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럼타워, 6450억원에 재인수···외부 조달 5805억원부채비율·차입금 증가···업황 부진에 신용도 부담 우려상징성 및 자산 확보 차원···"안정적인 임대 수익 기대"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지난달 서울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를 6450억6000만원에 양수했다. 계약금은 645억6000만원을 납부했고, 잔금 5805억원은 외부에서 조달했다. 동국제강은 지난 7월 임시 이사회를 통해 페럼타워의 재매입을 의결했다.
동국제강이 페럼타워를 취득한 건 약 10년 만이다. 앞서 회사는 업황 악화로 2014년 한국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뒤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듬해 동국제강은 삼성생명에 이 건물을 42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매각 후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사옥을 유지했다. 이번 인수로 동국제강은 2200억원의 웃돈을 주고 사옥을 되찾은 셈이다.
페럼타워는 동국제강이 2010년 건립해 입주한 사옥이다. 건물명 '페럼(Ferrum)'은 철강 회사의 정체성을 반영해 라틴어 '철(Ferro)'를 반영한 이름이다. 당시 동국제강은 2007년 지역 재개발 정책에 따라 페럼타워를 건립하며 임시로 이사했지만, 1974년부터 이 땅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현 위치에 49년간 머무른 만큼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건물이라는 설명이다.
이후 회사는 10년간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다했다. 이를 위해 ▲동국제강-유니온스틸 통합 ▲유아이엘 매각 ▲후판사업 재편 ▲중국법인(DKSC) 정리 ▲브라질 CSP 제철소 매각 등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특히 철근·형강·컬러강판 등 수익성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로 전환했고, 2023년 6월 지주사 체제를 갖췄다. 페럼타워 매입은 구조 개편의 마무리 작업이었다.
동국제강은 이번 사옥 매입이 그룹의 통합 시너지 창출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사업 구조 개편에 마침표를 찍고, 재도약을 위한 '내실' 있는 성장에 집중한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페럼타워 인수로 동국제강의 재무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는 인식이 짙다.
인수 주체인 동국제강은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103.1%, 차입금은 1조1734억원으로 작년 말(87.7%, 9312억원)보다 높아졌다. 이는 페럼타워 매입을 위한 차입금 확보에 따른 결과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2분기 2731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했으나 5189억원을 다시 빌렸다. 차입금이 증가하면서 상반기 현금성 자산은 5206억원으로 늘어났다.
페럼타워 인수액(6450억원)은 동국제강 자산 총액의 20.20%에 해당하는 대규모 거래다. 잔금 5805억원을 지급하고 나면 현금성 자산은 거의 소실된다. 사실상 빚으로 인수하는 페럼타워가 현금 유동성을 악화시켜 장기적으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부채비율이 높아진 가운데 업황이 부진하면 향후 신용등급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동국제강의 신용등급은 2015년 투기등급(BB+)에서 2023년 BBB+(안정적)으로 올랐다.
올해 상반기 동국제강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6192억원, 3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3%, 63.3% 감소했다. 특히 이 기간 순이익은 77.8% 줄어든 11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동국씨엠은 영업이익이 99.9% 줄어든 1억원, 순손실 17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일각에서는 철강업계가 불황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자산 확보로 안정적인 현금을 창출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한다. 실제 동국제강은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투자 부동산으로부터 발생한 임대료 수익은 2억4900만원으로 나타났다.
동국홀딩스 관계자는 페럼타워 인수에 대해 "기업의 헤리티지 정신을 이으면서 안정적인 부동산 자산 확보 차원"이라며 "안정적인 임대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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