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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비자 리스크 현실화···韓 재계, 대미투자 '비상'(종합)

산업 에너지·화학

비자 리스크 현실화···韓 재계, 대미투자 '비상'(종합)

등록 2025.09.07 19:23

수정 2025.09.07 19:50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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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행정 절차 마무리 후 전세기 출발 예정"대미투자 '빨간불'···6조원 공장 건설도 멈췄다현대차도 美 출장 보류···"긴급·필수 출장만 허용"

7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LG에너지솔루션 김기수 인사최고책임자가 현장 대응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7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LG에너지솔루션 김기수 인사최고책임자가 현장 대응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미국 조지아주 LG에너지솔루션-현대차그룹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이 구금된 가운데, 대통령실이 "미국 정부와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구금된 직원들의 상태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사태로 국내 기업들의 대미 투자 위축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공사 일정 지연과 같은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비자 발급과 현지 인력 관리 과정 등에서 추가적인 비용 부담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단속 사태로 한국 기업들이 당초 발표했던 대미 투자 전략도 재조정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7일 대통령실은 "관련 부처와 경제단체, 기업이 한마음으로 신속하게 대응한 결과 구금된 근로자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아직 행정적 절차가 남아있으며, 이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우리 국민 여러분을 모시러 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은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양사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 회사)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였다. 이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 소속 47명(한국 국적 46명, 인도네시아 국적 1명)과 HL-GA 배터리 회사 관련 설비 협력사 소속 인원 250여명이 구금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지 급파로 신속하게 현장 대응에 나섰다. 김기수 LG에너지솔루션 CHO(전무)는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지금은 우리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과 협력업체 직원들 모두의 신속한 조기 석방이 우선"이라며 "정부에서도 총력을 다해서 대응해주시고 있는 만큼 안전하고 신속한 복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비자 문제에서 촉발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단기 출장 목적에 한해 허용했던 ESTA를 일부 한국 기업이 사실상 '90일 단기 취업비자'처럼 활용하고 있다는 판단이 미국 당국 내에서 제기되면서 입국 심사가 대폭 강화된 것이다. 실제 지난 6월에는 ESTA를 통해 미국에 입국하려던 LG에너지솔루션 기술자가 현지 공항에서 대거 입국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이번에 체포된 한국인은 대부분 ESTA나 회의 참석, 계약 등을 위한 상용비자(B1)를 소지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원칙대로라면 미국 현지 공장에서 근무하려면 전문직 취업(H-1B) 비자나 주재원(L1·E1) 비자를 취득해야 한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출장을 보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단 고객 미팅을 제외한 미국 출장을 전면 중단했다. 현재 출장자는 업무 성격에 따라 즉시 귀국하도록 했으며, 추가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 숙소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현대차도 당분간 미국 출장을 보류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이날 다음 주 미국 출장자를 대상으로 "필수 불가결한 경우가 아니면 보류 검토를 권고한다"면서 "긴급·필수 출장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는 출장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이번에 구금된 인원 가운데 현대차 임직원은 없었으나,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조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에 대규모로 투자를 진행 중인 국내 기업들은 비상에 빠졌다. 조지아주는 LG에너지솔루션뿐만 아니라 현대차, SK온, 삼성SDI, 한화오션, LS전선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형 투자가 집중된 핵심 지역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양국 정부 간 협의로 신속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 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공사가 중단되면 시운전이나 장비 반입 등 일정도 모두 줄줄이 미뤄게 된다"며 "일정이 늘어나는 만큼 비용 부담도 커지고 투자 회수 시점도 늦춰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추가 투자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구금자들의 비상 연락망을 통해 가족들에게 정기복용 약품 등을 파악 중이고, 필요한 의약품이 구금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요청할 예정"이라며 "한국 정부 및 관련 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구금자들과 면회를 추진 중임과 동시에 통신 및 연락이 가능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단속으로 오는 10월 완공을 목표로 작업을 추진했던 배터리 공장 건설도 중단됐다. 단속이 이뤄진 HL-GA 배터리 공장은 지난 2023년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지분 50%씩 총 43억달러(약 6조원)를 투자한 현지 합작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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