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호텔신라 잇단 고전, 임대료 구조 논란막강 자본력 중국 국영기업, 시장 잠식 가능성↑공항 임대료 정책 갈등, 산업 구조 개편 필요성
19일 업계 등에 따르면 CDFG는 이미 직전 입찰에서 국내 사업자인 신라·신세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며 인천공항 진출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엔 운영 경험 부족 등으로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 신라의 철수로 인해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구도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CDFG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글로벌 주요 면세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는 평가 속에 국내 시장 진입 역시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주 수요층은 중국인 관광객이다. 인천공항의 면세점 매출 중 절반 이상이 중국인 소비자, 혹은 구매대행상을 통해 발생한다. 이러한 구조에서 CDFG가 사업권을 따내게 되면 결국 한국에서 중국인이 물건을 사고 그 수익이 중국 국영기업으로 흘러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높다. 유통업계는 외화 유출, 고용 불안, 세수 감소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인천공항공사의 고질적인 임대료 구조로 인해 사업 지속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신라면세점은 연간 매출 4000억원 규모의 면세점 운영을 포기하면서도 약 1900억원의 위약금을 감수하며 사업권을 조기 반납했다. 그 배경에는 여객 수에 비례해 임대료가 자동 상승하는 '여객 연동형 임대료 구조'가 있다. 공항 이용객이 늘어날수록 매출과 무관하게 부담이 커지는 구조적 모순에 직면한 것이다.
이뿐 아니다. 신세계디에프 역시 인천공항공사와 임대료 갈등을 겪으며 법적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법원은 임대료를 25% 인하하라는 강제조정안을 제시했지만 공사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무산됐다. 이처럼 국내 기업이 공공기관의 고강도 임대료 정책에 발이 묶여 있는 사이 중국 국영기업은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향후 인천공항공사가 어떤 기준으로 후속 사업자를 선정하느냐가 관심이다. 현재 공사는 가격과 함께 운영능력·브랜드·사회공헌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정성 평가' 비중을 두고 있다.
과거 중국 CDFG는 운영계획서와 현지 인프라 면에서 국내 기업에 밀리며 탈락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입찰가가 높고 재무 여력이 풍부한 만큼 이번에는 가장 유력하고 강력한 도전자로 꼽힌다. 공사가 가격 중심 평가로 돌아설 경우 국내 기업이 다시 사업권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경쟁 구도를 넘어 산업 주도권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면세 1위는 이제 과거의 수식어가 될지도 모른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유통 면세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면세점 운영의 구조 개편과 국내 유통 주권 보호를 위한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면세점이 더 이상 '황금알'이 아닌 '적자의 늪'으로 전락한 지금, 그 빈자리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채울지에 한국 유통산업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뉴스웨이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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