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해외 건조 허용 '브리지 전략' 제시초기 조건부 개방···장기적 종속 구조 설계한미 조선 협력 '급물살'···변수는 법 규제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조선업 재건 방안을 담은 '미국 해양 행동계획(MAP)'을 통해 '브리지 전략(Bridge Strategy)'을 제시했다. 브리지 전략은 외국 조선사가 미국 내 생산이 가능하기 전 계약 초기 물량을 본국에서 건조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이번 계획을 위한 투자 금액은 최소 1500억달러(약 217조원)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타결된 한미무역합의에서 한국이 책정한 대미 투자액(3500억달러) 중 조선업 전용 투자 패키지, 즉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이 공식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조선업 재건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한국 조선사의 미국 진출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특히 브리지 전략에 따라 그동안 '존스법'에 막혀있던 미국 함정의 해외 건조가 가능해지면, 한미 조선 협력은 선언 단계를 넘어 실질 사업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 전략은 전력화 속도를 위해 조건부로 개방하되, 장기적 종속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미국식 해법이다. 낙후된 미국의 조선 인프라를 보완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한국 조선소를 이용한 후, 미국 내 생산 원칙을 토대로 현지 투자와 생산 이전을 병행하도록 한 것이다. 즉 해외 건조를 허용한 완화 개념보다는 시간을 벌어 미국 조선 생태계에 참여하는 구조를 설계한 셈이다.
실제 이번 행동계획에는 외국산 선박에 대한 보편적 입항료를 부과해 마스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 포함됐다. 이는 초도 물량의 해외 건조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대신,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선박 건조와 투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해석된다.
국내 조선업계는 이를 통해 유지·보수·정비(MRO)로 미 함정 시장에 진입한 뒤 군수지원함·전투함 건조까지 이어지는 단계적 접근 방식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화와 HD현대의 미국 진출 전략이 다른 만큼 중장기 노선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미 조선사와 협력하는 HD현대가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다. HD현대는 지난해 미국 최대 군함 건조사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즈(HII)와 협력을 맺고, 현재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 개념 설계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리드 조선소는 HII가 맡고, HD현대는 보완적 파트너로서 일부 물량을 국내 건조하며 실질 수주 경험을 먼저 쌓을 수 있다.
중장기 관점에서는 현지 조선소를 보유한 한화의 존재감이 커질 것이라는 평가다. 군가기밀인 전투함은 미국 통제 하에 보안·설계부터 최종 조립까지 현지 건조해야 하는 구조다. 한화의 필리조선소는 미 해군 전투함 건조를 위해 시설인증보안(FCL)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법·제도적 문제를 해결해두면 현지 생산 전환 단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HD현대의 중장기 확장 전략은 열려있는 상태다. HD현대는 미국 현지 조선소 지분 참여와 인수 등 진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으로, 추가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행동계획에 따라 한미 조선 협력은 정부 간 '국가 계획'으로 공식화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브리지 전략을 계기로 한미 조선 협력이 속도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본다.
변수는 규제 완화다.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해외 건조 허용 범위, 보안 인증 절차, 기술 통제 규정 등에서 실무적 예외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미국이 제도적 문턱을 낮추는 속도에 따라 한국 조선사의 미 함정 시장 진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재 지역 규제로는 존스법과 반스-톨레프슨법이 있다. 존스법은 미국 내 선박은 미국 건조, 미국 선적, 미국 시민 소유(미국인 지분 75% 이상)를 충족해야 한다는 법률상 제한이다. 반스-톨레프슨법은 미 해군 함정은 미국 내 조선소에서만 건조하도록 하는 규제다.
미국 내 함정 사업을 위한 조건도 까다롭다. FCL은 최대 5년이 걸릴 수 있는 절차이며, 이외에도 군수품·방산기술 통제 규정인 미 ITAR(국제무기거래규정), EAR(수출관리규정)이 존재한다. 이 규정을 해소하지 않으면 미 함정 건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규제는 해외 조선사의 독자적 함정 건조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브리지 전략으로 국내 건조가 가능해질 경우 미국 함정 시장의 진입 문은 분명 넓어진다"면서도 "다만 비용과 규제를 통해 결국 미국 현지화를 유도하는 구조인 만큼, 예외의 범위와 속도를 놓고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계산해야 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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