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공시 제한 종료···배당·자사주 매입 구체화 기대AI 호황에 순현금 69조···실적 넘어 자본배분 경쟁 본격화
미국 나스닥 상장 이후 적용됐던 공시 제한이 해제되면서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시계가 가속화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으로 순현금이 70조원에 육박하며 '100조원 시대'를 눈앞에 둔 가운데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하반기 주가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0일 미국 나스닥에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한 이후 25일간 적용됐던 미국 증권법상 '콰이어트 피리어드(Quiet Period)'를 매듭지었다. 이 기간에는 투자설명서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중요 정보를 공개하는 데 제약이 있어 회사 측 역시 주주환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을 지양해 왔다.
공시 제한이 해제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주주환원을 하느냐'에서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내놓느냐'로 신속히 이동하고 있다. 회사가 연내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다양한 방안이 본격적으로 구체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회사 측도 주주환원 확대 의지를 연이어 피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시장의 높은 관심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식의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는 대로 연내 시장과 공유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로이터통신에 보낸 성명에서도 "연말까지 구체적인 주주환원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며 "사상 최고 수준의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투자와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의미 있는 수준의 주주환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재차 피력했다.
시장 기대가 고조되는 배경에는 실적보다 빠르게 불어난 현금 여력이 자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기준 순현금이 69조4000억원으로 1분기(35조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회사는 순현금 100조원 달성을 목표로 투자와 주주환원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AI 메모리 수요 확대가 지속될 경우 현금창출력은 더욱 확충될 전망이다.
반면 주가는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60조5426억원, 영업이익률 76%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으나 시장 컨센서스를 약 4.7% 하회했다. 실적 발표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주가는 이틀 연속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증권가는 이제 투자심리를 반등시킬 변수는 실적이 아니라 자본배분 전략이라고 진단한다. AI 메모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향후 얼마나 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느냐가 기업가치 재평가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종 재평가의 핵심은 ADR 상장 자체가 아니라 주주환원"이라며 "주주환원 정책이 가시화되어야 장기공급계약(LTA)의 가치도 함께 인정받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키옥시아 SPC1 매각에 따른 배당 수익과 ADR 발행 효과 등을 감안하면 시장이 우려하는 것처럼 주주환원이 머나먼 과제는 아닐 것"이라고 부연했다.
해외 경쟁사들 역시 주주환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메모리 업체 키옥시아는 최근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과 가이던스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 8000억엔(약 7조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3대 1 주식분할 계획을 동시에 수립했다. 시장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발표 직후 주가는 5% 이상 상승 곡선을 그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약 48억원 규모의 SK하이닉스 주식을 장내 매수한 점도 시장의 기대를 증폭시키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대주주의 책임경영 의지를 입증하는 동시에 향후 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한 신호로 해독한다.
재계에서는 이번 주주환원 정책이 SK하이닉스를 넘어 국내 반도체 업계 전반의 자본배분 전략에도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I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현금창출력이 급증하면서 메모리 기업들의 경쟁이 기술 개발을 넘어 주주환원과 자본배분 경쟁으로 지평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제 시장의 시선은 SK하이닉스가 주주환원을 이행할지 여부가 아니라, 어느 시점에 어떠한 규모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제시할지에 조준되어 있다"며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만큼 향후에는 자본배분 전략이 기업가치와 주가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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