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베스터 데이···사상 최초로 해외 시장서 중장기 전략 발표2030년까지 18종 HEV 라인업 구축···유럽·중국·인도 특화 EV 출시혁신 생산기지 판매 성장 뒷받침···77조3000억원 투자 기조 확대
내년부터 다양한 하이브리드(HEV), 현지전략 전기차(EV),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 친환경 신차를 대거 출시한다. 여기에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도입, 후속 수소전기차(FCEV) 개발 등 지속적인 친환경차 라인업을 강화해 오는 2030년 글로벌 자동차 판매 555만대 달성을 추진한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5개년 동안 77조3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혼돈기 속에서도 글로벌 톱 티어 기업으로서 위상을 공고히 해 나갈 계획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불확실성의 시기를 다시 마주했으나, 이전의 경험처럼 또 한 번 위기를 극복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미래 모빌리티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첫 해외 인베스터 데이···적극적인 신차 출시 예고
현대차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더 셰드(The Shed)'에서 글로벌 투자자,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2025 CEO 인베스터 데이(CEO Investor Day)'를 열고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목표로 2019년 도입한 CEO 인베스터 데이를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서 개최했다. 첫 장소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핵심 도시이자 글로벌 경제, 금융,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으로 정해 상징적인 의미를 더했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하이브리드, 전기차, EREV,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파워트레인 기반의 신차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출시하며 소비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먼저 하이브리드 차량의 라인업을 2030년까지 엔트리부터 중형, 대형, 럭셔리를 포괄해 18개 이상으로 확대한다. 현재보다 2배 이상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첫 후륜(RWD) 기반이자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인 럭셔리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년 출시한다. 추후 합리적 가격을 갖춘 엔트리 하이브리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아이오닉 9 등 E-GMP 전용전기차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특화 상품성을 갖춘 신형 전기차들을 유럽, 중국, 인도 시장에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먼저 내년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 회복과 대중화를 이끌어 나갈 '아이오닉 3'를 출시한다. 아이오닉 3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한 완전히 새로운 전기차이다.
현대차는 지난 9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서 아이오닉 브랜드의 첫 소형 EV 콘셉트카 '콘셉트 쓰리'를 공개하며, 내년 출시될 아이오닉 3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다음으로 전기차 경쟁이 치열한 중국 시장에서는 올해 준중형(글로벌 C 세그먼트) 전동화 SUV '일렉시오'를 선보이는 데 이어 내년 준중형 전동화 세단을 내놓기로 했다. 두 차종 모두 중국에서 생산되는 현지전략 EV다.
2027년 인도 시장에서는 현지 전략 경형급(글로벌 A+ 세그먼트) SUV 전기차를 선보인다. 인도 소비자를 매혹할 맞춤 디자인과 우수한 상품성을 갖출 첫 인도 특화 EV로, 현대차는 인도 현지 공급망을 바탕으로 차량을 완성할 계획이다.
캐즘에도 꺾이지 않은 '전동화' 기조···미래차 준비 착착
현대차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적용으로 더욱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신형 전기차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내놓으며 전동화 전환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특히 비용은 낮추면서도 에너지 밀도, 충전시간 등의 성능은 개선하고, 더 안전한 구조와 첨단 진단 시스템을 채택한 차세대 배터리 시스템을 향후 적용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처음 전략을 공개한 EREV(Extended Range Electrified Vehicle)는 현대차만의 고성능 배터리 및 모터 기술력을 바탕으로 2027년 출시된다.
EREV는 전기차 특유의 조용하고 편안한 주행 감성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내연기관 엔진이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EV 충전 스트레스를 경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대비 55% 작은 용량의 배터리를 채택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 EREV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수소전기차는 현대차가 주도하는 친환경 모빌리티 혁신을 상징하는 대표 사례다. 올해 2세대 넥쏘를 출시한 데 이어 향후 내연기관과 동등한 수준의 주행성능과 내구성을 갖춘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한편, 승용과 상용을 아울러 FCEV 시장 확대에 집중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파워트레인 기술력 강화와 함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전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량 하드웨어를 표준화·단순화해 복잡성을 줄이고, 유연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CODA(Computing & IO domain-based E&E architecture)와 차량 운영체제 'Pleos Vehicle OS(플레오스 비히클 오에스)'를 적용해 새로운 서비스와 기능을 신속히 반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6년까지 SDV 페이스 카(Pace Car) 개발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양산차에 확대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내년 2분기에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Pleos Connect(플레오스 커넥트)'가 적용된 차량들이 처음 출시될 예정이다.
2030년 글로벌 판매 555만대···해외 기지 '뒷받침'
현대차는 5년 뒤인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555만대를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다시 한번 굳건히 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공개한 2030년 글로벌 555만대 판매 목표를 이번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지역 판매 목표도 제시했다.
2030년 권역별로 ▲북미 26% ▲인도 15% ▲유럽 15% ▲한국 13% ▲중동 및 아프리카 8% ▲중남미 8% ▲중국 8% ▲아시아태평양(중국 제외) 7% 등의 비중으로 자동차 판매를 추진하기로 했다.
친환경차 판매의 경우 2025년 100만대 규모에서 2030년 330만대로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친환경차가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5% 수준에서 2030년 60%로 크게 뛰어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내연기관 중심의 판매가 더 이상 지속되지 않고 친환경차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됨을 의미한다.
특히 주요 시장에서는 더욱 빠르게 전동화 전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대차의 북미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올해 30%에서 2030년 77%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한국 시장은 올해 37%에서 2030년 65%로, 유럽은 49%에서 85% 비중으로 친환경차 중심의 판매가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30년 글로벌 555만대 판매 목표는 올해 417만대와 비교할 때 약 33%(138만대) 더 늘어나는 것이다. 글로벌 생산 기지의 확장을 통해 2030년까지 생산능력을 120만대 추가로 확보해 판매 성장을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먼저 현지 생산이 본격화된 미국 HMGMA는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의 30만대에서 2028년까지 5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4분기 인도 푸네 공장이 완공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에 돌입할 예정으로, 향후 연간 25만대를 목표로 생산을 늘려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향후 현대차의 인도 내 생산능력은 현재의 약 80만대 수준에서 1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현대차는 첨단 제조 혁신 기술이 적용되는 푸네 공장을 인도 시장을 공략할 새로운 전진 기지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신흥시장 수출 허브로 키울 방침이다.
내년 1분기에는 울산 신공장이 완공돼 전동화 핵심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인간 중심의 근무 환경, 조립 설비 자동화, 로보틱스 기술, AI(인공지능) 기반 품질 검사 등이 구축된 첨단 제조 현장으로, 연간 20만대의 전기차가 양산될 예정이다.
이밖에 주요 신흥 시장에서는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CKD(Complete Knock Down·반조립제품) 생산 거점도 확장해 25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한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협력하는 중동 지역 최초의 현대차 생산기지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HMMME)은 연간 5만대 규모로 2026년 4분기 가동을 시작한다.
미국발 위기 '정면돌파'···북미 시장 공략 가속화
특히 처음으로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이번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북미 특화 중장기 전략도 대거 공개됐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중 현지에서 생산되는 차량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미국 내 두 생산기지인 앨라배마 공장과 HMGMA의 가동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현지 공급망 대응력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픽업트럭, 상용차 등 북미 시장을 공략할 다양한 도전도 계속 이어간다. 현대차는 2021년 출시한 북미 전용 준중형 픽업트럭 '싼타크루즈'의 성공을 이을 중형(Midsize) 픽업트럭을 2030년 이전까지 현지 시장에 선보이기로 했다.
또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과 트레일러 법인 현대트랜스리드(Hyundai Translead)의 우수한 트레일러 상품, 이르면 2028년 미국 현지 생산이 시작될 전기 상용 밴 등을 앞세워 북미 상용차 시장 공략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차는 미국 굴지의 기업과도 협업을 적극 수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자율주행기업 웨이모(Waymo)와 지난해 10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이래 안전하고 편리한 자율주행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협력 중이다.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Waymo Driver)'를 HMGMA에서 현지 생산되는 아이오닉 5에 적용해 도로 위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며, 올해 연말 미국 실도로 주행 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제네럴 모터스(GM)와 2028년 출시를 목표로 5개 차종에 대한 공동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중남미 시장 대응을 위한 중형 픽업, 소형 SUV, 소형 승용, 소형 픽업 4종과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밴 등으로, 향후 해당 차량들의 양산이 본격화되면 연간 80만대 이상의 생산 및 판매가 기대된다.
중장기 투자 '70조원→77조원' 확대···올해 목표 '하향 조정'
현대차는 올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6~2030년 5개년 간 77조30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는 향후 5년(2026~2030년) 동안에 ▲연구개발(R&D) 투자 30조9000억원 ▲설비투자(CAPEX) 38조3000억원 ▲전략투자 8조1000억원 등 77조3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로 불확실성을 타개할 방침이다. 현지화 전략 실행 및 SDV,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 등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투자 계획은 지난해 제시했던 2026~2030년 투자 계획인 70조3000억원(▲R&D 29조원 ▲CAPEX 33조3000억원 ▲전략투자 8조원)을 수정한 것으로 전체 투자 규모가 7조원이 늘어났다.
최대 시장인 미국 투자도 적극 추진한다. 기존 11조6000억원(88억 달러) 수준에서 향후 15조3000억원(116억 달러)으로 3조7000억원(28억 달러) 늘어날 예정이다. 이는 지난달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미국 투자 확대 계획의 일환이다.
올해 초 제시했던 연간 가이던스는 최근 불확실한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하향 조정됐다. 전년 대비 연결 매출액 성장률 목표는 올해 초 제시한 3.0~4.0%에서 5.0~6.0%로 2%포인트 상향했다.
그러나 연결 부문 영업이익률 목표는 관세 영향을 반영해 기존 7.0~8.0% 대비 1%포인트 하향한 6.0~7.0%로 설정했다. 올해 투자 계획도 기존에 제시한 16조9000억원에서 16조1000억원으로 수정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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