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불친절한 제약·바이오 실적 시즌

오피니언 기자수첩

불친절한 제약·바이오 실적 시즌

등록 2026.02.19 17:26

현정인

  기자

reporter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지난해 성적표가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매출 증가와 영업이익 개선을 강조하는 기업도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친 성적표를 내놓은 곳들도 적지 않다.

흥미로운 점은 실적이 주춤한 기업들의 설명 방식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데 있다. '기저효과', '일회성 요인', '선제적 R&D 투자 확대', '일시적 수익성 둔화' 등은 빠지지 않고 매해 등장하는 표현이다. 물론 이들 설명이 틀렸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도 아니다. 전년도 기술료 수익이나 일회성 요소가 발생했다면 기저효과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R&D 투자 확대 역시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이라면 장기 성장을 위한 필수 비용에 가깝다.

다만 아쉬운 점은 설명이 과거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왜 줄었는지에 대한 해명은 비교적 상세하지만, 그래서 '앞으로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은 상대적으로 간략하게 언급되는 흐름이 반복된다.

특정 품목 의존도가 완화되고 있는지, 확대된 R&D 비용은 어떤 파이프라인에 투입되고 있으며 임상 현황과 향후 일정에 영향을 줄 주요 변수는 무엇인지, 또 판관비 증가는 어떤 경로를 통해 매출과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보다 보강될 필요가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 산업은 실적 변동성이 큰 구조를 띤다. 기술수출 계약 체결 여부와 신약의 처방 확대 속도, 허가 일정 등에 따라 연간 실적이 크게 달라진다. 잘 만든 신약 하나가 회사의 실적 구조 자체를 바꿀 만큼 파급력이 크다는 뜻이다.

이 같은 특성상 일회성 요인과 구조적 변화는 더욱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그래야 단기적으로 실적이 감소했더라도 그것이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과정인지 아니면 수익 기반이 약화된 신호인지를 시장이 판단할 수 있다. 숫자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체질 개선 여부를 설명하는 일 역시 기업의 몫이다.

더욱이 최근 업계는 기술료 의존도 완화, 자체 신약 비중 확대, 글로벌 매출 다변화 등 구조 전환을 주요 과제로 언급하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 확대 역시 단순한 비용 증가가 아니라 미래 수익 기반을 넓히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실적 발표에서도 비용의 증가가 아니라 그 선택의 방향을 보여주는 설명이 필요하다.

타 업종 대비 제약·바이오 기업의 가치는 과거 숫자보다 미래 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크다. 시장이 궁금해하는 것은 '왜 줄었는가'에 머물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은 어떨 것인지'에 가깝다. 그렇기에 실적 발표는 결과 정리뿐만 아니라 향후 경로를 보여주는 과정을 더해야 한다. 실적 시즌에 이들 기업이 조금 더 친절해져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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