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이날 오후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정의선 회장은 먼저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회장, 김동관 부회장에 이어 세 번째 재계인사로 협상단에 합류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4월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품목관세를 부과한 상황이어서 정 회장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정 회장은 3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4년간 210억달러(약 29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아울러 정부가 국내 기업으로부터 약속받은 직접투자액 '1000억 달러+α'와 관련해서도 현대차가 가장 크게 기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만큼 그의 협상단 합류가 분위기를 전환할 최적의 카드가 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한국의 최대 경쟁국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앞서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지난 29일엔 이재용 회장이 김포공항을 통해 워싱턴으로 떠나며 눈길을 끌었다. 이번 출장은 글로벌 기업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차원으로 알려졌는데, 일각에선 협상 국면에서 역할을 하기 위함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이 회장이 24일 이재명 대통령과 비공개 만찬을 가진 것 역시 관세 협상과 투자 전략을 논의하려던 것이란 해석도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가지 미국 현지에 반도체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자 370억달러(약 54조원) 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내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차세대 AI 칩 'AI6'를 생산·공급하는 22조8000억원 규모 공급 계약도 맺은 상황이다.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오른쪽)과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 스티븐 쾰러 제독(가운데)이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제공
실제 한화그룹은 연초 1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필리조선소(한화필리십야드)를 인수했다. 또 한화해운의 액화전연가스(LNG) 운반선 건조를 맡기며 1970년대 이후 미국 내 조선사가 LNG 운반선을 수주하도록 하는 기록을 남겼다. 나아가 추가 투자와 기술 이전, 인력양성 등을 예고하기도 했다.
덧붙여 조선업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영역 중 하나다. 이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협상했을 때도 MASGA 프로젝트를 제안해 호응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재계에선 협상단에 합류하는 재계 수장들의 행보가 우리 정부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카드가 산업 육성, 투자 유치 등을 희망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중에 부합한다면 양국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개별 민간기업이 그간 구축한 미국 내 네트워크가 상당하다"면서 "정부가 협상하는 큰 틀에 대해 필요한 경우 공유하고 있고, 우리를 대신해 민간 입장에서 중요성을 강조해주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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