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중대사고는 예외 없이 강력 처벌하겠다"라는 경고다. 그러나 강한 처벌이 과연 현장을 안전하게 바꾸는 데 효율적인 방안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사고 발생 후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은 즉각적인 경각심을 불러올 수는 있다. 하지만 부작용 역시 명확하다. 기업은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공사가 중단되면 안전설비 보강과 재시공, 일정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 등이 발생한다. 이는 곧 분양가 인상으로 전가되기 쉽고, 결국 수분양자나 조합 등이 부담을 떠안는 구조이다.
문제는 단순히 비용 증가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건설업 면허취소나 영업정지 같은 강력한 제재는 근로자들의 생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아파트 건설 현장 한 곳만 멈춰도 협력업체 수십 곳과 수백 명의 근로자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 최근 연속 사망사고로 도마에 오른 대형 건설사의 경우 직·간접 고용 인력이 2만4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부양 가족까지 합치면 4만~5만명의 생계가 달려있다고 추산하는 만큼 정부의 강력 제재로 인한 파급력이 얼마나 클지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사망사고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사망사고가 일어나는 현장이 어디에 집중돼 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토안전관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건설현장 사망자 195명 중 약 55%(107명)가 공사비 50억원 미만 현장에서 발생했다. 1000억원 이상 대규모 현장은 21%(41명)로 집계됐다. 현재 공사비 50억원 미만의 현장은 안전관리자 선임 의무도 없다. 또한 수많은 건설현장은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다는 실정이다. 다양한 국적 탓에 언어와 문화 차이 등으로 인해 특히 중소형 현장에서는 안전지침이 온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 의식은 업계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최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로 열린 건설사 CEO 간담회에서 대형 건설사 대표들은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중소업체와의 매칭 시스템'을 제시했다. 대형사가 중소업체와 매칭해 안전교육을 지원하고, 컨설팅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이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가 확인된 만큼, 정부도 제도적·재정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사망사고를 줄이자는 목표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처벌'만 앞세우는 접근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과도한 법적 처벌은 기업이 위험을 회피하거나 형식적으로 대응하는 데만 매몰되게 할 수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뉴스웨이 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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