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해소로 경영 불확실성 해방6년만에 등기이사 복귀 공식화할까사업구조 안정화와 글로벌 행보 강화
11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등기이사 만료 이후 미등기임원으로 삼성을 이끌고 있다.
이 회장이 등기임원에 올랐던 것은 지난 2016년 10월이다. 다만 이 회장은 곧이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기 시작했고 2019년 등기이사 재선임 없이 임기를 마무리하게 됐다.
현재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임원으로 있는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 등기임원과 미등기임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사회 참여 및 의결권과 법적 책임 유무다. 미등기임원이더라도 실질적 경영 활동 자체에는 지장이 없지만 책임경영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께 위기설에 휩싸였던바 있다. 반도체, 스마트폰, TV, 가전 등 삼성전자 사업 전반의 경쟁력이 흔들렸다는 점에서다. 이 회장이 올해 3월 임원 세미나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삼성의 위기론으로 치달았던 배경에는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도 거론된다. 국정농단을 기점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까지 약 10여년간 이 회장의 발목을 잡으며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다 올해 7월 대법원으로부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관련 재판은 무죄 판결을 받았고 그를 옭아맸던 사법리스크는 종지부를 찍게 됐다.
삼성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다. 반도체, 스마트폰 등 부진했던 사업들이 점차 경쟁력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이 회장의 경영 행보도 보폭이 커졌다.
조직 재정비도 마쳤다. 가장 큰 변화는 임시조직이었던 사업지원TF를 상설조직인 사업지원실로 변경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이같은 결정을 내렸고 사업지원실장은 박학규 사장에게 맡겼다. 사업지원TF장을 맡으며 2인자로 여겨졌던 정현호 부회장은 용퇴했다.
삼성 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현호 부회장의 2인자 체제를 사실상 종결하고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대신 삼성전자의 양대 핵심 축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수장은 재신임하며 안정을 꾀했다.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DS부문은 전영현 부회장이 앞으로도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스마트폰, TV, 가전 등을 아우르는 DX부문은 노태문 사장이 이어나간다. 이번 인사에서 노 사장은 직무대행 꼬리표를 떼어냈고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삼성이 2인 대표 체제로 복귀한 것이다.
이 회장 역시 숨 가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이 회장은 사법리스크 해소 후 17일간의 미국 장기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고 주요 한미 정상회담 등에 지원사격에 나섰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젠슨황 엔비디아 CEO·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 등 글로벌 기업 CEO들과의 만남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이 그간 다져온 글로벌 네트워크 인맥을 활용해 성장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얼마 전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삼성물산 주식 전량을 이 회장에게 증여키로 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증여일은 내년 1월 2일이며 증여 후 이 회장의 지분은 보통주 기준 기존 19.93%에서 20.99%로 늘어난다.
늘어나는 지분량은 1.06%로 크지 않다. 다만 삼성물산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핵심 계열사라는 점과 사법리스크를 해소한 직후 이뤄졌다는 시점을 감안하면 이번 지분 이동은 이 회장이 본격적인 등기이사 복귀를 위한 경영 정상화, 지배구조 안정화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필요성에 대한 요구도 꾸준히 나온다.
이찬희 삼성전자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제3기 준감위 정례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와 관련) 우리가 의결할 사안은 아니라 내부에서 의견이 모아졌는지 여부를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책임경영 측면에서 많은 위원들이 등기 이사 복귀를 공감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이 경영 정상화를 밟아가고 있고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도 해소된 만큼 지금이 등기이사로 복귀할 적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책임 경영 강화, 글로벌 시장의 신뢰 회복, 미래 투자와 전략 실행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현재 미등기 임원 신분으로 경영을 총괄하고 있지만 올해 사법 리스크가 대부분 해소되며 지배구조의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정리된 상태"라며 "특히 사법 리스크가 정리된 상황에서 경영 책임성 강화, 이사회 중심 경영의 제도화, 글로벌 투자자 신뢰 회복이라는 세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등기이사 복귀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한다면 이는 단순한 직함 회복이 아니라 삼성의 지배구조 정상화와 책임 경영 체제 구축을 공식화하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는 삼성전자가 '위기 극복 모드'를 넘어 새로운 성장 전략을 본격화한다는 선언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2234jung@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