회에서 "대내외의 불확실성으로 그간 경제 심리 회복이 지연됐고, 통상 환경도 예상보다 크게 악화된 여건을 반영한 결과"라며 "앞으로의 성장 흐름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경제 심리가 회복되고 금리 인하와 추경의 효과도 나타나면서 내수를 중심으로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5월 중순부터 신용카드 사용이 늘고 금리 인하·1차 추경·신정부 출범 기대 등이 소비 회복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부총재보는 성장 전망치를 0%대로 낮춘 직접적인 배경이 '건설투자 쇼크'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관세정책(-0.35%p), 정치 불확실성과 산불(-0.4%p), 추경(+0.1%p) 등의 영향이 있지만 건설이 하위 지표에서 충격적으로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건설 착공면적과 수주 실적은 약 2년 시차를 두고 실투자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어 하반기부터 완만한 상승 흐름이 나타날 것이란 말도 곁들였다.
이와 관련해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수도권은 공급 제약, 지방은 수요 부족으로 주택 공급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며, 상업용·인프라 부문도 이미 성숙 상태"라며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14.2%로 선진국 평균(11%)보다 높아 추가 확대 여력이 크지 않다"고 짚었다. 또한 계엄 이후 정책 방향이 정해지지 않아 분양 지연이 이어졌고, 기상 여건 악화도 건설업황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7년 이후 건설비 상승률이 CPI를 상회했고, 원자재·인건비 인상과 금리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구조적·경기적 요인이 모두 맞물린 결과"라며 "하반기부터 정치 불확실성 해소, 금리 인하, 경기 회복 등이 반영되면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시멘트 건물 위주의 건설은 가계부채를 누증시켜 소비여력을 제약하고, 구조적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AI 발전소나 생산성 높은 공장 건설 등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국장은 올해 분기별 성장 전망치로 2분기 0.5%, 3분기 0.7%, 4분기 0.6%를 제시했다. 하반기부터 정치 불확실성 해소, 금리 인하, 경기 회복 등이 반영되면 반등할 여지가 있다는 게 이 국장의 설명이다.
상호관세 무효화되면 추가 성장 가능···물가 전망은 기존 유지
특히 상호관세 무효화 판결도 향후 성장률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부총재보는 "상호관세가 철회되면 낙관 시나리오(연간 0.2%p)보다 더 나은 성장률도 가능하다"며 "심리 개선과 글로벌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추가 반영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관세 영향이 본격 반영되기까지 약 5개월 시차가 있으며, 올해 반영분은 3분의 1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올해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도 물가상승률 전망치(1.9%)는 현행 수준을 유지했다. 상반기 외식·가공식품·보험료 등 서비스 가격이 상승했고 이 효과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밖에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실제 소비 진작 효과는 대출규제(DSR 등)로 상당 부분 상쇄되고 있다는 현실적인 평가도 함께 제시됐다. 이 국장은 "기준금리를 0.5~0.25%포인트 인하하면 총 대출 규모에 곱해서 효과를 추정하는데,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그만큼 충분히 반영이 안 되는 것은 알고 있다"며 "지난 10월부터 기준금리를 약 1%포인트 내린 것에 대한 효과가 상당한 규모겠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다시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