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직장인 중 '37%'···"경영진과 소통 원활하지 않아" '수직적·권위적' 문화 원인···기업 규모별 소통력 엇갈려"이걸요? 제가요? 왜요?"···이유·납득' 중요시하는 MZ
- 편집자주
- [편집자주]
한국 기업의 소통문화가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위로는 '협업'을 외치는 경영진이 있고, 아래로는 '자율'을 중시하는 MZ세대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의 목소리는 형식적으로만 반영되고, 진짜 변화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뉴스웨이는 국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에서 일하는 2030세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그들이 체감하는 조직문화의 현실을 데이터로 확인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응답자의 불과 10%만이 "현재 한국 기업 문화가 MZ세대의 가치관과 부합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수직적인 조직구조가 여전한 탓에 공정성과 다양성, 그리고 개인의 성장 가능성마저 보장받지 못한다는 비판입니다.
결국 아무리 '소통'을 외쳐도, '듣는 척'하는 조직에서 '진짜 듣는' 조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변화는 불가능합니다. 이번 창간기획 'MZ와 소통해야 조직이 산다'는 세대 갈등을 넘어, 소통 구조의 혁신 없이는 기업의 미래도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뉴스웨이는 이번 시리즈를 통해 갈등의 원인과 해법을 짚고, 지속가능한 조직문화를 위한 실질적 인사이트를 제시합니다.
'도대체 왜 저래?'라는 기성세대들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도 자기 의견을 당당히 말하고, 필요 이상의 충성을 하지 않으면서, 재미와 효율을 중시하는 새로운 세대의 주인공 등장에 회사 경영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1. 최근 한 기업의 임원 A씨는 30대 직원에게 새 업무를 맡기다 얼굴을 붉혔다. 부서 간 경계가 모호한 프로젝트를 부탁하자, 해당 직원이 "제 업무도 아닌데 이걸 왜 해야 하죠?"라고 되물었기 때문이다. A씨는 "우리 세대는 시키면 하는 게 당연했지만, 요즘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움직인다"며 "하나하나 납득시키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2. 또 다른 회사의 B팀장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정해진 양식대로 정기 보고용 자료를 요청하자 90년대생 팀원이 "시스템에서 볼 수 있는 자료를 굳이 시간 들여 만들 필요가 있냐"며 반문했다. B씨는 "요즘 직원들은 '누구를 위한 보고서인지'를 먼저 묻는다"며 "요즘은 인사평가에 팀원 피드백이 반영되기 때문에 예전처럼 '그냥 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3요 주의보' 조직 문화 난제로···'이유 있는 납득' 가치관 변화
이처럼 '3요 주의보'로 대표되는 새로운 성향의 MZ세대와 기성세대 간 소통 문제는 기업 조직 문화의 난제로 자리 잡고 있다.
답답하기는 MZ세대도 마찬가지다. 뉴스웨이가 MZ세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경영진과 소통이 원활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원활하지 않다'는 답변이 37%로 1위를 차지했다. '원활하다'는 답변은 30.8%로, '보통이다'를 선택한 사람(32.2%)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직장 내 원활하지 않은 소통의 문제는 단순히 '꼰대가 모르는 MZ어. MZ가 싫어하는 꼰대어'와 같은 세대 간 언어 격차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성향의 MZ세대와 기성세대 간 업무수행 방식에 대한 관점 차이가 조직 내 세대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MZ세대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1순위' 이유로 '수직적·권위적(38.4%)'을 지목했다. 2순위인 공감·경청 능력 부족(24.8%)과 비교해도 13.6%포인트 차이가 날 정도다.
뒤이어 세대 간 가치관 차이(13.6%), 소통 방식의 차이(13.9%), 업무 기대치 및 목표의 불일치(7.3%)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현상은 맹목적으로 '시키면 한다'의 시대를 지나 '이유 있는 납득'을 중시하는 세대의 가치관 변화로 해석된다. 경영진이 듣기에는 '업무 거부'로 느껴지는 '3요' 질문들 속에는 사실 "일을 해야 하는 이유와 목적, 제게 도움이 되는 부분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라는 뜻이 숨겨져 있다.
설문조사 기타 답변으로 제시된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고맥락 소통만 한다'는 내용은 효율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대목이다. 결국 '3요'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권위보다는 효율과 목적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일터 언어인 셈이다.
이는 회사 경영진이 MZ세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자신의 과업과 목표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동시에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함을 의미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두 세대 간 소통의 문제에는 평가와 보상이 근본적으로 작용한다"며 "공정한 보상과 평가가 동반돼야 소통·협력이 이뤄지는데, 아직은 젊은 회사원들의 눈높이에 맞는 구조적인 부분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무래도 고연차가 되고 경력이 쌓이면 무임승차를 하려는 직원들이 많아지게 되고, 젊은 세대가 이를 목격하고, 부당하다고 느끼게 되면 협력과 소통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보다 수직적인 '대기업'···엇갈리는 소통력
이번 조사에서는 기업 규모에 따라 소통력의 차이가 엇갈리는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됐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응답자 15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소통이 '원활하다'라는 답변은 전체 46.8%로 과반수에 육박했다. '원활하지 않다(28.2%)'는 답변과는 두 자릿수 이상 차이가 난다.
반면 대기업의 경우 응답자 171명 중 소통이 '원활하다'고 답변한 사람은 23.4%에 불과했다. 이와 달리 '원활하지 않다'는 답변은 38%에 달했다.
이는 수직적·권위적인 소통 방식을 싫어하는 MZ세대의 성향과도 맞물린다. 조직이 비대하면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더 크게 발휘될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비교적 가족 같은 분위기의 중소기업에서 조금 더 공동체 지향적인 모습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대기업에서도 딱딱한 기업문화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 오너들이 발 벗고 나서서 회장님, 사장님 등 딱딱한 직급을 없애고 수평 호칭을 도입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열린 소통 문화를 만들기 위한 '수평 호칭' 제도를 기존 직원에서 경영진, 임원까지 확대했다. 사장님, 상무님 같은 직책, 직급 대신 영어 이름, 이니셜을 사용하거나 한글 이름에 '님'을 붙이는 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 'Jay(영어 이름)' 'JY(이니셜)' '재용 님'으로 불러야 한다.
하지만 이런 호칭 파괴 바람이 MZ세대에게 다가가는 하나의 제스처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정우 교수는 "이런 움직임은 위계적인 문화를 완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본질적으로는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은 적절히 제어하고, 보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오히려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ddang@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