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격 경쟁력 내세워 출범'퍼마일' 車보험 반향 일으켰으나적자 극복 실패···모회사 CM채널로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캐롯손보의 모회사 한화손해보험은 오는 10월 1일 캐롯손보의 흡수합병 한다. 흡수합병은 당초 이달 초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한화손보의 3분기 회계 결산 일정을 고려한 조치로 한 차례 연기됐다.
앞서 지난 5월 한화손보는 이사회를 열고 캐롯손보의 흡수합병을 결정하는 안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2019년 국내 최초의 디지털보험사로 금융위원회에 설립 본허가 승인을 획득한 지 6년 만이다.
당시 캐롯손보는 침체된 보험시장의 혁신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현 한화생명 사장이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로 회사 출범을 주도한 사실이 알려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설립 초기 캐롯손보가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것은 성공적인 국내 보험 시장 안착을 위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었다. 차별화된 데이터 분석 기술을 토대로 계산한 저렴한 보험료를 고객에게 제공해 점유율 확대를 모색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고객층을 늘릴수록 '대수의 법칙'이 작용해 수익 기반을 공고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수의 법칙이란 동일한 확률을 가진 사건을 충분히 많이 반복할수록 실제 발생 빈도가 기댓값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말하며, 보험업의 근간이 되는 경제학 이론이다.
이에 캐롯손보가 집중한 분야는 자동차보험이었다. 의무보험 특성상 가입자 저변이 넓어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높이는 데 유리했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보험 등 다른 상품군과 달리 보장 구조가 단순해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하기에 적합했고, 가격 경쟁력 강화에도 유리했다.
실제 캐롯손보는 출범 이듬해인 2020년 국내 최초로 주행거리에 기반해 보험료를 납부하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을 출시했다. 가입자에게 자체 운행 데이터 측정 장치인 캐롯 플러그를 제공해 주행 거리를 측정하고, 자동으로 보험료를 산출하는 편의를 제공해 시장의 인기를 끌었다. 실제 캐롯손보는 지난해 퍼마일 누적 가입자 수 200만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늘어난 가입자 수만큼 매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실제 캐롯손보는 2019년 출범 이후 ▲2020년 236억원 ▲2021년 1439억원 ▲2022년 2619억원 ▲2023년 3516억원 ▲2024년 5234억원의 원수보험료 실적을 거뒀다.
문제는 늘어난 외연만큼 수익성 개선이 뒤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9년 91억원의 순손실을 거둔 이후 ▲2020년 -381억원 ▲2021년 -650억원 ▲2022년 -841억원 등을 기록하며 내리 적자 구조를 이어갔다.
2022년 9월 수익 부진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난 정영호 전 대표를 이어 문효일 대표가 직을 맡았지만, 이듬해인 2023년에도 760억원, 2024년에는 662억원 등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235억원의 적자를 거두며 유의미한 반등세를 드러내지 못했다.
이에 한화손보는 올해 4분기부터 캐롯손보를 독립 법인으로 두는 대신 내부 온라인(CM)채널로 흡수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업계는 한화손보가 자회사 론칭 이후 세 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2300억원을 지원했지만 수익성을 기대한 자금 수혈을 더 이상 감당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캐롯손보의 영업 종료로 국내 디지털 보험사의 입지가 이전보다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출범 당시 대형사 중심의 독과점 구조를 가진 자동차보험 시장에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됐다"면서도 "그러나 국내에서 수익성 한계가 뚜렷한 자동차보험 외에는 별다른 혁신을 보여주지 못한 채 통합 수순을 밟게 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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