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 테더 한국 찾아 금융권과 회동글로벌·빅테크 기업간 경쟁 격화 조짐네이버·카카오 진입 여부 가능성 주목
'원스코' 언급한 테더···국내서 릴레이 미팅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마르코 달 라고 테더 부사장은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과 연이어 미팅을 진행 중이다. 지난 8일에는 신한금융지주 진옥동 회장을 만난 데 이어 이날 하나금융과 만난다.
이번 회동에서는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도 참석한다. 마르코 부사장이 전날 업비트 D 컨퍼런스에서 연사를 맡은 만큼 업계에서는 두나무가 이번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날 KB금융지주도 만남이 잡혀 있으며 우리금융은 실무진이 테더 관계자와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표면적으로는 기술적 협의를 목적으로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시장 진입을 타진하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아르노이드 테더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를 통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성에 관심이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국 원외 시장의 장악력을 공고히 하려는 테더는 미국 시장으로도 공격적인 외연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테더의 메인넷인 스테이블과 플라즈마에 대거 투자하면서 기관과 리테일 대상의 결제망을 구축했다.
또 미국 기업에 4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지니어스 법안의 규제에 발맞춰 가고 있다. 지니어스 법안에 따르면 현재 비규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유예 기간은 3년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유예 기간 내 미국 내 법인을 설립하거나, 미국 수준의 법제화가 된 지역에서 발행사를 설립해야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서클도 발 빠른 움직임···시장 경쟁 가열
서클 역시 지난달 타버트 부사장이 한국을 방문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빗썸 경영진과 만나 소통했다. 블록체인 벤처캐피털(VC) 해시드의 리드로 동시에 4대 은행과도 모두 접촉했다. 다만 서클 측은 "현재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향후 한국의 제도화 방향에 따라 기술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서클의 유에스디코인(USDC)의 사용성에 방점을 둔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또 다른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팍소스가 페이팔, 바이낸스 등 3개 이상의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한 것과는 달리 USDC 하나로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USDC는 이날 기준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수치로, 당시 USDC의 시가총액은 48조원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테더의 시가총액이 166조원에서 235조원으로 는 것과 대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양사는 현재 서로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테더가 적극적으로 규제 시장으로 진입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서클은 이 기간 동안 기관 결제망을 장악하겠다는 심산이다.
서클은 최근에는 자체 메인넷 '아크'를 출시했다. 테더의 '스테이블', '플라즈마'가 외부 프로젝트 투자 방식으로 이뤄진 점에 비해서 수직적인 구조로, 서클이 직접 발행·유통권을 모두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양사 외에도 구글, 스트라이프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참여가 이어지면서 시장이 과열되는 형국이다. 여기에 미국에서는 트럼프 가문이 출시한 USD1도 본격 행보를 이어가면서 춘추전국시대로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협받는 국내···"경쟁력은 충분히 갖춰"
글로벌 경쟁이 점화되면서 국내 생태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 기업 역시 스테이블코인 혹은 전자지급수단 사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지만, 테더와 서클이 국내로 들어오게 된다면 글로벌 유동성을 견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테더와 서클의 시가총액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실사용 사례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제 자체 정산망까지 갖추게 된다면 국내 기업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가운데 지난달 27일 테더가 'KRWT'라는 상표권을 국내에 출원하면서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테더는 과거 2019년(TEHTER)과 2022년(KUSDT)에도 상표권을 출원한 바 있으나 원화를 뜻하는 KRW가 포함된 상표권을 출원한 것은 처음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원화의 통화 영토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법제화가 되어야 한다"며 "현재 이강일 의원이 발의 예정인 디지털자산혁신법에는 해외 스테이블코인의 진입에 제한을 뒀는데, 현재 나온 민병덕 의원안과 발표 예정인 금융위안을 모두 놓고 포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국내 빅테크들의 장점도 부각되고 있다.
복진솔 포필러스 연구원은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 결제 생태계를 양분하고 있다. 이 측면에서 국내 빅테크들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만약 규제 없이 다 풀어준다고 한다면 글로벌 파이프라인이 있는 테더와 서클이 압도적일 것"이라며 "국내에서 법제화가 될 때 외환문제가 가장 큰 장벽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해외 활용 및 온체인 디파이 활용이 허용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국내 빅테크도 낙관적인 상황만은 아니다"며 "지니어스 법에서는 빅테크의 참여 가능성을 통화연방청(OCC)에 맡기면서 제약을 걸었는데, 국내에서는 어떤 식으로 법이 전개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한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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