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로 디지털자산시장 선도한국,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규제 공백에 대한 우려···규제기관 TF 구성 필요
트럼프 대통령은 "지니어스법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엄청난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한 명확하고 단순한 규제 체계를 확립한 것으로 어쩌면 인터넷의 탄생 이후 금융 기술 분야에서 일어난 가장 위대한 혁명일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빛의 속도로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만드는 사이, 국내에선 아직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초기 논의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브레인스토밍' 수준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무엇이길래 한쪽에선 '섣부르면 안 된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더 이상 늦어선 안 된다'고 할까요?
스테이블코인, 대체 너는 누구니?
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 Financial Stability Board)는 스테이블코인을 '암호자산의 한 유형으로서 가치를 지정된 자산(달러화 등) 또는 자산집합의 가치와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유지하게 함으로써 가치를 안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통화나 원자재, 금융자산의 가치에 연동되거나 페그된 디지털자산으로 높은 변동성을 지닌 디지털자산 대비 안정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디지털자산입니다.
담보별 스테이블코인은 담보형과 비담보형으로 나뉘며 담보형은 ▲법정화폐 담보 ▲암호화폐 담보 ▲실물자산 담보로 나뉩니다. 비담보형은 알고리즘형을 말합니다.
테라(UST)와 루나(LUNA) 사태를 아시나요? 2022년 5월 초 디지털자산인 테라의 대규모 매도세가 발생하면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일컫는 것인데요. 테라는 1달러에 연동(페그)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고 루나는 테라의 가치 안정을 위해 쓰이는 보조 토큰이었습니다. 테라 가격이 1달러 이하로 떨어질 경우 투자자들은 테라를 루나로 교환하고 반대일 경우 루나를 테라로 교환하는 구조로 자체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알고리즘에 의존했습니다. 문제는 테라 대규모 매도세가 발생하면서 1달러 연동이 무너지는 디페깅(스테이블코인의 가격이 고정된 페그에서 이탈하는 현상) 현상이 나타났고 테라와 루나, 둘 다 가치가 급락했습니다. 그 여파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전세계 투자자들이 심각한 손실을 입었죠.
그렇다면 최근 거론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도 테라, 루나와 같을까요? 해당 사태를 겪으며 디지털자산 시장은 담보가 없던 알고리즘형 시장은 쇠퇴하고 담보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시장으로 재편됐습니다. 법정화폐 담보형으로 대표적인 것이 미국 써클사에서 발행하는 USDC나 테더사가 발행하는 USDT 등입니다. 매월 준비금과 감사보고서를 발표하며 투명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죠.
최근 시장에 화두인 지니어스법은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1달러에 1코인을 고정시킨 스테이블코인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달러기반 디지털 자산의 존재를 연방 차원에서 공식화했습니다.
'지니어스법' 통과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죠?
지니어스법은 오는 2027년 초 시행이 예상되며, 3년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28년 7월 18일부터는 허가받지 않은 발행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금지됩니다.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을 법화 준거형 지급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정산 수단을 목적으로 하며 가치저장형 페깅 토큰 성격을 가진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발행자는 미국 내 법적 주체로서 부보예금기관(은행, 신협) 자회사, 비은행기관, 주 인허가 발행자 등이며, 비인허가 기관의 발행은 위법입니다.
허가된 발행인은 반드시 '1대1' 준비금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는 발행한 코인의 액면가와 동일한 금액의 준비금으로 담보되어야 합니다. 발행액의 100%에 대해 미국 법정화폐, 연방예금보험이 적용되는 금융기관의 예금, 미국 단기 국채(만기 93일 이하), RP(7일 이하 만기), 중앙은행 지급준비금 등으로 해야 하며 준비금은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의 상환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돼야 하고 재사용, 재담보, 재융자를 금지합니다. 금융안정규제는 연방-주 이중규제체제를 정립,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방예금보험공사, 통화감독청 등에 감독권한이 부여됩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실질적으로 유사한 국가와의 상호주의 조항 규정도 담겨 있습니다.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한 목적에 대해 "미국 국채 수요 보완과 달러 패권 강화"라고 언급했습니다. 스티브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도 '세계 무역체제 구축을 위한 지침'에서 '금리를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가'란 질문에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꼽았습니다.
한 연구원은 미국이 지니어스법안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을 단기 국채로 유도하며 민간자금을 국채 수요로 전환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동시에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외 지역에서 디지털 달러 역할을 하며 인플레이션 대응 수단으로 신흥국 수요도 급증 중입니다. 한 연구원은 "이러한 구조는 스테이블코인이 미국의 '미니 양적완화' 수단이자 글로벌 달러 확산 도구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지니어스법 통과에 대해 ▲'디지털 달러'의 제도적 출범 ▲디지털자산의 제도권 편입 가속화 ▲전통 금융의 시장 진입 촉진과 민간 중심의 정책 전환 ▲투자 인프라 확장 및 유동성 유입 기반 마련 등의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김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의 법제화는 여러 의미를 갖는다며 "특히 'payment'라는 명칭을 통해 지급결제 수단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한 지니어스법은 전통 금융사와 크립토 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단순한 기술 적용을 넘어, 자산 운용과 금융 인프라 구조 전반을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자산업계에선 '지니어스법' 통과를 '새로운 통화의 창출'이라고 보고 있는 이유입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민간은행이 독자적으로 화폐를 발행하던 체제에서 중앙화 되는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습니다.
결제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스테이블코인 결제 비중이 상승하며 비자, 마스터카드 등 결제 기업의 실적이 압박받을 수 있으며 은행의 경우 장기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때문에 예금 수요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에 자체 스테이블코인, 예금토큰 출시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달러에 준하는 디지털자산을 인정했기에 기존 크립토 거래(90% 이상) 위주로 사용되던 스테이블코인이 B2C, B2B로 확산되는 계기가 돼 전 세계에 달러라이제이션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달러라이제이션은 한 나라의 통화가 신뢰를 잃거나 높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제적 불안이 심각해질 때 미국 달러와 같은 외국 통화가 자국 통화를 대신해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으로 사용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국내에선 달러스테이블코인 확산이 국내 통화 질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논의 중입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결제 및 송금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원화를 사실상 대체하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 산업에 미칠 영향도 다양합니다.
미국 외에 스테이블코인을 준비하는 국가가 있나요?
가장 눈여겨볼 국가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와 함께 위안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미카(MiCA) 규정을 2023년 통과시켰으며 2024년부터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을 본격적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2022년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금융청이 감독하고 발행사는 은행이나 신탁회사 등의 자격 요건을 갖추도록 했습니다. 스위스와 싱가포르, 영국, 브라질 등도 관련 규제가 운영 중이거나 법안을 준비·도입 중입니다. 홍콩은 2024년부터 관련 규제안 마련 및 샌드박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준비하는 CBDC와는 무엇이 다른 걸까요?
한국은행의 '한강 프로젝트'인 CBDC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로 중앙은행이 실물화폐를 보완 혹은 대신해 디지털 형태로 발행하는 명목화폐입니다. 법정화폐와 '1대1' 교환이 보장되므로 가치 변동의 위험성이 없으며 중앙은행의 직접 채무라는 점에서 공식력을 가집니다.
이는 또 도매 CBDC와 소매 CBDC로 구분됩니다. 도매 CBDC는 중앙은행의 지급준비금과 유사한 전자화폐로 중앙은행과 상업은행 간에 결제 청산과 결산이 이루어지며, 소매 CBDC는 중앙은행이 민간의 지급결제시스템 용도를 위해 발행하는 전자화폐로 민간 및 기업이 중앙은행에 직접 청구하는 것입니다.
현재 도매 CBDC는 스위스와 일본, 프랑스, 싱가포르, 태국, 홍콩 등이, 소매 CBDC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홍콩이 시범운영 중이며, 바하마와 자메이카, 나이지리아는 정식 발행이 되고 있습니다. 도·소매 CBDC 병행의 시범사업과 운영을 하는 국가는 유럽연합과 사우디, 브라질, 인도 등입니다. 미국의 경우 지니어스법과 함께 'Anti-CBDC' 법안도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트럼프 정부는 국익과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CBDC 발행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원화스테이블코인을 만들면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 아닌가요? 안전할까요?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 안정 보고서를 통해 "자국 화폐를 외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해 해외 투자·물품 구매 등에 사용하는 경우 은행 등 기존 금융권을 우회한 자금 유출 경로가 형성될 수 있다"며 외환 규제 회피, 자금세탁 우려를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미 정부가 스테이블코인을 법적으로 인정한 이상 가만히 있을 순 없습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확산하면 할수록 외환정책 대응에 한계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디지털자산 업체만 발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마존을 비롯해 해외 빅테크들은 자체 발행을 준비 중입니다. 이해관계자의 수가 축소돼 수수료와 시간이 절감되기 때문이죠. 만약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이 현재 달러로 지급하는 수익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한다면 어떨까요?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 경우 미국 외 지역에서도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고 봤습니다. 빅테크들이 글로벌 서비스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탑재하면 모든 국가에서 노출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때문에 금융과 비금융 모든 곳에서 스테이블코인에 주목하고 정부에 해당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아직 스테이블코인이 안전하다고 '확언'을 할 순 없습니다. 이 부분은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풀어야 할 문제 중 하나입니다. 다만 리스크 최소화, 투자자 보호는 전통금융에서도 존재하는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입법 방향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테이블코인이 광범위한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법안 마련도 복잡한데요. 박선영 경제학과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입법방향' 논물을 통해 ▲발행주체에 대한 인가제도 도입 ▲준비자산의 안전성 확보와 투명성 의무 ▲해외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CBDC 및 원화 스테이블 코인 전략 ▲법·제도 정비 및 거버넌스 확립 등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발행주체에 대해선 인가받은 금융기관 한정 방안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은행권의 경우 전자금융업무로 토큰화된 예금 또는 원화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보호장치를 갖춘 전자금융업자나 결제 전문 회사에 한해 제한적으로 민간 발행을 허용하는 모델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준비자산은 100%, 관련해 공시를 법제화 해야 투자자 보호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이나 별도 특별법 제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신탁 의미 및 정보 공개 의무 명문화를 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국내 거래소 등이 해외 스테이블코인을 취급할 경우 금융당국에 등록하거나 해당 코인에 상응하는 담보를 국내에 예치하거나 지급 보증 보험에 가입하도록 요구하는 등의 방법을 언급했습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을 국내법 테두리에서 감독하고 투자자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 교수는 스테이블 코인 규제에 대해 "단일 이슈가 아닌 통화 정책, 금융 안정, 자본시장, 범죄 방지 등 여러 측면이 교차하므로 범정부 협의체를 통한 거버넌스 정립이 필요하다"며 "미국처럼 대통령 산하 금융시장 실무그룹을 활성화해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법무부, 금융정보분석원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타 국가들의 변화를 고려, 현행 규제 공백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법적 틀을 시급히 마련해 국내 자금 유출 통로를 차단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며 "규제기관 간의 역할 조정을 통해서 스테이블코인이 혁신적인 금융수단으로 건전하게 발전하면서도 시스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규율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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