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화재에도 8600억 '유럽 공장' 강행···투자 속도 더 냈다

유럽 신공장 부지로 폴란드 '오플레' 확정···2028년 가동 목표

국내선 함평 공장 신공장 구축···한국·미국·유럽 잇는 공급망

중장기 관점 계획대로 투자···'현지화' 미래를 내다본 큰 그림

그래픽=박혜수 기자

금호타이어가 광주공장 화재의 충격을 빠르게 수습하고 글로벌 투자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사고 여파로 신공장 계획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유럽 공장 건설을 예정대로 밀어붙이며 글로벌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폴란드 오폴레(Opole) 지역을 유럽 공장 부지로 최종 확정했다. 총 5억8700만 달러(약 8606억원)를 투입해 공장을 건설하며, 투자 승인과 인허가 절차를 거쳐 2028년 8월 첫 가동을 목표로 한다. 1단계 생산능력은 연 600만 본이며,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단계적 증설을 추진한다.

회사 관계자는 "입지 조건, 판매 확대 가능성, 투자 안정성, 수익성, 인센티브 등을 종합 평가했다"며 "물류·인력·인프라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 폴란드 정부 인센티브 등을 고려할 때 오폴레가 최적지라는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흔들림 없는 '투자 타이밍'···유럽 시장 잠재력 주목

금호타이어의 유럽 공장 확정으로 글로벌 생산 지도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된다. 현재 한국·중국·미국·베트남 등 총 8곳에서 연 6500만 본을 생산하고 있지만, 주요 시장인 유럽에만 생산 거점이 없던 것이 약점이었다. 반면 한국타이어(헝가리)·넥센타이어(체코)는 현지 생산을 기반으로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해왔다.

지난 5월 광주공장 화재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서 유럽 신공장 계획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무성했지만, 금호타이어는 오히려 투자 속도를 높였다. 화재 여파로 수출 물량 확보에 부담이 커진 만큼 프리미엄 완성차 OE 시장 중심지인 유럽 현지 생산 체제를 앞당겨 대응력을 강화하겠다는 판단이다.

유럽은 전 세계 타이어 소비의 25%, 금호타이어 전체 매출의 26.6%, 글로벌 OE 시장의 약 17%를 차지하는 핵심 지역이다. 금호타이어는 신공장을 기반으로 고성능·고인치 제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HVP)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로써 금호타이어는 '한국–유럽–북미' 삼각 생산 체계를 본격 구축하게 됐다. 국내에서는 광주공장을 대체할 함평 신공장(연 530만 본) 건설도 2027년 말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1조5000억원' 투자 재원 마련 과제···"미래를 본다"

화재 악재를 딛고 현지화 전략을 가속하는 모습이지만, 자금 부담은 피할 수 없는 변수다. 광주 화재 영향으로 올해 실적이 흔들리며 연 매출 5조원 목표는 사실상 무산됐고, 신공장 프로젝트가 잇따르면서 1조5000억원대 투자 재원 확보가 과제로 부상했다.

올 3분기 말 생산 차질 물량은 600만 본, 이 가운데 200만 본은 중국·베트남의 증산으로 메웠지만 매출 손실 5000억원을 피하지 못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22.6% 감소한 1085억원으로 떨어졌다.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 부지 매각, 화재보험금, 영업현금흐름을 우선 활용하고, 필요 시 차입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크지만, 생산 효율화와 공급망 개선이 완료될 경우 중장기 수익성 회복 속도는 오히려 빨라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김현겸 KB증권 연구원은 "금호타이어는 관세·화재 등 대내외 악재를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고 있다"며 "유럽 신공장 완공은 물류비 절감·공급망 안정화 효과와 함께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 확대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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