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유동성 위기 속 사업구조 재편 본격 시동본입찰 8월 말, 우선협상대상자 9월 결정 예정매각 성공 시 경영권 프리미엄 반영 여부 주목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의 예비입찰을 통해 추려진 숏리스트에는 태광그룹 컨소시엄, 앵커에쿼티파트너스, 폴캐피탈코리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산업의 기업 가치는 약 6000억 원대로 평가되며 본입찰은 8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는 9월 중 선정될 예정이다.
애경그룹이 '모태'인 애경산업의 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지주사 AK홀딩스의 단기차입금 상환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제주항공과 AK플라자가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으며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이 누적됐고 영업현금흐름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AK홀딩스의 유동성 차입금 규모는 약 5700억원으로 애경산업 매각을 통해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애경산업은 최근 완만한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수익성은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추세다.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은 6791억원, 영업이익은 468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1.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4.4% 감소했다. 매출 구조는 화장품(뷰티) 부문과 생활용품 부문으로 나뉘며 2024년 기준 화장품 부문 매출은 2614억원(전체의 39%), 생활용품은 4124억원(61%)이다.
2023년에는 매출 6689억원, 영업이익 619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2022년 대비 각각 9.6%, 58.7% 증가한 수치다. 화장품 부문 매출 비중은 2022년 35%, 2023년 38%, 2024년 39%로 매년 소폭 상승하고 있다.
전체 뷰티 매출의 60% 이상이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중국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중국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경우 매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리스크로 작용한다.
애경산업은 일본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각기 다른 전략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본에서는 도쿄 긴자에서 루나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글로벌 맞춤형 제품을 출시해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 결과 일본 매출은 전년 대비 169% 증가했으며 오프라인 입점처는 7300여곳으로 확대됐다. 미국 시장에서도 AGE20'S 에센스 팩트를 실리콘투와 아마존을 통해 유통하고 제품 라인업을 피부톤별 11가지 호수로 세분화해 글로벌 인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과 미국에서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점은 부담이다. 최근 중국 정부의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점이 불확실한 만큼 중국 내 실적 회복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시장에서 제시된 매각가 6000억원은 현재 애경산업의 시가총액 약 43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100% 이상 반영됐다는 평가도 있다. 실적 개선세에도 불구하고 뷰티 부문의 성장성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매자가 이 같은 가격을 수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숏리스트에 포함된 후보들은 각기 애경산업 인수에 나설 필요성이 분명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 기회가 아니라, 그룹 차원의 전략적 보완 혹은 과거 투자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태광산업이 출자한 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 컨소시엄은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참여하고 있으며 태광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만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브로드밴드 매각 대금 약 7700억원이 유입된 점까지 고려하면 충분한 자금 동원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EB(교환사채) 발행 중단 이슈와 차입 구조에 따른 재무 리스크가 변수로 지적된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팬데믹 전후 투자한 컬리, 티몬, 프레시지 등의 부진으로 인해 펀드 수익률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2019년 인수한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더마펌'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으며 2023년 매출은 679억원으로 급감하고 영업손실은 200억원을 넘어섰다. 앵커는 생활용품과 뷰티를 모두 아우르는 애경산업과의 결합을 통해 더마펌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수 이후에도 시너지가 확실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다크호스로는 폴캐피탈코리아가 꼽힌다. 이 회사는 2023년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분쟁 당시 2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당시 대부분의 자금이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에도 해외 자금 조달을 통해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국내 시장 내에서 폴캐피탈코리아의 존재감이 약하고 대형 M&A 후 조직 안정을 검증받지 못했다는 점은 불확실성 요인이다.
향후 애경산업의 사업 전략 역시 핵심 관심사다. 업계 전문가들은 인수자가 누구든 ▲브랜드 리브랜딩 ▲유통채널 재정비 ▲R&D 강화 등 구조적인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생활용품 부문은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 있지만 뷰티 부문은 K-뷰티 트렌드와의 괴리가 존재하며 주 고객층도 40~50대에 집중돼 있어 성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일본·미국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및 조직 강화도 요구된다.
2025년 7월 기준으로 AK홀딩스는 애경산업 지분 45.08%를 보유 중이며 오너 일가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지분율은 약 63%에 달한다. 매각이 전량으로 이루어질 경우 지배력 상실은 불가피하다. 일부 지분을 남겨 공동경영에 나설 가능성도 열려 있으나 아직 지분 매각 범위와 구체적인 협상 조건은 확정되지 않았다.
AK홀딩스 측은 "애경그룹은 그룹 재무구조 개선 및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매수 희망자들의 인수의향서를 접수해 소수의 후보자들과 실사 절차를 진행 중이며 그 외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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