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반복된 산재에도 입 다문 장인화···'꼬리자르기' 책임 전가

산업 중공업·방산 안전불감 포스코

반복된 산재에도 입 다문 장인화···'꼬리자르기' 책임 전가

등록 2025.11.24 16:33

김제영

  기자

포항제철소서 인명사고 잇따르자 제철소장 경질대통령 질타에 눈치 본 장인화, '유명무실' 안전관리사고 책임 대신 대규모 장기 투자로 연임 명분 마련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포스코그룹의 산업재해 잔혹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소극적인 책임의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룹 내 반복되는 산재에 대한 공식 입장과 사과 없이 계열사 대표만 앞세울 뿐, 그룹 최고경영자로서의 책임은 회피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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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포스코그룹에서 산업재해가 반복 발생

장인화 회장의 소극적 책임 태도가 논란

계열사 대표를 앞세운 공식 사과와 책임 전가 지적

숫자 읽기

올해 그룹 내 사망자 7명 발생

사상자 총 20명 집계

포스코이앤씨, 지난해 3건·올해 4건 사망사고

맥락 읽기

장 회장, 대통령 공개 질타 후에만 공식 사과

사고 재발에도 직접적 책임 회피와 형식적 조치 반복

사고 발생 시 계열사 수장 교체 등 '꼬리 자르기'식 대응

배경은

포스코 회장 인사는 정권 교체와 연계

장 회장, 정권 변화 이후 대외 행보 축소

연임 명분으로 대규모 리튬 투자 등 장기 프로젝트 추진

향후 전망

사고 지속 시 정권 차원의 인사 압박 가능성 커져

책임론 확대와 임기 완주, 연임 여부 주목

안전 리스크와 국가전략 투자 명분 사이 줄다리기 예상

장 회장은 잇단 인명사고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지적 이후 그룹 전반의 안전혁신에 적극 나서는 듯했으나, 이달 포항제철소 사망사고 후 보름 만에 또다시 인명사고가 나면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그룹은 각 계열사 및 구역 내 수장을 경질하며 '꼬리자르기'식 문책성 인사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분산시켜 지우고 있다.

계열사 대표 뒤 숨은 장인화···문책성 인사로 책임 분산


반복된 산재에도 입 다문 장인화···'꼬리자르기' 책임 전가 기사의 사진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20일 발생한 포항제철소 내 유해가스 누출 흡입 인명사고와 관련해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포스코는 이희근 포스코 대표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5일 포스코DX 가스 누출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심민석 포스코DX 대표가 사과문을 내놓은 바 있다.

올해 포스코그룹 내에서는 사망사고를 포함한 인명사고가 잇따랐다. 포스코이앤씨 4명, 포스코 포항제철소(포스코DX 포함) 2명, 광양제철소 1명으로 총 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경상, 부상, 중태 등을 더한 사상자는 모두 20명이다.

특히 포스코이앤씨는 작년 3월 장인화 회장이 정식 취임한 이후 빈번히 사망사고가 난 계열사다. 지난해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3건 발생했고, 전중선 전 포스코이앤씨 대표가 취임 9개월 만에 해임됐다. 올해 정희민 대표가 선임됐으나 4건의 사망사고에 대한 기자회견과 대국민사과 뒤 일주일 만에 산재가 또 발생하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장 회장이 사망사고를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안전관리를 위해 대외 행보를 밟은 건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 질타를 날린 이후부터다. 이 대통령은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 산재를 직접 언급하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했다.

같은 달 31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포스코이앤씨 본사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고, 장 회장은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인명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포스코그룹은 안전관리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회장 직속 그룹 안전특별진단 태스크포스(TF) 발족 후 회의를 열고, 안전 자문 전문 자회사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을 설립하며 회장이 그룹 안전관리 전면에 서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장 회장은 그룹 안전 특별점검회의에서 "나부터 안전문화 정착에 앞장서겠다. 직원이 재해예방의 주체이자 서로의 보호자가 되는 안전 관리체제로의 혁신에 힘써달라"며 "검토 중인 안전관리 혁신 계획을 차질 없이 수행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포항제철소에서 두 번의 산재, 특히 사망사고 1건이 다시 발생했다. 포스코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지난 21일 이동렬 포스코 포항제철소장을 경질했다.

현 정부 들어 산업 현장 안전이 강조되는 분위기인 가운데 포스코의 사후 대처는 사고 책임을 지우기 위한 문책성 인사 조치,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식 책임 전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룹의 최고경영자인 장 회장은 안전관리에 대해 형식적인 지시와 회의에만 나설 뿐, 그룹 내에서 반복되는 인명사고에 대해 직접적으로 사과를 하거나 책임을 지겠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가 추진한 안전관리 혁신 역시 실질적인 결과 없는 행보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 정권 기로에 선 장인화, 그룹 안전 아닌 '연임' 안전길 걷나


반복된 산재에도 입 다문 장인화···'꼬리자르기' 책임 전가 기사의 사진

장인화 회장이 올해로 취임 2년 차(임기 3년)를 맞이한 만큼, 연임을 위해 공개 사과를 피하고 사고 책임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행보로도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 당시 선임된 그는 올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국가 전략 산업의 특수성에 따라 회장 인사에 정권 기조가 반영된다. 정권 교체기마다 수장이 교체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그는 취임 직후 전 정부와 활발한 소통을 유지했으나 현 정부 들어 주요 경제 행사에 잇달아 불참했다. 지난 8월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동행하는 한미정상회담 대통령 경제사절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작년부터 그룹 내 중대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했으나 계열사 대표 선에 책임을 전가하고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다가, 대통령의 비난에 즉각 반응한 모습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안전관리 대신 장 회장이 선택한 연임 명분은 국가 전략 산업 차원의 대규모 장기 투자다. 그는 최근 리튬 자원 확보를 위해 호주 광산과 아르헨티나 염호(소금 호수)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과감하게 투입했다. 이 프로젝트로 2030년까지 리튬 연간 생산량을 42만 톤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리튬 자원과 같은 광산·자원개발 사업은 산업 구조상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단기 수익 목적이 아닌 10~20년 후 공급망 패권을 위한 전략적 투자인 만큼, 빠르게 투자에 대한 성과를 내놓을 필요가 없으면서도 사업의 연속성과 일관성 있는 리더십이 중요한 사업인 셈이다.

장 회장의 행보는 개인의 연임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그룹 전체의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포스코그룹이 구조적으로 책임이 분산되는 지주사 체계와 준공기업 성격이 강한 만큼, 임기제 전문경영인인 장 회장이 사고 책임을 직접 지고 전면에 나설 유인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인명사고가 계속되면 정권 차원의 인사 압박이 커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연이은 인명사고로 포스코그룹의 안전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하고 대통령의 강한 질책과 지시, 여당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장 회장에 대한 책임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역대 포스코그룹 회장 인사는 정권이 바뀌면 교체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 전임 최정우 회장이 정권과 관계없이 임기를 마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 회장의 임기 완주와 연임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산업재해 및 안전사고에 대한 리스크와 국가전략 산업 투자라는 명분을 둘러싼 줄다리기에서 장 회장의 거취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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