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해왔던 HBM3E 엔비디아 공급 시사HBM과 서버용 SSD 수요 급증, 매출 견인파운드리 부문 적자 폭 축소와 실적 개선세
삼성전자는 30일 올해 3분기 기준 매출액 86조1000억원, 영업이익 12조2000억원을 기록했다는 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9%, 영업이익은 3% 증가한 수준이다. 매출액은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이며 영업이익도 2022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번 호실적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같은 기간 DS부문의 매출액은 33조1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3% 늘었다. HBM3E(HBM 5세대)와 서버 SSD 판매가 확대된 덕이다. 이에 따라 메모리 부문의 이번 매출은 분기 최대를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개선됐다. DS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증가한 7조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영업이익이 4000억원에 불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크게 회복된 셈이다. 이는 제품 가격 상승과 전분기 발생했던 재고 관련 일회성 비용이 감소한 덕에 큰 폭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
메모리, 시스템 LSI, 파운드리 등 부문별 세부 영업이익은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DS부문이 분기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메모리 부문의 선전 덕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메모리 부문의 매출액을 보면 26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고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는 점에서다. 이는 전년보다 20% 늘어난 것으로 전체 DS부문의 전년대비 증가세인 13%보다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HBM3E 판매 확대와 DDR5(Double Data Rate 5), 서버용 SSD 등의 수요 강세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고전해왔던 HBM에서도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AI로 개화한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시장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꽉 잡고 있다. D램 시장에서 원조 강자였던 삼성전자가 HBM에서만큼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초기시장 대응을 실기한 탓이다.
그중에서도 HBM 큰손인 엔비디아의 퀄테스트(품질검증)를 번번이 실패한 여파가 컸다. 삼성전자에게 엔비디아는 난공불락 같았다. 그러다 이번엔 HBM3E 12단 제품이 엔비디아의 문턱을 넘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컨퍼런스 콜을 통해 "HBM 관련 시장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인지하고 있으나 고객사와 비밀유지협약(NDA)으로 해당 정보는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HBM 수요가 공급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삼성전자 또한 모든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HBM3E 양산 판매를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라는 고객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모든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판매를 확대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사실상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 제품 공급을 뚫었다는 것으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또한 다음 격전지로 불리는 HBM4(HBM 6세대)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HBM4도 샘플을 요청한 모든 고객사에게 샘플을 출하했다.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HBM4의 경우 지난 7월 말 실적발표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미 개발을 완료해 모든 고객들에게 샘플을 출하한 상태로 고객 과제의 일정에 맞춰 양산 출하 준비가 되어 있다"며 "HBM 사업화와 관련해 최근 고객사들은 GPU 성능 경쟁 심화로 더 높은 성능의 HBM4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는 HBM4 개발 착수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시장의 니즈를 사전에 반영해 고객 요구를 상회하는 성능 목표를 설정해 제품을 개발했다"며 "현재 고객들에게 전달된 샘플들도 12Gbps이상의 성능을 저전력으로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에도 AI 투자 확대로 인한 고성능 HBM에 대한 수요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회사는 이에 적극 대응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의 경우 차별화된 성능 기반의 HBM4 양산에 집중하고 1c(10나노급 6세대) 생산능력(Capa) 확대를 통해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HBM 생산 계획은 올해 대비 매우 대폭 확대 수립했으며 해당 계획분에 대한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했다"며 "다만 추가적인 고객 수요가 지속 접수되고 있어 HBM 증산 가능성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간 연간 적자를 지속해오며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파운드리도 회복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파운드리 부문 실적과 관련해 첨단공정 중심으로 분기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으며, 일회성 비용이 감소하고 라인 가동률이 개선되면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큰 폭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오는 4분기도 2나노 양산을 본격화하고 가동률 향상 및 원가 개선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테슬라, 애플 등 대형사들을 고객사로 확보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해 실적 회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상반기는 첨단 AI 칩에 대한 미중 제재 영향으로 인한 판매 불가 제품의 재고 충당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가운데 2024년 하반기 낮은 가동률 구간에서 생산된 고원가 제품의 판매와 올해 상반기 저조한 가동률의 영향을 받았다"며 "그러나 올해 3분기는 지난 분기 발생한 일회성 비용이 감소했고 선단 공정을 중심으로 가동률이 개선된 가운데 원가 절감 효과가 더해져 적자 폭이 대폭 축소됐다"고 말했다.
이어 "4분기에는 2나노 1세대 공정을 적용한 신제품의 본격 양산과 함께 미국 및 중국 주요 거래선의 HPC, 오토 수요와 메모리 제품 확대 판매 등을 통해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속적인 가동률 개선과 원가 효율화 활동을 통해 실적의 추가 개선을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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