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8일 목요일

서울 19℃

인천 20℃

백령 20℃

춘천 19℃

강릉 17℃

청주 21℃

수원 20℃

안동 21℃

울릉도 21℃

독도 21℃

대전 21℃

전주 21℃

광주 21℃

목포 22℃

여수 23℃

대구 23℃

울산 21℃

창원 25℃

부산 22℃

제주 24℃

산업 "또 다른 컨트롤타워?"···삼성, 경영진단실 아성에 '벌벌'

산업 전기·전자

"또 다른 컨트롤타워?"···삼성, 경영진단실 아성에 '벌벌'

등록 2025.09.18 06:00

차재서

  기자

공유

삼성전자 TV사업 부문 컨설팅 착수"사실상 감사?"···그룹 내부는 '술렁''공식 라인' 구축한 경영진단실, '새 컨트롤타워' 안착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최윤호 사장의 삼성 경영진단실이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자 그룹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삼성전자 TV사업부를 대상으로 컨설팅에 착수하면서다. 연초 시스템LSI 사업부 진단에 이은 두 번째 사례다. 이처럼 반경을 넓히는 경영진단실의 행보에 내부에선 다음 타깃이 될까 우려하는 한편, 또 다른 컨트롤타워가 자리를 잡아간다는 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 경영진단실은 최근 삼성전자 TV 사업을 담당하는 VD사업부에 대한 컨설팅에 착수했다. 내부 보고 자료를 토대로 현 주소를 분석하고 조직·포트폴리오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TV 사업부 경영진단은 중국 기업이 바짝 추격하는 데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저가 제품으로 승부하던 이들이 프리미엄 시장까지 잠식하려 하자 삼성전자 차원에서도 사업을 재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적 전망도 우호적이지 않다. 현대차증권은 VD사업부의 영업이익이 올해 6350억원으로 전년의 1조1080억원 대비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그룹 내부에선 불안감이 감지된다. 경영진단실이 갑자기 움직인 배경을 궁금해하면서도 언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삼성전자 측도 경영진단과 관련해 세부적인 진행 상황은 물론 사실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여기엔 불필요한 내용을 외부에 공유했다가 자칫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직원들도 경영진단실의 컨설팅이 일종의 감찰 성격을 띠고 있음을 직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익명의 삼성 관계자는 "연초 삼성전자 LSI사업부가 받은 컨설팅도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하는데, 계열사 직원들끼린 사실상 감사가 아니냐는 말들이 돌았다"면서 "이제 막 시작했지만 다음 타깃이 어디일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고 귀띔했다.

그만큼 삼성그룹에서 경영진단실의 위상은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 11월 삼성글로벌리서치 내 조직으로 문을 열 당시만 해도 규모가 크지 않았으나, 불과 1년 만에 유·무형적으로 몸집을 불리며 영향력을 키운 모양새다. 특히 전자와 디스플레이, 카드 등 삼성 주요 계열사는 올 들어 감사팀의 명칭을 경영진단팀으로 바꿨는데, 이를 놓고 경영진단실과 보조를 맞출 '공식 라인'을 구축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경영진단실이 방향을 잡으면 계열사 조직이 움직이는 구조가 갖춰졌다는 얘기다. VD사업부 컨설팅 업무도 삼성전자 '경영진단팀'이 맡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에 이어 TV 사업까지 컨설팅 대상이 된 것도 직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대목이다. 표면적으로는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르지만, 공교롭게도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실적 부진이 뚜렷한 사업부 위주로 진단을 받고 있어서다. '과연 자발적인 것이냐'는 의구심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이렇다보니 삼성전기 등 계열사들도 눈치를 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설비투자나 주요 행사를 위한 예산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경영진단실의 기류를 확인한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경영진단실이 사업지원TF와 함께 삼성의 새로운 컨트롤타워로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성장 전략 수립이란 역할을 확실히 챙기며 조직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 경영진단실이 출범할 당시 삼성 안팎에선 여러 해석이 고개를 들었다. 한 때 막강한 힘을 자랑한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의 기능을 삼성리서치로 이전한 것처럼 비쳐서다. 미전실은 커뮤니케이션부터 기획·전략·인사·법무·경영진단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총괄했는데, 그 중 경영진단팀은 경영 컨설팅부터 임직원 감사 등을 담당했다. 이들이 점검에 착수하면 경영진이 교체되고 사업 방향이 재설정되는 등 후폭풍이 뒤따른 것으로도 유명하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진단실을 중심으로 삼성 내부의 권력 구조가 재편되는 모양새"라면서 "컨설팅이 단순한 자문에 그칠지 아니면 사업부 개편이나 인사에까지 파급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